언니, 구정이 지나니 날이 풀리려나봐
언니, 음력으로 구정도 지나서인지 날이 많이 풀린 것 같애. 언니 있는덴 어때?
오늘이 2월 2일인데, 나는 ‘1월 1일, 2월 22일, 3월 3일…‘ 처럼 달과 날의 숫자가 같은 날이 다른 날보다 특별하게 느껴지더라. 낮에 집을 나서는데 햇살까지 비치니까 더 기분이 좋고 힘이 솟아. 2월 2일이라 기분이 좋은 건지, 기분 좋으려고 2월 2일이라는 숫자에 의미부여를 한 건지 헷갈린다. 뭐가 맞건 ‘오늘 하루를 잘 보내보자’하는 마음이 들었으니 좋은 일인 거 같아.
언니와 다정한 밥상을 마주한지는 6일이 지났고 언니는 없지만, 아직 홀로 차리는 내 밥상에는 언니의 흔적이 남아있어. 이틀 전에는 언니가 해줬던 계란 떡볶이를 한 번 해먹고, 오늘 아침에는 언니가 시댁에서 얻어 온 사과를 껍질째 먹었어. 덕분에 며칠 끼니를 때우는 게 아니라, 정성껏 먹었어. 고마워, 언니. 이제 배 하나, 안 뜯은 스페인 디저트 하나, 비타민씨 한 봉투, 각기 다른 브랜드의 하루 견과가 한 봉지씩 남았다. 언니의 흔적이 오래오래 머무르도록 최대한 아껴먹되, 너무 참지는 않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