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애에는 윌 스미스로
오늘은 쉬는 날.
미루고 미뤘던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M언니가 근무하는 치과를 찾았다. 예약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도곡동 빌딩 숲을 산책하다 영화 <알라딘> 이야기가 나왔다.
"언니! 알라딘 봤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내 입술이 씰룩거렸고 동시에 M 언니도 웃기 시작했다. 이 뜬금없는 웃음의 이유는 다름 아닌 윌 스미스. 내 오랜 이상형인 윌 스미스가 알라딘에서 지니로 맹활약했으므로 내게 "알라딘 봤어?"라는 의미는 ‘윌 스미스 봤어?’ 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언니는 '네가 무슨 말을 할지 나는 알고 있어'라는 의미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자만 듣고 웃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네가 곧 윌 스미스 이야기를 시작하겠구나"
나의 과거, 취향, 의도를 잘 아는 M언니와 이야기하면서 나는 서서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편하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만 드러나는 호들갑.
"언니 내 말 좀 들어봐? 나는 정말 알라딘을 보고 다시 한번 나의 혜안에 감탄했어! 키야~ 윌 스미스는 정말... 자랑스러운 내 이상형이야. 나는 내 이상형이 윌 스미스라는 데에 자부심을 느껴. 나는 정말 윌 스미스가 자랑스럽다 언니?....(중략) 정말 짱이야! 다음 생애가 있다면 난 윌 스미스로 태어날 거야."
나의 윌 스미스 예찬론은 빠르고 쉴 새 없이 계속됐고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은 M언니는 웃으며 대꾸했다.
"야 그러니까. 윌 스미스 진짜 짱이지. 나는 이제 윌 스미스를 보면 네가 생각나더라. 아니 근데 윌 스미스로 태어날 게 아니라 다음 생애엔 꼭 윌 스미스 같은 남자를 만나"
다음 생애고 뭐고 죽기 전에 윌 스미스의 실물을 볼 수나 있을까. 이생이든 후생이든 다음 생이든 윌 스미스 같은 남자를 만난다면 몹시 좋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 보다 윌 스미스로 태어나고 싶다. 이상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