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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Apr 22. 2016

여유와 보살핌

2016.4.21


온 피부에는 아직도 베드버그의 흉터가 아물지 못했고, 심지어 다 나아간다 생각했는데 총 11군데의 새로운 자국도 올라왔다. 더불어 환절기면 늘 마중나오는 피부염으로 나도 모르게 몸을 긁어대기 일쑤다. 그런데다 약 열흘 전 나는 발을 심하게 다쳐 거동이 불편하고, 극심한 두통으로 눈을 뜨지 못한 채 연구실에 있는 내내 몇번이고 빈속으로 구토를 해야했기에 병원에선 무수히 많은 검사를 해야했다. 덕분에 내 책상 위에는 정말 많은 약들이 즐비하다. 약이 너무 많아져서 약을 먹을때면 약 봉지에 적힌 병원이름으로 구별해서 먹곤 한다. 엄마는 어릴적 한번도 잔병치레 없이 크더니 왜 다 커서 이렇게 아프냐며 속상해 했다.

베드버그로 인해 받아온 약은 너무 강해서 먹을 때마다 체한 것 같은 울렁증을 동반했지만, 그보다 더욱 괴로운 가려움 때문에 겨우 먹어야 했고, 하루에 세번 스테로이드제를 온 몸에 발라야 했다. 그런데다 다친 발이 너무 아파 진통제도 먹어야 했고, 두통약까지 추가되었으니 몸이 정말 남아날리가 없었는데 나는 그걸 몰랐다.

보험금을 청구하려고 지난 10일간 병원에 다닌 영수증들을 모아보니 약 50만원 가량이 나왔다는 걸 알았다. 그제야 내가 아픈 무게가 50만원 어치의 고통었구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이 한숨은 힘듬의 표현도 아니었고, 걱정이나 어떠한 종류의 것이라 정의하기에 애매한데 어떤 이유의 한숨이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쯤 되자 내가 어제 그렇게 말했다.
"나 긴 시간동안 계속해서 온 몸이 아프니까, 몸 자체가 많이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 짜증도 많이 늘었고, 하루종일 통증이 있는채로 열흘넘게 지속되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아."
그러자 이런 나 때문에 가장 고생인 사람이, 늘 그러하듯 오초 정도 발치를 보며 생각하는 듯 하더니 대답한다.
"작년에 매번 바쁘고 무리했던 일상으로 쌓인게 이제 한번에 터지는 거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에이 설마 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그리곤 가만히 반나절이 지난 지금 그 말이 새삼 일리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새삼 그런 생각이 들어, 그 생각을 말로 전했다.
"나였어도 분명 너가 아프면 당연히 도와주고 또 챙겨줬겠지만, 오늘 문득 든 생각은, 그게 참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너무나 당연하게 나를 도와주고 또 대신 무언가를 해주고 하는거,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그런 사소하고 작은 배려와 챙김들이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너는 당연히 도와야 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분명 귀찮을 때도 있을거고 또 모든걸 다 대신 해 주는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어."

이런 장황한 나의 솔직한 고마움의 표현에 살짝 웃더니 "알았어." 라는 대답으로 짤막히 끝이 난다.

그리고 곧이어, 그렇게 쉬었는데도 마냥 쉬고만 싶다는 내 말에 정말 넓기만 한 마음으로 품어주는 그 마음의 너비가 얼마나 너른지 궁금했다. 사람다운 여유를 그 안에 지니고 있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은 정말 더 없는 복이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그간 짜증을 내뱉었던 예민한 모습의 내 모습에 미안해진다.

맛있는 저녁을 사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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