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25
어제 그런 대화를 했다. 아무리 좋은 기억이라도 추억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가지지 못하고 지나버린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손에 쥐어본 적도 없고 내 품안에 두어본 적도 없어 더욱 내 애를 끓게 했던 것들이, 어느날 퇴색되어버린 모습으로 내 기억들이 가지런히 꽂혀있는 어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게될 뿐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추억이 아니다. 내게 기억은 추억이 아니다. 꽤나 많은 시간을 머금었다고 모든 기억이 추억이 되는 것은 아니듯, 구별되어지고 선별되어져 그들은 추억으로 남는다.
나에게 사진은 그러하여 그런 것들이다. 기억들의 편린이지만 그 모든 것이 내게 같은 무게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 어떠한 것. 때로는 나를 담기도 하지만 결국 사진들의 시선은 나의 그들에게로 향해있다. 사진은 그렇게 솔직히도 나의 시선을 담고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 내가 바라보는 너의 얼굴, 내가 바라봤던 그 순간 시간의 냄새. 내가 바라보는 이 세상의 색은 그러하다. 내가 말로서 흉내낸 그 순간들보다 사진은 솔직하게 많은 것들을 안고있다. 그렇게 그냥 안고있을 뿐이다. 때문에 사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진 속에 그리고 구석에 나직히 담겨있는 너의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나는 먼 시간 이후로 와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따름.
기억을 추억과 분리하는 일은 그렇게 꽤나 시간이 흐른 뒤에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사로잡혀버린 이것에 대한 상념을 그만 접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