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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Apr 27. 2016

만둣국

나의 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만둣국

2016.4.27




만둣국을 끓인다. 
나의 미각적 기호와, 적당한 부지런함, 특이할 데 없는 몇 재료들이 잘 어우러진 합리성을 갖춘 선호 한끼 식사다. 만둣국은 십분이면 한다던 몇 살이었을지 모를 어릴적 들은 엄마의 그 말에 아직도 나는 만둣국을 쉽게 하는 요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꽤나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을 바쁘게 보낸 오늘, 덕분에 출근은 면해 마음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여유롭게 오후시간을 즐기고 있다. 점심을 해 먹기가 귀찮았는데 미루고 미루다 고픈 배도 쓰려질 무렵 냉장고를 열어본다. 난 냉동고에 만두가 있단걸 알고 있었다. 만두를 꺼내고, 다시 냉장고 문을 열어 마늘, 간장, 계란들을 꺼낸다. 늘 이것들로 만둣국을 해 왔는데 이번에 나는 냉장고에서 청양고추를 꺼냈다. 우리집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매운것이 냉장고에 들어있다. 나는 어떤 요리에도 청양고추를 넣는 법이 없었다. 

"청양고추 꼭 넣어야돼? 싫어."
"씨 빼고 조금만 넣을게. 그럼 맛이 맵진 않은데 감칠맛이 나."

그리 오래전은 아니었던 날, 나보다 매운 것을 더 못먹는 이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저 말을 했는데, 나는 의심 가득히 믿어줄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그 의심은 내가 첫 국물 맛을 보게 되면 판가름 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날의 국물을 맛본 이후, 나는 오늘 내 만둣국 요리에 씨를 뺀 청양고추를 다져 넣었다. 그 '감칠맛'이 맵지 않다는 건 사실 약간의 거짓말이었다. 아무래도 맵다. 그렇지만 나는 요즘, 평생 심심하게만 먹을 것 같던 내 만둣국에 청양고추를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또 나의 어떤 것들이 눈치재지 못하게 변해있는지 찾는 놀이에 요즘 재미를 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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