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하나에 담긴 모든 우리네 인생
한잔의 술
2016.11.3
한 잔의 술.
그게 뭐라고 우리는 그 이름아래 얼굴을 맞대고,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현재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신물나는 고통을 잊게 한다고 말한다.
흐릿한 웃음. 커지는 목소리.
그리고 그것들이 마주앉은 우리사이에 테이블을 서로 뒤엉켜 넘나들 때 우리는 그 시간을 진솔하다 말하는가.
이제 열심은 더이상 미덕이 아니라고 했다.
이미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그렇게 억지로 등떠밀려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 존립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의지한다는 그 사실은, 마치 그래선 안될 일이 일어난 것 마냥 여기고 낙인을 찍는다.
나약한 사람.
그것은 곧 능력 없는 사람.
그런 각박한 시선들과 그 속의 평가 속에서 단 하나의 예외라면 그것은 우리가 해 저문 뒤에 기울이는 술잔. 그리고 그날의 밤.
내 손에 꼭 들어와 맞는. 그런 보잘것 없는 술잔에 우리는 큰 고통을 꾸역꾸역 담아 단숨에 삼키고, 지독히도 투명한 그 술잔을 바라보며 역설적이게도 불투명한 우리의 미래를 투사한다.
그리고나면 이것은 더는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다.
떨어뜨리면 곧이어 깨져버릴 그 약하고 작은 술잔에 우리는 너무나 큰 우리를 욱여넣으며 살아간다.
다른것에의 의존은 나약함이라 말하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쉬이 주어진 술잔 앞에서는 모두 겸손한 자 되어 의존이라는 존재를 암묵적으로 용납하며, 때로는 이를 무려 낭만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각자의 짐의 무게를 가득 실은 술잔응 건배라는 이름으로 서로 부딪힐 때.
나 뿐만 아니고.
너도 그렇구나.
우리는 그렇구나.
그리고 밤을 잃어버리게 되는 그 날은, 우리가 오늘 응당 했어야 할 걱정의 짐을 기꺼이 맡아준다.
잘 자리에 누워 생각한다.
채워지는 술잔을 보던 또렷한 기분을.
그 사이에 채워지던 우리의 말들과,
그리고 서로 쳐다보며 주고받던 눈빛들.
그 댓가로 내어준 흐릿한 내 시야.
기꺼이 내줄 만 한 순간들.
누가 이들을 나약하다 하련가.
그렇지 않은 자, 돌을 던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