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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Oct 29. 2020

단관 극장

극장을 열었는데 틀 영화가 없다

안방 서랍에 있던 홈비디오를 튼다

내 어린시절이 스크린에 상영되고

관객이 하나 둘 극장에 들어선다     


화면 속에서 아버지가 내 몸을 하늘 높이 던진다 어머니가 나를 주우러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카메라 뒤에는 누가 있는 거지, 나는 생각한다 팝콘처럼 하늘로 튀어오를 때마다 나는     


나무 역할을 맡은 소년이 무대 위에 주저앉아 있다 

부직포로 만든 성 뒤에 숨은 소년은 빨간 조명에 자신의 손을 비쳐본다  

   

결국 무대는 소년의 슬픔과 상관없이 진행된다     


거 팝콘 좀 조용히 씹읍시다

관객 A는 기어코 팝콘을 다 먹고

뒤에 앉은 예술영화 애호가와 시비를 다툰다   

  

영상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끝이 난다

나는 처음 본 아이들과 함께 교실 안으로 들어가고 

카메라는 내 뒷모습을 오래 응시한다      


참 의미 없는 인생이구만

관객 A가 자리에 일어나서 먼지 속에 자신의 그림자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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