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부산현대미술관에 이어 이번엔 2022 부산비엔날레의 다른 3개의 전시관을 다녀왔다. 영도 폐공장, 부산항 제1부두, 초량 산복도로의 한 오래된 주택 등 부산이란 지역성을 잘 드러냄과 동시에, 평소라면 가보지 못했을 공간을 전시를 계기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면 아쉬운 관람 포인트들이다.
1. 영도 폐공장
(좌) 행배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영도 앞바다 (우) 전시관인 영도 폐공장
영도는 부산 남포동에 맞닿아 있는 섬이다. (의외로 외지 사람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부산비엔날레 영도 전시관은 의외의 낚시 포인트인 영도 부두 근처에 있는 폐공장이다. (송강중공업이라고 선박의장품, 산업기계 등을 생산하는 회사의 건물이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꽤 공장이 커서 멀리서 보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좌) 이미래의 <구멍이 많은 풍경 : 영도 바다 피부> (우) 야외극장
영도 공장 안에는 대형 설치 작품이 있는데 태풍 때문에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장소 한켠에 영상을 상영할 수 있는 야외극장도 마련되어 있다.
피아크 카페의 부산항 뷰
영도 공장 근처에 '피아크'라고 대형 복합문화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엄청 큰 카페만 거의 있는)도 있어서 온 김에 거기서 커피와 빵을 먹었다. 거의 카페 밖에 없는 곳인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2. 부산항 제1부두
부산항 제1부두 내 창고로 만든 전시공간이다. 이 안에는 꽤 많은 작품이 있고, 다른 두 전시공간은 티켓이 필요하지 않지만 이곳은 티켓이 필요하다. (부산현대미술관 때 산 티켓을 내면 된다)
부산항 제1부두 전시관으로 가는 길. 조금만 더 들어가면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도 나온다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오웬 라이언의 3채널 영상설치 작품 <개소리>였는데 거기서 나레이션이 대충 'I told my psychiatrist about suicide, then he told me I have to pay in advance'(정신과 의사에게 자살에 대해서 말했더니 앞으로는 상담료를 선불로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뜻, 정확한 문구는 아니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 문구와 그때 나온 영상의 리듬감이 가장 오래 기억되었다.
(좌) 창고 내 전시공간 (우) 창고 바깥에 붙어 있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의 안내문
3. 초량 주택
초량 전시관은 산복도로 쪽에 있는 한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전시관이다. 안에는 '과거 부산에 살았던 일본인 하루코와 같은 날 태어난 한국인 춘자의 스마트폰을 따라가면 일어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상 및 설치 작품(송민정, <커스텀>)이 있다.
초량 전시관의 모습. 1층과 2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은근 모기가 많으니 조심하시길. 나는 3방 물렸다
초량 주택 옆에는 초량1941이라고 1941년에 지어진 일본식 주택을 개조한 카페가 있는데 나름 부산에서 유명한 카페이니 들러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생강우유를, 아니카는 디카페인 커피 파르페를 먹었다.
초량1941에 시킨 음료와 빵. 꽤 외진 곳에 있는데 사람이 많았다.
총평
세 전시관 모두 찾아가긴 꽤 어려우나 그래도 부산의 역사와 특성이 반영된 장소고 평소에 가긴 어려운 장소인 만큼 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메인인 부산현대미술관 보다 이 3곳의 전시를 도는 일정이 더 만족스러웠다. 끝나고는 자갈치시장에서 양곱창을 먹었는데 혼자 과음해서 돌아오는 길이 힘들었다. (임신한 아니카가 운전했다 ㅠ) 여튼 부산비엔날레가 짜준 여행코스도 좋은 것 같으니 많이 와서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