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24. 경북 상주시 봉강마을
방학을 맞이해 고향집으로 내려온 동수는 아버지가 근처에서 마을음악축제를 열린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행사에 그리 관심이 없었다. 또 하나의 그렇고 그런 지자체 행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막상 시골 본가에 내려오니 딱히 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 아버지의 제안에 응해 행사장에 따라갔다. 행사장은 폐교된 초등학교를 농업학교로 개조한 곳이었다. 모래 운동장 앞에 무대를 설치해 놓고 양 옆에 음식들을 파는 조그마한 부스들을 차려놓았다. 거대한 인디언 움막이 있어서 아이들이 그 안으로 드나들고, 부스마다 노란 백열전구를 걸어놓아 운치가 좋았다. 한쪽에는 어디서 전기를 끌어왔는지 전자오락기도 있어서 아이들이 시골에서도 오락에 열중이었다. 부스 중에는 파전이랑 꼬지를 파는 부스도 있었고 수제 막걸리, 수제 맥주를 파는 부스도 있었다. 아버지와 동수는 수제 맥주를 하나씩 사서 무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옆 돗자리엔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도 있었는데 어떻게 저런 외국인이 이런 시골 축제까지 알고 왔는지 신기했다. 동수는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괜히 어색하게 대화가 끝날 까봐 그만두었다.
곧 이어 음악축제가 시작했다. 그냥 나이든 지역의 포크송 밴드가 아니라, 전자음악을 하는 듀오, 신스팝 뮤지션, 헤비메탈 밴드 등 다양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공연을 했다. 엄청 취향까지는 아니었지만 분위기와 술에 취해 동수는 고개를 까닥거리며 꽤 음악을 즐겼다. 무대 앞에서는 지역 극단에서 일하는 중년 배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부스를 차린 사람이나 공연을 하는 사람이나 외지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아버지한테 물어보니 서울에서 자연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모임의 회원들이 시에서 예산을 타와 버스 타고 내려왔다고 했다. 그 단체와 지역의 사회적협동조합이 같이 협업하여 만든 도농교류 행사라고 했다. 아버지는 동수 옆에 있다가 마을 주민들을 만나 그들과 술을 마시러 갔는데 얼콰하게 취하고 햇빛에 검게 그을린 마을 주민(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 힙한 분위기와 이질적이었다. 그들의 동네였지만 오히려 어색한 게 느껴졌고 그래서 더 술을 마시고 고함을 지르며 주인 의식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