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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수문자 Apr 28. 2016

대학생활

재능을 찾아서

개강, 강의, 출석 등등 봄이 오는 소리


이제 살짝 남 이야기 같이 들리지만

무척 공감가는 설레던 느낌들


내 대학 생활 떠올리니 몇가지 생각이 든다


1.회에 은연중에 깔려있는

엘리트 체육에 대한 구시대적 시선들.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하면되!'

'운동선수는 공부를 못할 수 밖에 없지!'


2.처음 운동을 시작하면서 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이해 할 수 없고, 이해 하기 싫은 사상이다.

학창시절에 나름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공부를 못하던 것도 아니었다.

(물론 외고 다니던 1년은 해당되지 않는다.)


3.외고에서 실업계로 전학간지 2주 뒤 치른

기말고사에 전교 2등이라는 등수를 받고서,

공부를 못하는게 비단 운동선수만의

이야기는 아닌걸 알았고, 겨우 3교시만 듣고

새벽 오후 야간 운동을 하면서도 점수는

상위권 정도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세번째 고등학교로 전학가서는

대학이 걸린 고3 선수 생활에 집중하는 바람에

그닥 형편 없는 학생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공부에 대한 갈증과 욕심은 꾸준했다.


4.대학에 입학하고 첫 한주를 보냈을때,

나는 지나친 설렘으로 잠도 못이뤘었다.

공부를 할 수 있다니, 공부를 해야 한다니!

운동으로 인해 따로 수업을 할애 받지 않고

모든 수업을 일반학생들과 함께 듣는다는건

내가 대학에 갔어야 하는 이유로 충분했다.


5.학점 4.5만점에 2.5를 넘어야 장학혜택을 받았었다.

나는 2.5라고 해서 목표가 2.5였던 적은 없다.

만점은 4.5이기에 내 목표는 항상 4점대였다.

처음 언급한 '구시대적 엘리트체육 사상'에

찌든, 그렇게 지도 받거나 그런 분위기에서 운동해오던 많은 선수들이 수업을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모습들을 보였다.(사실 나도 머리가 나빠서 수업이 이해가 안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기본만 하면 되는 학점, 2.5


6.대학 입학 후 2년간 같은 부위가 4번 골절되어 4번의 수술을 겪다보니 운동에 슬럼프를 느꼈다.

운동에 만족감을 얻지 못하니 시선이 분산됐고,

감독님 몰래 신청한 영어장학생육성프로그램에

합격하게 되어, 말도 없이 신청했냐며 호되게 혼난뒤 공부를 시작했다.


(원래 영어잘하는 사람을 뽑아 더 잘하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인데, 면접때 '평생 영어공부를 해본적 없으며, 이게 내 평생에 영어공부 할 마지막 기회'라고 면접관을 당황시키는 바람에 잘못 합격했던거다)


처음 본 토익점수가 내 발사이즈를 넘기기에는

내 발사이즈가 너무 컸고, 한 학기 동안을

화,목에만 운동에 참여하고 월수금토를 토익공부에 스파르타식으로 매진했다.

그래서 결과는 초등영어가 중등영어가 됐달까,

그래도 그게 어디냐! 내겐 엄청난 성과였다.


7.운동하는 사람들 말고 공부하는 사람들 틈에

잠시나마 끼어지내보니 알게 된 몇가지 사실.

 a.몇몇 진취적인 사람들은 온갖 대외활동을 다님

 b.대외활동도 그 종류와 수가 엄청 많음

 c.그런 대외활동에서 운동선수(현역 엘리트선수)는 찾아보기 어려움


8.운동하는 친구들은 새로운 일반인 친구를 사귀기가 조금 어려운 감이 있다.

생활패턴이 다르다보니 만나기 어렵고,

만나도 대화의 주제가 다르다.

만남 혹은 대화가 오랜 시간 지속되기가 어렵다.

(그냥 사람대 사람으로 관심사가 다르기에)

아무래도 그래서인지, 운동선수 대부분이

대외활동에 나서기를 꺼리거나 망설인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더 중요한건 그런 대외활동의 존재유무도 모른다.


9.무슨 영웅심리인지, 운동선수는 왜 못해!

내가 도전해서 보여주겠어! 무엇이 되었든 최선을 다하면 되지! 라는 (피곤한)생각에 이력서를 뿌리고 다녔다.(당시 친구 형수의 영향이 매우 컸다)

어째저째 시작한 대외활동들, 즐거웠다.

운동하랴 수업들으랴 정신이 없었어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회의하고 계획하고 진행하고 실패하고 웃으면서 다음을 기약하고 등등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덤이며 내가 몰랐던 나의 재능들도 발견하면서 나를 발전해나갔다.


11.태권도원 블로그 기자단 1기 부터 시작해서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블로그 기자단,

대한태권도협회 도장경진대회, 문화관광부 SNS서포터즈, 대학생평가단, 현대자동차그룹 해외청년봉사단 HAPPYMOVE 등등

나름 수상도 몇번 받으며 우수히 수행해냈었다.

현역 운동선수?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11.난 생활을 유지하는데 알바가 필수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스스로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았는데,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빈도가 잦아져

거의 자급자족에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감독님께 말씀 안드리고 몰래 나간 알바가 수십일.

새벽운동이 끝나면 오전오후 수업 듣다가

야간운동 끝나면 편의점으로 출근 해서,

아침 청소 끝내자마자 새벽운동하러 나가고.

그렇게 몇일씩 몇주를 보내야만 시합비 기숙사비가 생겼다.


12.대학 4년간 지내며 선수로서는 세계대학선수권대회 +87kg급 국가대표로 선발. 학생으로서는 대학총장성적우수상 수상. 대외적으로는 태권도원 블로그 기자단 최우수기자상과 함께 도장경진대회 입상, HAPPYMOVE 태권도문화특기자로 합격해 해외봉사단원으로도 활동 해보았다. 4년내내 기숙사에서 지내며 장애인도우미와 교내근로로 보람찬 용돈도 받으며 지냈다.


13.고생한거, 노력한거 알아달라고 자랑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아직도 운동선수에게 한계를 두고 혹은 운동선수 본인이 스스로를 단정짓고 운동 외적인 것들의 자기 발전을 게을리, 등한시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그 대학생으로서의 가치있는 시간들을 피시방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그런 매우 아쉬운 경우들을. 지금 이 순간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는 신입생들을 보면 무한한 가능성이 보이기에, 그 가능성을 실현 할 수 있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다.


14.학업, 운동, 알바, 대외활동, 연애, 자유.

무언가 포기해야 할 것만 같지만

주어진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다보면

어느샌가 충족되어지고 있을 것이다.


재능이란 무엇인가를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던 매순간 주어진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내는 마음가짐이야 말로 진정한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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