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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언니 Apr 28. 2016

삼각김밥머리를 하고 쓰는 30대여자예찬론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어떤 사람일지 상상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추측하건대 30대이거나, 30대를 준비하고 있는 여자이지 않은가? 30대를 치열히 보낸 40대 라도 상관없다. 그 시절을 추억하면 되니깐. 번지수를 잘 찾아왔다. 난 지극히 30대 편향적인 어조로 당신의 치열했던 하루를 열렬히 응원하려 한다.  


몇 일 전, 한 여자 연예인 사진을 한 손에 쥐고 헤어 샵에 갔다. 그리고 ‘이 사진 처럼 해주세요’. 하며 호기롭게 외쳤다. 맘 한편에서 올라오는 불안감은 외면한 채. 불안감이 현실이 되었다. 결과는 삼각김밥 머리를 한 나를 본 것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크고 동글 납작한 내 얼굴형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 20대처럼 패기에 넘쳤을까? ‘ 하며 그냥 웃어버렸다. (빠마(?)기가 조금 빠지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애써 웃었지요.)  


30대가 되어 좋은 점은 나에 대해, 20대에 비해서는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알 게 된다는 것 이다. 자신의 외모에 뿐만 아니라, 내면이나 성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비교적 너무 생각이 많고 진지 하고, 부정적일 때는 필요 없이 부정적이다. 나는 사교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뭐 그런 정도? 나를 조금씩 객관적으로 알게 되면서 좋은 점은 주변에 부는 바람에 덜 흔들린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덜 흔들리는 나를 보게 된다는 것. 20대의 순수함과 패기, 싱그러운 젊음은 아닐지라도, 젊음에 성숙함이란 소스가 더해진 30대. 난 감히 말한다. 30대야 말로 여자 인생 최고의 전성기 임을.

이렇게 말하고 나를 돌아보니 민망해진다. 전성기라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했건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첫째 아이와 놀며 묻힌 사이 펜, 둘째가 개어낸 모유로 내 옷은 늘 지저분해 있고, 얼굴은 화장기 없이 노랗다. 게다가 아침밥은 첫째가 남긴 밥에 국을 말아 마시듯 마셨고 늘 수면 부족 상태다. 내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고 생각하지만 20대때와 비교해 내 꼬락서니는 휴지근하고 꾀죄죄한 아줌마일 뿐이다. 20대 때 사랑해 마지 않았던 백, 화장품, 하이힐은 벌써 몇 년째 서랍 속에서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런데 뭐가 전성기냐고?

하지만 당신도 알고 있지 않는가? 결혼과 출산이라는 여자 인생의 크고 중요한 이벤트들을 겪으며 날로 성숙해 지고 있는 자신을 느끼지 않는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미혼이라면 30대 여자나이 똥(?)값이라고 빨리 시집가라는 말하는 남자들 만날 때 있을 것이다. 금방이라도 니킥을 날려버리고 싶어 가슴은 요동 칠 것이다. 하지만 여유롭게 웃으며 말하지 않는가? “ 소개나 시켜주고 말하세요 "

  

기혼이라면 두말 할 것 없다.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 시댁에서 어떠한가? 허리가 휘도록 설거지를 하고 낯선 시댁 사람들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싫은 티 내지 않았을 것이다. 비상금 명목으로 조금씩 모은 용돈을 아이와 남편을 위해 선뜻 꺼내 본 적도 있을 것이다. 무섭게 열나는 아이 옆에서 3박 4일 밤을 새면서도 초인적인 힘으로 하루를 버텨낸다.   


내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고 살았던 20대에 비하면, 30대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배려하고 그 사람들 위해 나를 조금 내려놓을 줄 아는, 그런 성숙함을 알아가는 시기 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20대 못지 않은 젊음을 잃지 않고 있으니, 30대! 30대야 말로 여자 인생의 최고 전성기임이 분명하다.

여자 인생의 전성기를 살아내는 당신의 하루가 어땠을지 상상한다. 혹 미혼이라면 일의 매너리즘이 당신을 덮치진 않았는가? 승진을 앞두고 가열차게 회식과 실적에 목메어야 할 이 시기에 돌연,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것 일까? 이 일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도 할 수 있는 일인지 의심되지는 않은가? 그래서 다른 길을 찾으며 기웃거리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모호하여 결혼으로의 달콤한(?)도피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혼이라면 더 할 말이 많으리라. 육아와 직장을 병행할 수 없는 여건에 사표를 던지고 경단녀가 되었는가? 아니, 그것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임신한 사실을 회사에서 안 순간, 상사가 대신 사표를 써줄 기세로 눈치를 주지는 않은가? 사표를 던진 후 결심 한다. ‘아이를 다 키우고 나면 다시 내 꿈을 되찾으리라’.   


워킹맘은 어떤가? 눈도 채 못 뜬 아이를 어린이 집에 던지듯 맡기고 눈물 흘리며 지하철 출근 길에 오른다. 친정엄마가 도와준다 해도 마음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애 키우느라 고생하는 친정엄마의 등을 바라보며 죄 짓은 딸년이란 생각에 마음 아프다. 갑자기 잡힌 회식자리에서 한시 라도 빨리 나오려 상사눈치, 친정엄마 눈치, 남편 눈치를 보고 있지 않은가? 직장에서도 육아에도 집중 할 수 없는 상태로 늘 생각한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 일까?’   


전업맘 또한 처절하다. 밤잠을 2시간 이상 연속해서 자 본 적 없지만, 애 먹거리는 무슨 일이 있어서도, 졸면서라도 만든다. 하지만 이 놈의 자식이 먹지도 않고 토한다. 거기다가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는 드러눕고. 내가 이 녀석과 시름할 바에 직장에 나가서 돈 버는 것이 훨씬 나겠다 생각하지 않은가?  

어른이 되는 여자 나이 30대의 하루는 나비의 날갯짓 마냥 우아하지 않다. 처절하고 치열하고 구질구질하게 보이고, 휴지로 눈물을 훔쳐야 한다.

“ 선배님, 밥 사주세요 “ 그 말을 처음 들었던, 21살의 봄이 생각난다. 20살, 신입생 시절에는 캠퍼스의 주인공이 된 거 마냥 어디를 가든환영 받고 예쁨 받았다. 선배들이 사주는 밥을 거리낌 없이 먹어도 되는 신입생의 특권을 마냥 즐겼다. 하지만 특권의 유효기한은 1년. 나이한 살 먹으니 일순간 모든 조명은 새내기들에게 향했고, 2학년이 된 우리는 쓸쓸히 조연 역할을 해야했다. 남자 선배들이 군침을 흘리며 그녀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 충격이었던 것은 소년같았던 남자 동기들이 남자행세를 하며 군침 흘리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그때 어렴풋이 느꼈다. 여자 나이 어림이 남자들 세계에서는 스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받은 충격이 꽤 컸나 보다. 그때 처음으로 나이 먹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봤으니. 30대, 40대, 50대가 되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꽤 힘들었지만, 막연하게나마 당연히 (당연히 하는 것들이 어쩌면 제일 어려운 일들이란 것을 그때는 몰랐지요) 결혼을 했을 거고, 일도 놓지 않고 하고 있을 것이라. 가정이든 직장이든 일정 부분 뿌리를 내린 안정적이고 편안한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30대를 살아보니 안정감? 편안함? 글쎄. 20대보다 더 치열한 하루 하루를 살아내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직장은 그만둬야 할지 고민스럽고. 여자가 아닌 여자어른으로 가정과 일,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하다. 그리고 가슴은 어떨까? 때로는 우울하고, 슬프고 답답하지 않은가?  

다시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30대 여자들의 꿈은 무엇인가? 지치고 힘든 하루를 당신 어떻게 위로 받고 있는가?

 

지금 당장 인터넷에서도 검색할 수 있다. 여자, 꿈을 가지라는 말을. 그것을 보고 꿈을 품었는가? 실상은 어떻게 꿈을 꿔야 할지 막연하지 않은가? 꿈을 품었다면, 그것도 잠시. 꿈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육아로 지치고 외로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진심 어린 위안을 얻고 싶었지만, 얻었는가? 설사 위안을 얻었을지 언정 그것이 오래가는가?  


당신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방법이 뭘까? 여자 꿈은 뭔가? 그리고 그 꿈을 어떻게 실현 시켜야 할까? 꿈을 발견할 사람도 당신이고, 그것을 실현시켜야 할 사람도 당신이다. 그러면 우리는 가장 먼저 자신의 내면과 하루를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 방법이 노트쓰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 그래서 권한다. 자기 전 30분, 노트를 써라. 당신의 치열한 하루를 진심 어리게 위로해 줄 사람은 당신이고, 당신 꿈을 발견하고 실현시킬 사람도 당신이니. 그러니 노트를 쓰고 당신의 내면을 들어다 보기를. 그리고 30분간, 몰입의 즐거움을 맛보기를.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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