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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언니 May 04. 2016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

나를 사랑하는 법

아이들이 모두 잠들었다. 상황종료. 밤중 수유라는 야근이 남았지만 그래도 상황 종료. 엄마로써 나의 퇴근시간이다. 식탁에 앉아서 노트와 플래너를 펴놓고 펜으로 글을 쓰는 이 시간이 하루에서 가장 편안한 시간이다. 남편이 식탁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물어본다.  


“도대체 뭘 쓰는 거야? 피곤할 텐데 잠자지 뭐해?”  

“하루 정리 중이야. 일종의 일기 같은 거지. 이거 안 쓰면 찜찜해. 그래서 꼭 써야 해"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는 것이 매일 일과가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일기를 오랫동안 써왔나 보다, 생각할 것이다. 일기? 사실초등학교 졸업 이 후에는 써본 적 없었다. 그것도 숙제검사를 받기 위해 반 강제적으로 쓴 거였고. 그랬던 내가 자발적으로, 그것도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20대 때 일기 쓰는 것을 습관화 하려고 여러 번 시도해봤다. 일기 쓰면 자기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사실인지 궁금했고, 또 기대도 했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 몇 월 몇 일 무슨 요일까지 써놓고 뭘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막연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이렇게 매일 일기를 쓰게 된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첫번째 이야기:: 나를 사랑하는 법

엄마가 됐음을 처음 느꼈던 순간이 언제인가? 아기의 태동을 느꼈을때? 허리를 비틀며 힘들게 아이를 낳은 후, 핏덩어리인지사람인지 분간 안 되는 애를 안아 봤을 때? 임신 한 이후부터 엄마가 되는 것이 어떤 모습 일지 수도없이 상상했다. 웃고 있는 귀엽고 작은 아기를 안고 엄마의 행복감에 젖어 드는, 그런 장면을 주로 상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가 됐음을 뼈 속까지실감한 순간은 조리원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숨 넘어갈 듯 우는 애를 안고 있을 때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고 당황스러웠고, 애는 걱정도 되고 뭐라고해주고 싶은데 뭘 해줘야 할지 몰라서 미안하고. 뭐라 할 말할 수 없지만, 운전하는 남편에게 말했다. “ 자기야, 나 죽었다! "


밤에 다섯 번 넘게 깨는 애를 안고 젖도 물려봤다가 안아도 봤다가 자장가도 불러봤다가. 그렇게 애를 안고 거실을 서성이며 창을 봤는데, 그 많던 아파트방에서 불이 켜져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그 새벽, 그게당연한 일 이지만. 혼자 온 세상의 어둠(?)을 지키고 있단생각이 들어 갑자기 울컥해졌다. 애 소변 기저귀를 말아서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남편 뒤통수에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 참았다.


그렇게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한 다음날, 말 안 통하는 애를 안고말 소리 하나 안 들리는 거실에 들어 앉아 “ 까꿍! 까꿍! 우리 아가? 엄마랑 잼 잼이 할까?우리 아가 배고파? “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고. 그러게한 시간 혼자 떠들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내가 뭐하고 있지? 그때초인종으로 택배 아저씨라도 오면 어찌나 반가운지.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유일한 말동무. 그때 참 외롭단 생각을 했다. 애가 손짓으로 처음 자기 의사 표현을했던 그날 저녁, 남편에게 농담으로 말했다. “ 드디어 말동무가 생겼다 ”


애 낮잠 재우고 국에 밥 말아 배 속으로 음식물이란 것을 넣으려는 순간, 엥~~~~~ 자야 할 애가 깨서는 “애미야, 와서 안으라”고 울기 시작한다. 달랜후 겨우 다시 재우고 나왔더니, 이미 밥은 국에 물어 터진 상태. 햐아~~~~한 숨이 절로 나오고 화도 난다. 애한테 화 낼 수 있나, 또 뭐라고 화내? 내 의지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혼잣말 한다. 이상하게 화나고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는다. 먹고 싶을 때 먹지도못하고, 화장실 갈 때 가지도 못하고, 잠 자고 싶을 때자지도 못하고. 내가 초능력자도 되는 줄 알아? 하며 버럭하고 싶어진다.

애가 말을 하기 시작하니 너무 귀엽고 예쁘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애를 내가 낳았나 싶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자아가강해지며 자신의 의지력을 피력하는 미운 짓을 하기 시작한다. 응가 했다고 엉덩이 씻으러 가자고 해도싫어! 밥 먹자 해도 싫어! 싫어! 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원하는 게 있으면 울며 때와 장소를가리지 않고 벌러 덩 들어 눕는다. 그때부터 심한 감정노동이 엄마에게 시작된다. 내가 엄마니 참자, 참아야지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버럭 “그만해” 라고 소리 친다. 그러면 그날 저녁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날. 자는 애 머리맡에 앉아서 엄마가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너무 귀엽고 예쁘지만, 너무 힘들게 하고. 하루에도 수없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조울증을 간접 경험 한다. 엄마라서참아야지 참자 하며 오늘도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이 엄마이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 감정이 이상하게 엉클어지면 어떻게 하는가? 나는 남편을 붙잡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남편은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 아닌가?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기 보단 정떨어지게 말한다. “ 그래서 내한테 뭘 바라는 거야? 내가 뭘 해 줄까? “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한 날은 아무 말 안하고 그냥 듣기만 하라고 소리 지른 적 있다. 남편 입장도 이해된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다가 집에 왔는데 아내가 힘들다 하는 소리가 마음 편하게 들리지는 않았으리라.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조리원 동기 엄마들 카톡방 에다가 “답답하다, 외롭다, 화났다”하며 공감해 주기를 바랬다. 같은 입장에 엄마들이니 따뜻한 위로, 공감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반복하니, 조금 민망해진다. 매번 시시콜콜 얘기 하기도 그렇고, 말하면서 그 상황이 떠올라 다시 기분이 다운되고. 그렇게 얻는 위안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지친 감정과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김미경 아트 스피치 원장님 강의를 듣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그 동안 고민했던 것에 답을 얻었다. 위로와 공감은 타인에게서만 받는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을 찾아 다니기만 했지 나 스스로를 격려해주려 한 적은 없었던 거다.   


“ 괜찮아. 최선을 다했어. 잘했어. 수고했어. “  

별거 아니지만 결국 이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거였다. 그래서 나 스스로 자신에게 말해주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해진다. 머리에 꽃이라고 꽂고 있으면 오해 받기 딱 좋아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고 있는 나를 남편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묻는 것이다.  

“ 자기야? 괜찮아? 제 정신 이지? 당신 이름 말해 봐 "

  

으이쿠! 그래서 조용히 노트를 펴고 펜으로 쓰기 시작했다. 종이에 뭔가를 쓰면 생각이나 감정 정리되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매일 반복하게 되니 일기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를 쓰며 스스로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서 나 너무 힘들었고 외롭다. 애한테 미안하지만 화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이렇게 적었다.   

“ 그래도 괜찮아, 최선을 다했잖아. 수고 많았어. ”  

이런 말들을 쓰기 시작하니 놀랍게도 마음이 진정되고 편안해지더라.


나를 의식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존귀한 일이라는 문구에 왈칵 눈이 쏟아졌다. 당신의지친 마음, 어떻게 달래고 있는가? 오늘도 당신을 사랑하고있는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매일 일기쓰기, 나는 그래서 매일 일기를 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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