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결혼하지 않은 후배들, 특히 여자 후배들과 연락해보면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30대 후배들에게서는 다급함마저 느껴진다.
" 내 짝이 어디 있는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
" 남자들은 어린 여자들 좋아한다는데……걱정이에요. "
" 지금 만나는 놈이 내 인연이 맞는지 의심돼요. "
31살, 결혼에 대한 조급증으로 속앓이 했던 나였기에 그녀들의 마음이 백 번, 천 번 이해되어 말했다.
" 괜찮아! 넌 충분히 멋지고 예뻐. 걱정하지 마. "
" 나도 그랬어. 그런 마음 드는 건 정상이야. "
안다. 여자 30대에 접어 서면 왜 결혼에 조급증이 생기는지. 내가 결혼에 조급증을 느꼈던, 첫 번째 이유는 31살 때 직장생활에 찾아온 지겨움과 매너리즘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터 나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싫었으니 할 말 다 했으랴. 그래서 결혼해서 가정이라는 울타리로 도망가고 싶었다. 지나고 생각하니, 참 무모한 생각이기도 했다. 내 인생에게 무책임한 태도였고
.
직장생활 5년 이상하면 그런 고비는 한 번씩 온다.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혹 이런 연유로 결혼에 마음이 급해졌다면 취미생활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취미를 고르는 기준은 “기승전재미” 무조건 재미있을 만한 장르를 고르기를. 그래서 취미생활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루를 기록해보기를 추천한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할 만한 아이디어를 찾아보거나, 셀프 힐링을 하기를 바란다.
31살 때 나는 바보스럽게 결혼에 목을 매었고, 그 결과 애먼 놈들과 영혼 없는 소개팅을 하며 매 주말을 허송세월 보냈다. 그렇게 6개월을 하고 나니 지치기 시작했다. 서로 간 보기 바쁜 대화에서 나를 포장하기 위해 가식적인 표정과 리액션을 하며, “또 다른 나”을 연기하고 있었다. 소개팅이 끝나면 영혼까지 털리는 느낌과 허무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내가 조급증을 느꼈던 두 번째 이유는 이른바 “ 20대 여자 쏠림현상 “ 때문. 여자가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하고 능력을 갖추면,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괜찮은 남자를 찾는다. 그런데 남자는 어떤가? 직장 생활하고 어느 정도 기반 갖추고 능력이 있으면? 자신보다 한 참 어리고 예쁜 여자를 찾는 것이다. 그런 남자들은 소개팅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30대 여자들이 기반이 잡히고 능력이 있는 상대를 소개팅에서 만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 읽고 있는 괜찮은(?) 남자분들, 제발 그러지 말아요. 그리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랍니다. 오해하지 말아줘요.)
나는 30년 가까운 시간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이른바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결혼할 짝을 찾는 것은 내 노력이나 의지대로 되는 영역은 아니었다. 내 인연을 열심히 찾는다? 어떻게 찾는 거지? 그리고 열심히 는 뭐지?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그놈이 나타날 보장은 있는가? 그렇게 꽤 열심히 소개팅 시장에서 인연을 찾아 헤매다가 6개월 만에, 나는 나가떨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책을 읽고 있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이었다.) 정확하게 구절이 생각나지 않지만,
지나치게 애 태우며 인연을 찾아다니면 오히려 인연은 빗나간다
이 문구가 가슴속에 파고드는 것이다. 지나치게 애 태우고 있는 사람이 누구? 나였다.
그래서 그때 결심했다.
"기다리자. 편안하게 즐기면서 인연을 기다리자"
“인연을 기다리는 태도”
기다림에도 태도가 필요하다면, 힘주어 애타게 기다린다면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어차피 기다린다면 기다림도 즐기자고 마음먹었다.
전혀 생소하고,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은 직감이 발동하는 것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배워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발견한 곳이 “ 스윙 댄스 동호회"였다.
처음 스윙 바에 나가는 날, 문 앞에서 서성이며 한참을 망설였었다. 그러다가 어떤 남자분이 무작정 팔을 끌고 들어가서 얼떨결에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예상보다 훨씬 더 즐겁고 재미있었다. 생활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고, 표정도 밝아져서 주변에서 예뻐졌다는 소리도 꽤 들었다.
그러면 지금 남편을 스윙 동호회에서 만났냐고? 그건 아니다. 동호회에 나가는 시기에 소개팅이 들어왔고, 가벼운 마음으로 소개팅 장소로 나갔다. 만남을 즐겁게 즐기자는 생각이었다. 그 전에는 ‘이 남자가 내 짝이 맞나’ 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간 보기 바빴다면, 남편과의 만남은 ‘ 그냥 즐겁게 이야기하고 들어오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신기하지 않은가? 지금 그 남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다. 애타게 짝을 찾아 헤맬 때는 나타나지 않는 짝을 그렇게 만난 것이다.
최근에 아들을 재우며 읽어준 동화책인데, 가슴을 울리는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 난 루이 아저씨와 닮았었다.
결혼에 대한 걱정으로 속이 타고 있는 예쁘디 예쁜 후배님들, 거기 있나요? 괜찮아요. 당신은 정말 예쁘고 멋집니다. 후배님을 알아보고 당신의 짝꿍이 걸어오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