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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언니 May 31. 2016

‘일을 잘하려면?’ 아닌 ‘일이 재미있으려면?’

일에서 재미를 느끼는 방법

일 잘한다고 사내에 소문난, 레전드급(?) 차장님과 일해 본 적 있었다. 그분을 모시기(?) 위해 기획 팀장님이 온갖 인맥을 총동원했다는 소문이 아닌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분께서 전입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대됐다. 과연 어떤 분 일지, 어떻게 일하시는지, 빈 수레가 요란한 건 아닌지.


그 당시 매주 목요일마다 팀 별로 다음 주 주간 계획서를 작성해서 부장님께 보고 드려야 했다. 우리 팀의 주간 계획서 작성 업무는 내 담당 이었고, 내가 사용하고 있던 주간 계획서 양식은 의례 예전부터 사용해왔던, 어떤 이가 처음 만들었는지 모르는 양식을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해 왔었다. 그런데 한 날, 그 차장님에게서 쪽지가 도착했다. 그 쪽지에는 ‘new 주간 계획서 양식’ 이란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 파일을 열어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새로 작성된 양식은 그 전 것과 비교하여 훨씬 보기 좋게끔 항목들이 재배열되어 이었다. 한마디로 ‘개선된 보고서 양식’ 이었다. 


그 업무를 몇 개월간 해오면서 나는 한 번도 양식을 바꿔보겠단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어진 양식이니 당연히 써야 한다 여겼던 거다. 일하는 방식도 그랬다. 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받은 방법 그대로 똑같이 해오고 있었다. 나는 주어진 일만 기계처럼 하는 그냥 ‘근로자’이었다면, 김 차장님은 책 속에서 읽었던 ‘지식근로자’ 였던 것이다.

지식 근로자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 호텔에 근무하는 청소 아줌마가 지식근로자의 정형이라는 글도 어디선가 읽어봤다. (그 글은 아래 첨부한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다른 법. 김 차장님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동안 내가 일해온 업무 방식을 되돌아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김 차장님에게 배워서 일을 잘 하고 싶었냐고? 일 잘하고 인정받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땐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반복되는 일에 지겨움과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었는데, 김 차장님은 일 자체를 즐기며 좋아하는 모습이 내심 부럽기까지 했다. 


거창하게 지식근로자라는 말을 하며 일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만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우리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몰입하고, 그래서 성취감을 느끼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일을 하며 행복해야 하니깐. 


‘식상하게 반복되어 지겹고 재미없는 일’이 아닌, 반복 될지언정 그것에서 ‘개선의 여지를 발견하고 그런 노력을 통해 재미있는 일, 그리고 몰입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일’. 


개선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으로 자신이 일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고, 그래서 일하는 사람은 몰입하고 일에 재미를 느끼는 일하는 방식을 말하고 싶은 거다.


긱 갭(The Geek Gap)의 공동 창업자인 민다 제틀린(Minda Zetlin)은 <Inc.> 지에 '6 Reasons Small Companies Have More Engaged Employees'에서 다음과 같은 6가지 이유로 소기업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다음 6 가지를 높이면 직원들은 업무에 몰입하기 쉽다는 말. 첫 번째, 업무 통제력, 두 번째 소속감, 세 번째 자기계발 기회, 네 번째 신뢰감, 다섯 번째 투명성, 여섯 번째 리더와의 상호작용. 


이 중에서 첫 번째로 나온 것이 업무 통제력. 즉 자신의 아이디어 나노력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곧바로 적용되고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수록 ‘업무 몰입도’는 높아진다고 한다. 리츠 칼튼 호텔의 청소부 아줌마에게 “일이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이웃 일본에서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 왜 일하는 가>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일에 몰두하면서 나 자신도 놀랄 실험 결과가 연이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나를 괴롭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내 앞날은 어떻데 될까?’라는 의구심과 방황도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정말 거짓말처럼 일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졌다. 일이 힘들다는 생강이 없어지면서 점점 더 적극적으로 일에 몰두했고,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이전까지 고난과 좌절의 연속이었던 내 인생에 꿈꾸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 <왜 일하는 가>,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이제 남은 것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업무에 아이디어를 내면 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것이 남 말하듯이 쉬울까? 말이 쉽지, 사실 실천하기 힘들다. 업무 시간은 분을 다투며 돌아가고, 해야 하는 일들은 내 의지대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생각 만으로는 일을 개선해 나가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 어떻게? HOW? " 의 문제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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