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금언니 Jun 10. 2016

천재 이세돌도 복기를 한다는데

업무 노트 쓰는 이유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돼요.  


몇 해 전, 힐링캠프 이효리 편을 보다가 그녀가 한 명언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돼요. "


그녀가 소신 있게 사회적 이슈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생각을 드러내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 말했다.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나는 그 생각마저도 안 하고 살고 있단 자각 때문 이었다. 효리의 말처럼 사는 대로 더우면 덥다, 추우면 춥다. 누가 화나게 해서 화난다, 누가 싫다 해서 나도 싫다. 수동적으로 주변 환경과 사람들에 맞춰서 생각 없이 살고 있었다. 그녀 말을 듣는 순간, 난 너무 주어진 대로만 살고 있었다.  

회사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사가 해라고 하니깐 하는 거지, 고객이 해달라고 하니깐 하는 거지. 업무에 대해 생각하고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  


앞에 언급한 ‘이주 엘라’나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렇지 않았으리라. 업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했으리라 확신한다. 회사 일이 재미있고 의미 있게 느껴지려면, 잠시 업무를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생각하는 도구가 필요하다. 생각을 정리하거나 확산시키는 방법으로 펜과 종이 만 한 것은 없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업무 중간중간 노트를 써야 한다.   


업무 내용을 간단히 적고 그 업무들에 문제점은 무엇이고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부가가치를 더할 만한 일은 무엇인지 짧게 생각해보고 돌아보는 노트 쓰기 말이다. 그런 업무 노트가 쌓이면 자신만의 업무 매뉴얼이 생기고 되고 그것은 노하우로 축적되게 된다. 그리고 문서화되기 때문에 타인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공유가 되면 회사도 좋지만, 자신도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타인들에게 인지 된다.  


업무시간 사이사이, 점심시간과 커피 타임을 갖는 휴식시간에. 그것이 힘들다면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기 전 몇 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몇 분, 생각하는 시간이 누적된다면 업무노트를 쓰지 않는 사람과 극명한 차이를 내게 됨은 보나 마나 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김 차장님도 어디를 가든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셨고, 늘 뭔가를 적고 계셨다. 일을 잘 한다고 소문난 그의 비결도 노트 쓰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일을 잘하는 것을 뛰어넘어 일에 재미를 느끼고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는 방법도 결국 업무 노트 쓰기이다.  


■ 천재 이세돌도 복기를 한다던데….  


며칠 전, 알파 고와의 세기의 대결을 펼친 이세돌이 자신이 복기하는 이유를 말한 인터뷰 기사를 봤다.   

3년 전이었다. 당시 취재기자가 그에게 복기에 대해 물었다.    

“바둑 끝나면 이기든 지든 복기를 하잖아요. 그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나요? 진 것도 화나는데 졌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한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졌는지 모르는 게 더 답답하죠. 어떻게 이겼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떻게 졌는지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오답노트 정리와 비슷한 개념인가요?”    

“그럴 수도 있지만 좀 다른 느낌이죠. 바둑이 스포츠가 됐지만, 저는 바둑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도자기를 구울 때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야 다음에 좋은 것을 만들 듯, 바둑기사는 더 훌륭한 예술 작품을 위해 복기를 하는 겁니다.”  

그가 2승을 목표로 재 대결을 하고 싶다고 한 이유를 3년 전 인터뷰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떻게 졌는지 알고 싶은 게다. 나아가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권혁재 사진 전문기자의 Behind & Beyond] 복기 또 복기, 승부사 이세돌    

바둑을 예술작품으로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서 영화 속에 ‘무림의 진정한 고수’가 연상된다. 바둑을 대하는 이런 태도가 인류를 대표하는 바둑기사 자리로 그를 올려놓은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바둑의 고수인 이세돌 마저도 복기의 중요성을 이리도 강조하는데 우리는 우리의 일을 얼마나 복기하고 있는가?

 

아이들에게는 복습, 오답 체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복습장과 오답노트를 쓰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과연 우리의 일은 얼마나 복습하고 있는가?  


복기, 복습을 하는 이유는 배웠던 것을 다시금 생각하고 음미하여 잊지 않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답노트를 쓰는 이유는 개념을 잘 못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한다? 이것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는가? 그렇다. 지식근로자의 정의에서 본 것이다.  


천재 이세돌은 마저 복기를 하는데 우리는 업무를 복기하고 복습하고 있는가? 이세돌과 같은 태도로 업무를 대한다면, 우리도 맡고 있고 있는 일에 대해 고수가 될 것이다. 물론 이세돌은 천재 이기 때문에 종이와 펜 없이 머리로 복기하지만, 우리는 평범하다면 종이와 펜의 도움이 필요하다.   


회사를 돈만 벌려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회사는 나에게 월급을 주지만, 나는 회사를 이용해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다니는 것이다. 사업이나 장사를 한다면 할 수 없는 경험들 말이다. 해외 출장이나 해외 주재원, 회사를 대표하여 실무자 미팅을 하는 것, 하다 못해 내 돈 주고 사 먹을 수 없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법인 카드로 밥도 먹는다. 그런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고 성장하려면 지금 하는 일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서 업무 노트를 써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을 잘하려면?’ 아닌 ‘일이 재미있으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