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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언니 Jun 30. 2016

고민과 걱정,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나요?

감정을 정리하는 방법으로의 노트 쓰기

■ 30대 여자, 감정 정리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 육아하는 엄마는 흔들리고 불안하다.

“아기 똥 색깔이 이상해요 “

“애가 갑자기 울어요. 병원 가야 할까요? “

“애가 갑자기 젖을 거부해요. 어떻게 하죠? “

카톡을 찍고 있었다. 첫째를 낳고 조리원을 나온 후 몇 달은 매일 이런 걱정을 하고 살았다. 조리 원동기들과의 단체 카톡방에 애 똥 사진을 찍어서 올리며 물어보기도 했고, 맘스홀릭을 수없이 들어갔다 왔다 했다. 그렇게 해도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진정되지 않으면, 결국애를 둘러 업고 병원으로 뛰어간 적도 많다. 

아기를 키어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말을 못 하는 아기이니. 뭘 어떻게 해줘야 하지, 왜 애가 우는지, 아기 상태가 괜찮은 건지, 갈피 잡지 못했다. 그런데 애는 귀청이 찢어지도록 우니, 한마디로 멘붕 이었다. 

책에 아기가 뒤집는다고 적혀 있는 시기에 정작 내 아이는 뒤집지 않는다고, 애 발달이 느리단 생각이 들자, 또 얼마나 죄책감이 몰려오는지. 내가 태교를 못해서 그런가, 내가 잘 돌봐주지 않아서 아기 발달이 느린 건가, 별에 별 생각이다 들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친하게 지냈던 입사 동기가 한 날은 인형들을 선물해 주었다.

“야, 너에게 딱 필요한 거야! "

알고 봤더니 모 보험회사에서 나온 걱정인형 이었다. 그 보험 회사 광고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뭘 해도 걱정부터 하는 아내를 둔 남자의 이야기였는데, 그 아내가 꼭 내 모습과 흡사하다나?

솔직히 인정한다. 나는 사서 걱정하는 타입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격언은 ‘돌다리가 겁나면 아예 건너지 말라’로 실천하고 있으니 할 말 다했다. 그런 내가 강아지도 아니고 사람인 아기를 낳아 기르니 얼마나 사서 걱정했을까? 

비단 내 이야기만은 아니라 본다. 어깨 넘어서라도 아기를 키우는 것을 본 적도 없고, 내 질문에 대답해 줄 만한 어른인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도 아니니, 손쉽게 물어볼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의지한 사람들이 나와 같은 처지의 엄마들 이었다.  


기승전 호르몬이라고. 임신과 출산으로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경험하며 누구나 한 번은 약하게라도 겪는다는 우울함까지 겹치며 처음 육아를 하는 일 년은 불안, 걱정과 우울이 믹스된 불안정한 마음을 안고 지냈던 것 같다.  

아기가 백일 전에는 외출하는 게 좋지 않다고 해서, 미세먼지가 많아서, 더워서, 추워서. 햇볕 한번 쬐려 해도 안 되는 이유는 왜 그렇게 많은지. 외출 한번 안 하고 말 안 통하는 애와 하루 종일 있으면, 말하는 사람인 남편이 안 기다려지려야 그럴 수 없다. 주야장천 남편 기다리며, 카톡으로 언제 오냐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남편에게 의지하게 된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EBS 다큐프라임 [파더쇼크]를 재미있게 남편과 봤다. 그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전통사회, 대가족 사회에서는 자녀 육아의 부담을 많은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핵가족화가 진행된 현대에서는 육아의 부담이 전적으로 엄마에게 집중되고 그만큼 공백도 커져서 ‘잊혀진 양육자-아버지’가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한 시대라고 한다.   


육아 스트레스와 육아 우울증에 관한 해법을 찾아봐도 배우자의 육아부담을 남편이 덜어줘야 하며,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과연 아빠 육아가 가능한가?

새벽같이 일어나 회사로 나가서 일찍 퇴근하는 시각이 밤 8시, 9시. 그 시각에 노랗게 뜬 얼굴로 퇴근한 남자. 직장이란 조직에서 상사 눈치 보며 옆 동료들과 은근한 경쟁을 하며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생활. 그렇게 지쳐 퇴근해도 집에서 아내 눈치 보며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하는 대한민국 아빠들, 이것이 현실이다. 이런 그들에게 육아의 부담을 함께 나누자고 하는 것이 현실적, 실질적으로 가능한 얘기인가?

 

나도 안다. 위 얘기가 비현실적이란 사실을. 머리로 마음으로 남편의 고달픔이 이해되어도, 내가 몸이 힘들고 (잠 못 자고, 잘 못 먹는 엄마들은 늘 몸이 지친다.) 마음이 괴로우면 남편에게 의지하게 된다.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그 기대에 남편이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마음은 실망과 미움을 넘어서서 분노(엄마의 멘탈이 붕괴된 상태라면)로까지 치닫게 된다.   


예전에 남편과 다툴 때 얘기다. 엄마들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를 알려주고 싶은데, 사실해보지 않고는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래서 남편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한 것이 이거다.  

 

“ 하루 종일 당신의 직속 상사가 당신 옆에 딱 붙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계속 뭔가를 요구해. 쫌 전에 시킨 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계속 딴 일을 시키고. 밥 먹을 때도 화장실 갈 때도 따라다녀. 심지어 밤에도 불시로 계속 잠을 깨워서 뭔가를 계속 요구해. 이런 생활 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겠어? 그러면 자기는 당연히 직장동료에게 조금이라도 불만스럽게 얘기하겠지. 나한테는 직속 상사가 울 아들이고, 직장 동료가 당신이야.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그런 말을 계속 당신에게 왜 하는지 이해가 돼? "


그러자 돌아온 남편의 말은  

“난 적어도 내 동료에게 스트레스를 전가시키지는 않아!”  

“전가가 아냐. 이해하고 하소연하면 그냥 들어달라는 거야”  

“그냥 들어준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 달라지지 않아도 그냥 들어줘. 그러면 내 기분이 쫌 나아진다고.”  

그렇게 답이 없는 대화만 맴맴 도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결국 남편에게 정서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실적으로 육아 부담을 덜려면 기관에 아이를 맡기거나,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친정엄마나 친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육아 정보를 얻으려면 앞서 말한 맘들 카페나 주변 맘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엄마들의 불안정한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남편에게 의지하거나 주변 맘들에게 하소연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이럴 때 감정 일기를 써보자. 나는 노트를 펴서 감정에 대해서 쓰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복잡해진 머리가 정리되었다. 펜을 쥐고 힘들다, 괴롭다, 우울하다 같은 땅 파고 들어가는 말들만 적으면 더 우울해진다. 그런 말들을 절대 적지 말란 것은 아니다. 내 마음 나도 몰라, 하면 더 우울해지고 답답하기만 하다. 한 숨 크게 들여 마시고 이렇게 적는다.  


“ 내 감정과 생각은 내가 통제한다”   

이렇게 한 줄 적고 시작한다. 그리고 마음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본다. 감정에 대해 분석을 해야 한다.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인지, 그렇게 느끼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원인이 뚜렷해지면 해결책까지 생각한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은 분명 원인이 있어서 생기는 것이다. (혹 아무 원인도 없이 우울하기만 하다면,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원인을 찾고 해결방법을 떠올리면,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짐을 느낄 것이다.   


떠올린 해결 방법대로 행동하게 되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붙는다. 이렇게 몇 번만 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도 그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자기 믿음이 생긴다.   


「그림으로 디자인하는 생각정리업무기술」이란 책에서 답답한 마음을 정리하는 기술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아까 만난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은 아무리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만약 생각하고 싶다면 해결 방법을 고민하라.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궁리하고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면 고민은 해소될 것이다. -「그림으로 디자인하는 생각정리업무기술」, 니시무라 가쓰미 저 정지영 역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는 「걱정도 습관이다」라는 본인의 저서에서 나쁜 감정이 들 때마다 감정일지를 쓰라고 했다. 감정일지는 인지행동 치료를 할 때 가장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아져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습관처럼 감정 일지부터 꺼내자. 처음이 어렵지 한번, 두 번 지속하다 보면 나중에는 그야말로 버릇처럼 몸에 익어 훨씬 쉬워질 것이다.  나아가 이렇게 감정 일지를 꺼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동적으로 나쁜 생각이 줄어들곤 할 것이다. 감정 일지를 쓸 때마다 나쁜 감정이 사라졌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함께 떠오르기 때문이다.  - 「걱정도 습관이다」, 최명기 저  

어떤가? 노트를 쓸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 30대 여자, 감정 정리가 필요한 두 번째 이유:: 내 마음 같지 않은 새로운 가족 “시월드와 남편”  

“일이 힘든 것은 참는데, 사람이 힘든 것은 못 참는다.”  

직장인들은 인간관계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꼴도 보기 싫은 동료 혹은 상사를 매일 봐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직장을 관두는 것까지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데 직장은 그만두거나 부서를 옮길 수 있지만, 만약 가족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을 바꿀 수도 없고, 직장처럼 관둘 수도 없고.  

 

남자든 여자든 결혼을 하면 법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가족인 시댁과 처가가 생긴다. 30여 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던 사람들과 결혼식 하루가 지나면 가족이 된다는 것. 법적으로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하루아침에 핏줄로 이어진 친정식구들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솔직히 긴 세월을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아온 친정 엄마나 언니, 오빠, 동생들과도 사소한 다툼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더 할 것이다.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친정 같은 시댁이 현실에서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주변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만약 있다고 해도 그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내 주변, 혹은 전해 들어본 사례들 중에서 시댁 스트레스가 심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원인 하나는 정서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시댁과 경계가 모호한 경우였다. 시아버지나 시어머니가 없는 경우 정서적으로 아들에게 의지하여, 남편에게 시부모님의 착한 아들 역할에만 충실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 외에도 다양한 원인들이 있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댁 스트레스 해결법으로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남편과의 대화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연애  때는 그렇게 얘기가  통하고, 눈빛만 봐도 속을   있다 믿었건만, 시월드 얘기만 나오면 대화가 안되니 답답할 노릇이다.


우선 말하는 나부터도 감정이 정리가 안되어 화부터 내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이렇다.   

‘상황과 그때 들었던 감정들을 간결하게 이야기하고,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말한다.’  

하지만 실전은 다르다. 내 감정이 정리가 안된 상태로 이야기하면 화만 내다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도 전에 남편은 귀를 닫아 버리고 있다. 뭐 듣는 남편도 시댁 얘기만 나오면 예민한 상태 들으니 대화는 겉돌기만 한다. 결국 가치 돋친 말들만 쏟아내다가 대화가 끝나고, 그 말들에 상처받게 된다. 그런 대화가 몇 번 있다 보면, 실망하고 마음을 닫으며 ‘내가 왜 결혼을 했지’ 후회막심 이라며 결혼에 대한 회의감에 밤 잠 설친다. 30대 여자의 마음은 오늘도 고달프다.  


예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때나 ( 보통 시댁 관련 불만이 화두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남편을 설득해야 할 안건이 생기면, 나는 대화 전에 노트를 펼쳐놓고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한 후 말한다. 대화할 때도 정리한 노트를 펼쳐놓고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남편 이야기를 들을 때는 펜을 쥐고 내용을 정리하며 듣는다. 이렇게 대화하면 서로 쓸데없이 감정만 앞세우게 되지 않고, 사실과 오해한 부분들이 구분이 된다. 오해한 부분이나 잘못은 쿨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 대화 도중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의논한다. 발전적인 방향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트 와펜을 펼쳐놓고 대화하면 좋은 점은 대화하는 남편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노트와 펜을 들고 나와서 ‘잠시 이야기 하자’고 하면 남편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그리고 남편 또한 대화하는 자세가 틀려진다. 귀를 닫지 않고 내 말을 진지하게 귀담게 듣는다. 상대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면 서운한 감정이나 화는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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