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게 많은 사람일 수록 화가 많다
몇주 전 남친이가 이런 말을 해줬다.
당연한게 많은 사람일 수록 화가 많데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당시의 상황을 기억해보면..
결혼식에 대해 남들 어떻게 하는 지 물어보거나 친척들 눈치보지 말고
엄빠가 진짜 원하는 것/하기 싫은 것 생각해보시라고! 나는 그 의견이 중요하다고! 다른 사람들은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부모님이 올드피플이라 잘 통하지 않았다.
남친이에게 답답한 마음을 토하다가 역사(?) 까지 나왔는데 ㅋㅋ
A - 남친 / B - 나
A: "부모님 세대는 어쩔 수 없다"
B: "세대가 아니라 비판의식의 문제다. 그렇게 따지면 한참 더 올드피플인 이순신 장군은 모두가 안된다고 할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라고 해서 역사를 바꿨다. 역사 속 비판의식이 있었던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편하게 여기 있는거 아니겠느냐. 모두가 비판의식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허례허식 결혼문화가 이렇게 안바뀌고 있는 거다~~ "
A: "모두가 비판의식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조차 B의 편견일 수 있다. XX 전쟁에서 비판의식 없이 왕이 시켜서 앞에 선 사람들 덕분에 잘풀린 역사도 있다. (중국 어쩌구.. 기억이 안남;; 비판의식을 가지고 왕이 시키는 대로 안싸웠으면 큰 일 났을 사건이였음)
...
안정적으로 흘러가는대로 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 대화를 통해 나는 겉으로는 모든 사람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비판의식 없이 사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도 그들의 방식대로 역사에 기여했음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도.
시대의 물결을 거슬러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분들을 참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창업가 정신)
그 반대의 사람들도 더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남자친구는 어렸을때는 부모님이 부족해보일 때도 있었지만
요즘 시대에 남에게 피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부모님은 안그래서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하.. 남에게 피해안주는 것은 당연한거 아닌가???
나는 이걸로 우리 부모님을 존경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다. 왜냐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위의 말을 듣고 나의 당연함의 기준을 어디까지 낮춰야할 지 고민을 시작했다.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모든 것이 나에게 너는 당연함의 기준이 높다고 말하는 느낌을 계속 받고 있다.
1) 같이 협업하는 디자이너님
디자인에 맞춰서 개발자가 구현을 못하면 피드백을 주시는데 (디자인 필터링)
피드백을 반영하면
"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자주 코멘트를 남기신다.
(내 기준) 디자인 규격에 맞게 개발자가 원래 맞춰야하는게 맞고
그걸 못 맞춰서 추가 피드백을 듣고 추후 맞춘 것은 당연한 것인데
확인완료! 가 아니라 감사! 라니...
2) 정승제 선생님 쇼츠
결혼 전에도 어차피 나혼자 다하고 있으니까 결혼해도 내가 다한다 ~
내가 다하는게 맞는데 옆에서 도와주면 고맙다~
이거는 누가하고 저거는 누가하고 나누지 말고
집안일 1/2 하는거 100% 당연한 것 + 결혼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충격받음,,
3)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책
(솔직히 5번 정도는 아직도 괜찮다고 느껴짐 ㅋㅋ.. 하지만 이제 그렇게 생각 & 말 안하고 싶음 ㅠㅠ)
책을 읽다가 당연시 패턴 진짜 많이 쓰고 있음을 깨달음
~는 기본아니야?
~는 당연한거아니야?
일할 때도
"이건 개발자의 기본 역량 아닌가?"
"이건 당연히 있어야하는 기본 기능이지".
이런식으로 많이 쓰고 있음 (따흑)
그만큼 나에게 당연한게 많다는 것이겠지.. 그래서 화도 많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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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당연함의 기준을 낮춰야 할지 어렵다.
나는 나에게만 높은 당연함의 기준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는 데 생각보다 남에게도 높은 당연함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가정/교회 - 뉴스에 범죄자로 안나와서 고맙다 (??) ㅋㅋ
직장 - 출근해줘서 고맙다 (??) ㅋㅋ
남친/친구들 - 나같이 까탈레나를 좋아해줘서 고맙다 (??) ㅋㅋ
어렵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