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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Mar 02. 2024

예전에 썼던 제목은 취소할게요

인스타 계정이 없어졌다. 어차피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히 포스팅하거나 활동을 한 건 아니라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나, 없어져버렸다고 생각하니 잠시 허전하다.


당분간 조용히 쉰다고 설정을 바꾼 것을 아예 지워버린 것이었나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문제라면 정확한 계정 아이디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나 아직 젊은데.) 중간에 언더스코어가 있었나, 닷이 있었나, 그게 앞에 있었나 뒤였나, 그런 거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볼펜으로 촘촘히 찍어 그린 그림처럼 악착같이 기억하고, 신경을 쓰던 것들이 이제는 수묵화로 드문드문 찍어낸 점만큼 기억과 기억의 사이가 멀다. 물에 탄 듯 흐려져버린 점의 코어를 애써 상기하며 '그거 비슷한 무언가 있었지' 정도로 기억하는 것이다.


딱히 중요한 걸 잃는다는 감각은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워 덕분에 조금 더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길 어디쯤 있는 건 아닌가, 작은 희망마저 생긴다.


왜 그리 예민하게 신경 쓰며 살았을까.


예전에 쓴 글 중에, 사는데 무기가 필요한 당신에게.라는 제목이 있다. 마치 나의 글이 사람들 손에 [무기]를 쥐어주는 힘을 준다고, 아주 딱이네 하며 스스로 썼던 제목인데, 새삼 읽고는 뜨악했다.


삶을 전쟁터라 보지 않는 이상, 무기가 왜 필요할까. 당신에게도 무기가 필요하죠, 당신 삶도 전쟁터잖아요 라고 의심 없이 단정 짓고 말았던 무지였다.


그때는 실제로 삶은 분투하는 것이라 믿었다. 살아남아야 하는 곳. 싸워서 이겨야 하는 곳. 그래야 설 곳이 있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 만이 최선인 인생이라고.


잔뜩 긴장하며 살아온 20대를 지나 30대까지, 얻은 거라면 우뚝 선 승모근과 날카로워진 성질, 몇몇 자가면역 질환들이니, 그렇게 꽉 붙들고 단단하게 조이며 살 필요가 없었다. 나에게 올 봄을 언제나 먼 미래에 두고 오랜 시간을 겨울처럼 살았다.


즐기지 못하면 나만 손해다.

나를 보살피는 마음으로 살지 못해 스스로에게 미안해졌다.


이제는 좀 알았으니, 덜 촘촘한 마음으로 살아보아야지. 몇 년 전부터 가볍게 살아보고자 했으나, 여전히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쉽게 불안해하고 작아지는 쫄보다. 습관성 쫄보.그런 나를 또 자책하기만 했다.


마음가짐도 습관이다. 새로운 습관을 들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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