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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Apr 28. 2024

꽃밭을 얻고 물집도 얻고

독일 동화 '라푼첼'은 양상추를 뜻하는 채소 이름이라지요.

상추를 심었습니다.

펜션 전체에 꽃밭을 조성하고 있는 분위기라 펜션 뒤로 상토 포대에 그대로 모종을 심었습니다.

포대에 심으면 12월까지 상추를 먹을 수 있다고 해서요.

라푼첼은 남의 상추를 먹고 성에 갇혀 긴 머리카락을 사다리처럼 내려 줘야 했습니다.

저는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먹어도 됩니다. 제가 키우니까요.


한 봉지 가득 해바라기 씨가 생겼습니다. 펜션 뒤, 강으로 내려가는 한 공간에 심으면 된다고 합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들이 많은데 운동을 잘 못 했습니다. 몸을 움직여 볼 겸 공터에 갔습니다.

잡초가 무성합니다. 펜션 사장님은 잡초 제거하라는 말을 미안해서 못하는지 그냥 심으라 합니다.

해바라기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잡초를 뽑습니다.

농기구 있는 곳을 알려주십니다.

호미, 낫을 처음 사용해 봅니다.

도시에서 평생을 살다가 인생 첫 경험입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하면 될 줄 알고 시작했습니다.

해바라기 씨가 너무 많습니다. 하늘 향해 쑥쑥 클 해바라기를 생각하니 욕심이 생깁니다.

공간을 만들어 봅니다. 대강 잡초를 제거하고 씨앗을 심으니 3시간 동안 일을 했습니다.

오후 4시 넘어 시작한 일이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니 저녁 8시입니다.

흙을 만지니 좋습니다. 땀이 납니다. 잡념이 없어집니다.

 농사를 업으로 한다면 힘이 들겠지만. 이렇게 가끔 흙을 만지고 농지를 일구거나 꽃밭을 만드니 좋습니다. 호미를 처음 사용했는데 해외에서 한국의 호미가 인기 있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새로운 경험이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주어야 하는 가 봅니다.

멀쩡한 손가락에 물집이 생겼습니다. 어쩌겠어요.

그래도 개월 지나지 않아 해바라기 꽃밭을 구경할 수 있겠지요. 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by 빛날 ( 농부라 우겨봅니다 )

P.S 잡초 가득한 사진을 미리 찍어 놓지 못해 아쉽네요. 전후 비교 사진이 될 텐데요.



 

매거진의 이전글 4월 14일에는 해바라기를 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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