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와 파리로 떠난 신혼여행기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는 단연 플리트비체 호수공원이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을 디자인할 때 이곳을 모티브로 했을 정도로, 이곳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크로아티아에서는 플리트비체 외에도 크고 작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결혼 준비로 정신이 없었던 우리는 항공권과 숙소만 미리 예약 해놓고, 구체적인 일정과 동선은 미리 짜놓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그날 안내책자를 보면서 기분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을 다녔다.
스플리트를 떠나기 전날 밤 숙소에서 여행 책자를 보다가, 스플리트에서 자다르로 가는 길에 크르카 국립공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플리트비체는 크로아티아에 오기 전부터 꼭 가고자 마음 먹었던 곳이지만, 크르카는 애초에 생각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전까지 방문했던 곳은 모두 도시였는데, 조금씩 여행 피로가 쌓여가고 있던 터라 크르카의 자연을 보니 자연스레 마음의 끌림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그렇게 우리는 예정에 없던 크르카 공원으로 향했다.
크르카 국립공원은 스플리트 구시가지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다. 우리는 렌트카를 이용했기 때문에 짐이 많았음에도 비교적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크르카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면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구입한 티켓을 직원에게 보여주면 입장이 가능하다. 3월의 입장료는 성인 1인당 30쿠나(5,400원 정도)였다.
호수 입구까지는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간혹 매표소에서 호수까지 걸어서 가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입구에 주차장이 있으나 입구에서 호수까지 거리가 1km 인데다가, 산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차를 타고 호수까지 들어가는 걸 추천한다.
크르카는 작은 플리트비체 같다고들 한다. 전부 둘러보는데, 여유롭게 걸어서 2시간이면 충분하다. 산과 숲과 나무의 초록빛, 호수와 하늘의 푸른빛이 이루는 장관을 바라보며, 개울이 흘러가고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대자연의 생기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만약 크르카를 미리 계획하고 갔다면 우리가 받은 인상이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계획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갔기 때문에, 우리의 감동이 더 했는지도.
역시는 역시. 크르카 호수공원의 대자연이 주는 감동도 컸지만, 플리트비체의 스케일은 크르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였다.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아바타의 배경에 모티브를 주었다는 말이 자연스레 이해되었다. 어떤 영화감독이나 예술가라도 영감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광경이었다.
플리트비체 호수공원은 깊은 산속에 있다. 시골길 같은 음산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꽤 운전해서 들어가야 플리트비체 입구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3월 중순이었는데, 플리트비체는 고도가 높은 곳이어서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온도가 10도 이상 낮은 정도로 추웠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에도 꽤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이곳에서도 역시 한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플리트비체 입장료는 성인 1명당 55쿠나(만원정도). 플리트비체는 짧은 건 2~3시간부터 긴 것은 6~7시간까지 여러 개의 코스로 이루어져있다. 저녁에 파리로 이동하는 항공을 예약해두었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쉽게도 가장 짧은 2~3시간 짜리 코스를 선택했다.
2~3시간 짜리 코스인데, 급한 마음에 너무 빨리 돌아버린 나머지 30분 만에 완주를 했다. 아쉬운 마음에 한바퀴 더 돌았다. 두번째 돌 때는 폭포까지만 다녀왔다. 폭포의 스케일이 한국에서 보던 것과는 정말 비교가 되지 않았다. 폭포 앞에 섰을 때의 느낌은 마치 높은 빌딩 아래에 서서 빌딩 꼭대기를 바라볼 때의 심경과 같았다.
폭포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데, 유럽 관광객 두 명이 폭포 앞에서 자기들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흔쾌히 찍어주고는 우리도 똑같이 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스케쥴상 플리트비체를 급하게 돌아본 것이 여행 중에 가장 아쉬움이 남는다. 눈앞의 대자연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눈에 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날이 또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