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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밤하늘

엄마의가출일기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많은 별을 본것은. 할슈타트의 아름다움을 뒤로한채 프라하로 떠나는 벤에 몸을 실었다. 고단했는지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내 머리는 사물놀이 상모돌리기를 하듯 휘둘러댔다. 그러다 창문에 머리를 콕 부딪혔고 눈이 번쩍 뜨였다. 깜깜한 주변, 빛 하나 없는 어둠이 가득한 풍경 덕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쳐다봤다. 


‘와...’ 


까만 밤하늘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을법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별이었다. 멍하니 하늘의 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이 떠 올랐다. 예전에는 가족하면, 엄마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 이젠 다르다.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귀여운 나의 딸과 아들이 아른거렸다. 내가 진짜 가족을 꾸렸구나. 내가 정말 엄마가 됐구나 싶었다. 


유난히 어두운 밤 풍경에, 유난히 빛나는 밤 하늘. 딸 아이의 작은별 노랫소리가 귓가를 멤돈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잘 부르는 동요가 ‘작은별’ 이었기에 딸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유일하 게 꾸준히 불러줬다. 딸이 태어나고서도 마땅히 가사를 다 아는 동요가 몇개 되지 않아 애창곡인 마냥 불러댔다. 또 영어동요 가사를 정확히 다 아는 노래도 이 곡이 유일해 지겹도록 들려주었다. 부르기만 했지, 하늘을 보며 작은별을 만나기는 또 오랜만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노래도, 모차르트 작곡 작품이구나. 


요즘은 땅에 등을 대고 누워 밤하늘을 쳐다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내가 아주 어릴 때, 외할머니 집에는 마루가 있었는데 여름이면 그 마루에 누워 하늘을 보곤했던 것 같다. 밤하늘을 보며 오늘 밤에는 무서운 꿈을 꾸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당시 인형탈을 쓴 거인들이 나오는 꿈이 내게는 큰 공포였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아직도 그 꿈의 잔상이 가끔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나는 공원 정자에 누워 밤하늘을 가끔 바라보곤 했다. 내가 살던 고향에는 몇 걸음만 걸어가면 넓디 넓은 공원이 많은 곳이었는데,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독서실 가는 길에 친구들과 공원에 들러 신세한탄도 하며 하늘과 나란 히 누워 시선은 별을 향하지만 입은 소소한 고민 거리를 털어 내곤 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없었다. 그러다 재작년 딸과 함께 떠난 싱가폴 가족 여행 중 가든스바이더베이에서 슈퍼트리 아래에 누워 레이져 쇼를 바라본 것이 다이다. 그때는 밤 하늘의 별빛 대신, 슈퍼트리의 반짝이는 별을 보았다. 그때도 참 황홀하긴 했는데, 하늘의 별을 본지는 정말 오랜만이다. 


얼마 전 딸아이와 햇님, 달님, 별님에게 인사하는 동화책을 읽었다. 햇님은 자기가 아는데 달님과 별님은 못봤다며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작은방의 블라인드를 올려 보았지만, 도시의 환한 불빛 덕에 별은 보일리 없었다. 딸에게 “깜깜 밤이지만, 주변이 너무 밝아서 달님이랑 별님이 잘 안보이네.”라며 다음에 우리 함께 별 보러 가자 말했었다. 그 별을 엄마가 먼저 봐 버렸구나. 우리 밤이 조금 더 따뜻해지는 여름이 오면, 밤하늘의 별을 보러 가자꾸나. 내가 여행한 곳들은 밤거리 마저 화려 해서, 밤하늘의 풍경을 느낄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고요한 밤 풍경 속에 반짝이는 별까지 보며 마지막 밤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더 좋았다. 



누가 수천, 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서 하나밖에 없는 어떤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거야. 


- 어린왕자 중에서 - 




이 여행의 순간 이후,

딸 아이와 종종 밤 하늘의 별을 보았고

유독 크게 반짝이는 별을 발견하면 엄마에게 자랑하는 딸이다. 


어서 날이 풀려, 돗자리를 펴고 밤하늘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날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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