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산에 왔다.
2시간 전, 타고난 길치인 나는 30분 일찍 터미널에 도착하여 군산행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센트럴시티와 고속터미널이 위치가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급히 맞은편 승차장으로 질주하였던 탓에 벌써 지친다. 다행히 나를 태운 버스가 프리미엄 버스였고 분리된 1인석을 예매한 덕분에 주변에 민폐 끼칠 걱정 없이 에어컨과 부채질로 땀을 식혔다. 이번 여행, 시작이 아주 좋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2. 숙소에 왔다.
볼 것 없다는 군산에서 2박을 결정했던 것은 화담여관의 인테리어가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관에서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있다. 아침에 사장님과 한 통화 때문이다.
아침에 여행 짐을 싸는데 문자가 한 통 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두 자리 예약하신 일정 변경 없으시죠?"
혼자 가는 여행에 두 자리를 예약할 리 없는 나는
"오늘과 내일 2박 예약했습니다."
라고 답장하였고 이내 전화가 걸려왔다. 사장님의 착오로 내가 예약한 방이 만실이 되어 1박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더니, 곧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하신다. 전화를 끊고, 내가 화를 냈다고 느끼신 것은 아닐까 생각하던 순간에 다시 전화를 받았고, 사장님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무사히 군산에 올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를 나누고 게스트 규칙, 주방과 욕실 사용법, 파티 등 설명을 듣는 동안 괜히 사장님 눈치가 보였다. 본인 실수로 일어난 해프닝인데 손님한테 눈치를 주는 것이 서러웠다. 그리고 오해였다. 알고 보니 눈치를 주고자 한 것이 아니라 성격 상 낯을 가리신 것이었다. 파티에서 손수 만드신 고퀄리티 요리로 안주를 준비해주고, 본인의 세계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보기 드문 멋진 사장님을 오해한 것을 반성한다. 이게 다 버스 놓칠 뻔한 탓에 신경이 곤두 선 나머지 예민해서 그렇다고 하면 핑계이다.
아무튼 사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참여자가 낯을 가리는, 신비한 분위기의 파티에 참석한 나는 '이 사람들은 말도 안 하고 어색해하기만 할 거면서 파티에는 왜 참석했지?' 싶었는데 이내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다행히 오늘이 내일로 여행의 마지막 날인 한 분께서 대화를 주도하여 분위기를 풀어준다. 학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혼자 온 사람, 같이 온 사람, 정말로 다양했으나 의외로 이야기가 잘 통한다. 여행 이야기로 시작해서 각자가 하는 일이나 공부하는 전공, 라식 라섹 경험, 우리 사회문제의 현안, 연애 고민까지 정말 많은 종류의 이야기가 오고 간다.
시끌벅적하지 않은 도란도란 앉아 이야기하는 지금 이 술자리가 바로 사장님이 그리던 모습이라고 한다. 화담(話談)이라는 이름에 매우 잘 어울리는 장면이다.
3. 노래방에 왔다.
노래를 좋아하긴 해도 군산 노래방에 오게 될 줄은 예상 못 했다. 그것도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숙소는 11시 소등이 규칙인지라 파티를 정리하고 잠에 들 사람들과 나갈 사람들로 나뉘었다. 2차는 중국집이었는데 다들 배가 불러 7명이서 안주 하나 시켰다. 우리의 지갑을 안전하게 지켜준 화담 사장님께 감사를 표한다. 취기가 올라오니 낯가림은 온 데 간데없고 원래 알고 지낸 사람들 마냥 신나게 떠들었다. 무리 중 한 명이 글을 쓰는 게 취미라고 한다. 취미가 겹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드물기에 한참 동안 글쟁이들끼리의 수다를 떨었다.
그래서 3차를 노래방으로 가게 된 정확한 전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스물한 살 동생 한 명이 술 마시면 노래 부르고 싶어 진다고 말한 것이 한몫, 나 말고 모두가 이 날이 군산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들었을 아쉬운 마음이 두 몫 했나 보다.
야심한 새벽, 군산에서 노래방을 찾으려면 택시를 타고 '나운동 차병원' 앞에서 내리면 된다. 7명 취향이 맞기 쉽지 않은데 다들 발라드를 즐겨 부른다. 누군가 다수를 위해 배려했을지도 모르겠다. 서비스 시간을 많이 줘서 엄청 신나 했는데 알고 보니 후불제였다. 5만 원 나왔다.
4. 다시 숙소에 왔다.
여행 첫날. 수다 5시간, 노래방 3시간, 아침 5시 취침. 이마저도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재미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10시 30분에 일어나서 어제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나간다. 군산에는 '짬뽕이 맛있다'고 유명하기 때문에 중국집에 간다. 내 위에는 '소맥이 가득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 두 명이 짜장과 짬뽕으로 해장하는 동안에 글쟁이 둘은 연신 뜨신 물을 마셨다. 이름 모를 차에 의존하여 속을 달랜다.
5. 카페에 왔다.
90년대 나이트클럽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OLD BRICK은 창고형 카페로, 꽤나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평소 즐겨 마시는 캐모마일이 없다길래 도전한, 처음 마셔 본 허브티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맛은 다즐링 비스무리. 나쁘지 않다. 어제 못 다 한 수다를 이어갔고, 쉰 목소리를 다시 되돌릴 생각이 전혀 없는 남자 네 명이 거기, 군산의 인테리어 예쁜 카페에 있었다.
6. 식당에 왔다.
글쟁이라는 공통점으로 순식간에 친해진 분의 안내를 따라 아복식당이라는 곳을 찾았다. 복국(또는 복탕)을 전문적으로 하는 집이다. 아닌 걸 알면서도 독이 있을까 겁이 나 맘 놓고 먹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린다. 맛은 고등어로 동태탕 끓인 맛. 식사를 마치고 나와 조금 걸으니 이성당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도 줄이 무척 길다. 어디에나 있는 빵집인데, 저기는 무언가 다를까도 싶었지만 호기심은 인내심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동국사로 발길을 돌렸다.
7. 군산에 왔다.
이번 여행은 삼일운동 100주년을 맞아, 2019년 3월 1일에 맞춰 떠나 온 여행이다. 나는 일본을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일본을 좋아한다는 표현을 쓰면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현시점의 일본이 가진 일정 부분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저지른 만행까지 포함하여 일본 전체를 좋아해 줄 의향은 추호도 없다.
스무 살 때 들었던 논리학 수업에서 '결합의 오류'를 배운 것이 기억난다. 논리학의 비형식적 오류 중 하나로, 부분적 속성으로부터 전체의 속성을 잘못 추리하는 오류이다. 경제학에서는 미시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것이 거시적 관점에서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의미로 '구성의 오류'라는 비슷한 개념을 소개한다.
부분과 전체의 성질은 엄연히 다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낯선 타지에서 나를 챙겨준 일본인 친구들, 그리고 함께 나눈 이야기와 추억들이다. 도쿄와 오사카 여행에서 경험한 특유의 생활문화나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과 영화, 드라마 역시 좋아한다. 싫어하는 것은 일제시대의 과거 만행과 지금까지도 파렴치한 외교 장난을 일삼는 정부 고위 관료들이다.
우리는 적산가옥-적의 재산이라는 의미로 일제시대 때 지어진 일본풍 주택들이 광복 이후 대부분 철거되었지만, 군산에는 일제 강점을 입증하고 상기시키는 역할로써 일부러 남겨두었다고 한다.(Negative Heritage)-을 구경하며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정에서 아픔과 즐거움을 분별할 줄 알고 있다.
(1) 여미랑에 왔다.
일본식 가옥 형태의 숙소로 연인 또는 가족 관광객에게 추천하고 싶다. 연못을 둘러싼 풍경이 정말 마치 일본의 어느 한 료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랜 친구의 집'이라는 뜻의 고우당 찻집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고우당은 여미랑의 옛 이름이다. 지금 이름인 '여미'의 뜻은 '잊지 말자'인 듯하다. 가까운 여행지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경험하는 특별한 추억과 함께,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도 잊지 말자.
(2) 항쟁기념관에 왔다.
동국사로 향하던 도중 마주친 작은 항쟁관은 일제시대 항일운동의 기록을 현대로 전달하고 있다. 2층에는 그때의 고문 현장을 재현해놓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 사다리꼴 모양의 감옥에 들어가 있자니 답답함을 견디기 힘들다. 앉지 못하고 서있도록, 그것도 허리를 굽히고 간신히 설 수 있도록 비좁게 만들어진 이 곳에서 얼마나 많은 목숨이 희생되었을까.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과연 죽음으로의 탈출보다 끔찍한 고통을 견디며 저항하는 삶을 택할 수 있었을까?
항쟁관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상해에 있어야 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다. 우리 역사를 더 체험하고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원 분 목소리가 들린다. "술집입니다~" 아마 나처럼 기념관으로 착각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았나 보다. 참 가게 이름을 잘 지었다.
동국사로 가는 길에는 볼거리가 꽤 많다. 아기자기한 느낌의 가게들이 즐비한 골목을 걷다 보면 관광지 입장료가 저렴한 군산에서도 내 지갑은 자꾸 가벼워진다. 유명한 츄러스 맛집에서 인절미츄러스에 도전해본다. 이름만큼이나 맛도 생소하다. 더욱 생소한 것은 내 모습인데, 옷에 묻은 하얀 가루들이 봄 여행객을 아직 한겨울에 묶어둔다. 처치가 곤란했으나 나름의 분위기에 취할 수 있다.
(3) 동국사에 왔다.
우리나라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이 곳은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조선총독부와 같이 철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아픔을 후대에도 전하자는 취지로 동국사를 보존하여 현재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동국사의 대웅전을 보면 화려한 우리나라 사찰의 대웅전과 달리 그 모습이 매우 단조롭다. 왼쪽에는 소녀상이 서 있다. 소녀상의 발아래에는 네모난 연못이 있고 소녀의 시선은 일본을 향한다. 연못은 대한해협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옆 범종은 땅에 끌릴 듯한 우리나라의 종들과 달리 아주 조그만 크기로 매달려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9년에 일본 교토에서 만들어져 건너온 종이다.
(4) 히로쓰 가옥에 왔다.
최근에 재미있게 본 미스터 선샤인에 등장하면 어울렸을 법한 목조주택이다. 실제로 영화 타짜에도 등장했다고 한다. 내부 개방이 되는 날이 아니어서 외부만 살펴본다. 일본까지 가지 않고도 다다미 방 내부를 걷는 경험을 기대했던 터라 아쉬움이 드는 마음을 잘 가꾸어진 정원을 거닐며 달래 본다.
(5) 근대건축관에 왔다.
진포 해양공원 근처에서부터 건축관, 미술관, 박물관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한 번에 관광할 수 있다. 경제 수탈을 목적으로 세운 조선은행의 군산지점은 오늘날 군산 근대건축관이 되었다. 채만식 소설 탁류에 등장하기도 하는 근대사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1909년 한국은행 설립 이후 2년 만에, 조선은행으로 개칭되었던 때의 역사가 옛 금고가 있던 방을 개조한 전시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금고가 채워지기까지 우리 민족은 헐벗고 굶주려야만 했다."라고 쓰인 벽을 한참 바라보다 분노가 감사로 바뀔 때쯤 걸음을 옮긴다.
박물관에는 가지 않았다. 대신 그 옆에 장미갤러리가 있어 들렸다. 2층을 잠시 둘러보니 옆에 위치한 미술관과 견주어도 될 훌륭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층에서는 천연비누, 디퓨저 등을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시간 여행을 마치고, 지금 느끼는 감정들을 글로 옮겨 쓸 곳을 찾는다.
8. 또 다른 카페에 왔다.
장시간 미세먼지에 노출되어 호흡기와 안구에 피로가 쌓여 박물관 구경을 이어가는 것이 더는 무리라고 느낄 때 군산세관 옆 카페를 발견한다. 박물관은 내일 다시 보기로, 지키지 않을 다짐을 하고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아까 동국사 가는 길에 산 엽서와 메모지도 구경한다. 해리포터, 원스 등 외국영화들의 명장면이 그려진 엽서들을 보며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다가 나의 최애인 '어바웃 타임' 메모지를 발견한 즉시 내적 갈등이 사라졌다. 한 번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지갑을 열기가 쉬워져 엽서도 여러 장 집어 들었다. 여행에 오면 늘 그렇듯 돈 쓰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로 했다.
'먹방이와 친구들'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이 카페는 1908년에 만들어진 옛 세관창고 자리에 있다. 화장실이 바깥에 잔디밭 사이에 숨어 있어 찾기 불편하다. 야맹증과 길치의 환상적인 콜라보는 내 몸을 전율에 떨게 한다. 간신히 마지막 떨림이 있기 직전에 목적지에 도달한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정말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여행이다.
2층 구석에 자리를 잡고 글을 읽고 쓰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이 줄어들어 내부 인테리어 구경에 유리해졌다. 마치 도서관처럼 꾸며놓은 이 곳의 또 다른 이름은 '인문학 창고 정담(精談)'이다. 군산에는 이야기가 참 많다. 오늘도 '정겨운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 숙소로 향한다. 1층에 내려와 나가려는데 마카롱이 눈에 띄길래 사려고 멈춘다. 인절미츄러스는 먹는 것이 도전이었다면 마카롱은 구입부터가 도전이다. 맛이 종류가 많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왜 아름다운 우리말 놔두고 이름을 어렵게 영어로 짓는지 참. 자칫 까만 소비자로 오해받을까봐 "알아서 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직원 분의 설명을 천천히 듣고 골라 담는다.
9. 편의점에 왔다.
화담여관 파티는 각자 마실 술을 사 오면 된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를 손에 들고 이야기가 모이는 그곳으로 향한다. 하루 종일 미세먼지가 심했어서 오자마자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파티에 가니 자리가 한 자리만이 남아 있다. 우리가 흔히 상석으로 생각하는 탁자의 짧은 면이 오늘 나의 자리였다. 편한 복장으로 자연스레 그 자리에 앉았으니 누가 보면 숙소 스탶인 줄 알겠다.
오늘은 어제처럼 맛있는 음식을 눈 앞에 두고 실컷 못 먹고 남기는 일을 방지하고자 저녁을 먹지 않고 숙소에 들어왔다. 사장님이 요리하신 오코노미야끼랑 교자만두랑 닭강정이랑... 내가 다 먹었다. 정말 이제 스탶으로 오해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두 번째 파티도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다 잠에 들었다.
10. 이어차에 왔다.
귀관상을 봐주는 이색카페에 어제 처음 본 다섯 남녀가 동행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두 번째 파티의 어색함은 전 날보다 더욱 짙었고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유일한 연박자였던 나는 분위기를 뛰워보고자, 있는 얘기 없는 얘기를 다 했다. 첫 번째 파티에서 사주팔자를 주제로 대화를 하던 중에 알게 된 '귀 관상 봐주는 카페, 이어차'를 화제로 던졌다. 파티에 참석한 형님 한 분이 차를 운전하고 왔다는 말에
"저 이어차 가고 싶은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같이 가실래요?"
라며 태워달라고 대뜸 부탁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무리수 드립을 던진 것이다. 그렇다. 인생의 기회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뜻하지 않은 용기로 인해 찾아오는 것임에 틀림없다.
나를 포함하여 5명이 미세먼지 드라이브를 시작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무지 친해지기 힘들 것 같은 기류가 흐른다. 어제 갔던 카페보다 더 조용한 묵언수행 상태로 목적지에 금세 도착한다.
3만 원이면 차 한 잔과 귀관상이 제공된다. 5명이 모여 앉아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어차 사장님이 한 명 한 명 귀를 쓱 보더니 건강 상태에 맞는 차를 추천해주신다. 나는 산조인 차(피로 해소에 좋은 차)를 추천받았다. 맛은 밍밍한데 향은 좋다. 관상은 양쪽 귀 사진을 촬영하고 이름과 생년을 말하면 시작된다. 수명부터 일, 연애, 결혼, 자식운부터 건강, 유의할 사항 등 삶의 전반에 걸쳐 해설을 해준다. 다른 것은 용한 것인지 끼워 맞춘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건강 하나는 정말 잘 맞춘다. 앞 순서인 여자 분의 소화불량을 맞출 때까지는 단순히 감탄에 그쳤지만, 내 차례에 어릴 적부터 안 좋았던 호흡기를 특정해서 지적할 때 약간 소름이 돋았다. 귀에 우리 장기와 신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가 보다.
결과적으로 서로의 건강과 운명을 공유한 5명은 아까의 어색한 기류는 온 데 간데 없이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급작스레 친해진 우리는 이어차 사장님께 추천받은 고깃집으로 갈비를 먹으러 간다. 여행 혼자 다니면 고깃집 오기 힘든데 여럿이 함께라서 올 수 있었다.
서로의 인스타를 방문하며 블로그를 공유한 덕분에 재미있는 대화가 오고 간다. 먼 길까지 동생들 태우고 운전해주신 형님, 새벽 감성이 적힌 블로그를 스스럼없이 공개해주신 분 비롯하여 고마운 사람이 참 많다. 여행길에서 만난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11. 집에 왔다.
-군산 여행 총평.
혼자 있고 싶어 떠난 여행,
함께 하는 법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