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만 괴롭히기
나는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래서 부족함이 부족하였다.
난 항상 성공할줄알았고 당연하게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래서 패배하였다.
어리석게도 남들이 운운하는 성적에 맞는 대학 ,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대해 별 고민없이 받아들였다.
내 인생인데도 말이다. 남들 입에서 나온 얄팍한 참견으로 나는 내 길이 아닌 길을 걸었다.
물론 내 책임이 크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연필을 다시 잡았다.
재수를 하면서 나는 기숙 재수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선택은 내 인생에서 굉장한 터닝포인트였다. 재수가 특별하지 않게 되버린 사회속에서 이러한 경험이 어필되지 않더라도 좋다. 정말 많은 것을 그 속에서 배웠으니까...
재수학원에서 학생들은 점수라는 숫자에 민감하게 움직이며 그 숫자 몇개에 웃고 울며 소위 공부하는 기계로써의 삶을 묵묵히 살아갔다. 그속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버텨갔다. 어떤 이들은 다른 이의 험담을 하며 버티고, 또 혹자는 좋아하는 사람을 보며 터지는 등...
나는 다이어리를 썼다. 내가 생각해도 참 우습다... 내가 다이어리를 쓰다니... 다이어리 속에 내 생각을 조용히 정리해가며 내 감정을 꾹꾹히 적었다. 친구에게 힘들다고 토로해도 같은 처지인 친구에게 제대로 된 위로를 받을수 있지 않을 뿐더러 그 친구에 또 다른 짐을 주는 것같아서 아무리 친해도 속마음을 많이 말하지는 못했었다.
밖에서 느꼈던 열등감 , 학업으로 인해 느꼈던 스트레스 등 하루하루 적혀 갔다. 다이어리를 적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수있었던거 같다... 아니 그 이전에는 너무 내 인생에 무책임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고민없는 노력은 고민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이어리를 쓰면서 나는 나와 계속해서 토론했던거 같다. 그래서 "꿈"에 대한 생각도 자주 바뀌곤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때는 의대를 진학하고 싶었지만 공부를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왜 내가 의대를 진학하고 싶어하지? 라는 물음에 나 자신도 확실하게 대답할수없었다. 그저 부모님이... 주변에서 ... 의사는 돈을 잘버니까
생명을 살리는 의미있는 일이니까? 그게 과연 내가 어쩌면 평생을 하게될 일에 대한 명분이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왜 내 진로에 확신을 할수없을까...?"
어쩌면 내 마음 속 깊숙히에서는 다른 소리를 내고있었을지도 모른다... 또 내가 이런 고민을 하지않고 1년이라는 시간을 공부에만 매진하였다면 또 한번 후회하고 다른 꿈을 찾아 나서는 시간을 허비했을지 모른다.
또 나는 나를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스스로에게 못되게 굴었다.
이런 괴롭힘은 자극을 넘어 내 자존감을 스스로가 갉아 먹었다.
학교다닐때는 그렇게 당당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점수 몇 개에 열등감을 느끼는 나약한 존재가 되었었다.
그런 나에게 힘이 되어준건 소중한 선생님과 친구들 부모님이였다.
나는 엄마 아빠에게 아마 이때 처음으로 편지를 썼던거 같다.
부모님은 아직도 그 편지를 안방에 걸어두신다.
내 삶에 대한 성찰과 또 내 주변에 대한 성찰로 내가 얼마나 고맙게도 살았는지 많이 느꼈다.
대학생이 된 지금 많은 어린 학생들을 만나 과외와 멘토링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건
어릴때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이 잘못된것이 아니라 누가 알려주지 않아서 이다...
나에 대한 고민을 하는 법과 시간을 주지 않아서 이다.
서점에서 판매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이렇게 살아라 하고 떠들지만
내 인생의 정도는 아마도 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에서 실마리가 보일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치여 상처받은 나를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교당하면서 가슴 아팠던 나를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부족해보일지라도 나는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나는 그 수많은 고민 끝에 공대에 진학하여 스타트업이라는
조금은 특이하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어쩌면 틀릴지도 모르는 길이지만 또 매번 불확신과 스스로가 싸우지만
그래도 적어도 내가 고민끝에 결정한 길이라는 이유가
힘들어도 웃음이 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