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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 예원 인터뷰 下

따듯한 마음으로 꽉 채워진 순간들을 굉장히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by 부크럼




그 별것 아닌 것에도 괜찮아지는 존재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도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텨 내고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행복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사소한 순간에도 마음이 놓이고

별것 아닌 장면 속에서도 위로를 받곤 한다.


화려하진 않아도 다정한, 그런 하루를 소중히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면

버텨 낸 오늘도 조금은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한 일상 속 작고 따뜻한 조각들을

차곡차곡 모아 놓은 예원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보자.




Q8.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누구에게나 꼭 지키고 싶은 루틴이 하나쯤은 있잖아요. 작가님께도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무의식처럼 꼭 하게 되는 루틴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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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8. 매일 빠짐없이 하는 루틴은 아니지만, 저는 달을 자주 보는 습관이 있어요. 워낙 달을 좋아하는 편이라 저녁 이후 밖에 있을 때는 꼭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을 찾는 것 같아요. 예쁘게 떠 있는 달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것 같고, 기분도 좋아지고 그렇더라고요. 가끔은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나중에 독자님들께 공유하기도 합니다.



Q9. 책장을 넘기다 보면, 반려묘가 작가님의 삶에 얼마나 큰 위로와 영감이 되어 주는지 고스란히 전해져요. 작가님께 반려묘는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함께한 순간 중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면 함께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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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9. 저희 집 고양이 이름은 ‘아궁이’예요. 23년도 9월 추석 연휴 때 할아버지 댁 마당에서 처음 만났고, 24년도 4월에 저희 집으로 데려왔어요. 아궁이를 보고 있으면 새삼 정말 ‘연’이라는 게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동안 수많은 길고양이를 마주쳤어도 데려와야겠다는 다짐까지 하지는 못했었는데, 아궁이만큼은 제가 데려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거든요. 또 폭우가 쏟아지거나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내가 데려오기 전, 아궁이는 이런 날씨에 어디에서 비와 눈을 피했을까…’ 싶어서 괜히 마음이 찡해지기도 하고, 그 힘든 시기를 견디고 제게 온 아궁이가 참 대견해 보이기도 해요. 얘가 겁이 진짜 많거든요.

함께한 순간 중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은 24년도 12월 31일, 지난해 마지막 노을을 아궁이와 함께 봤던 순간이에요. 저는 새해 첫 일출도 좋아하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 저무는 노을을 보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날도 마지막 노을을 보려고 창문을 열어 두었는데, 아궁이가 마치 함께 보자고 하듯 제 옆으로 살며시 다가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더라고요.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Q10. 작가님은 음악과 깊은 인연이 있으셔서, 이번 책을 집필하시는 동안에도 음악이 늘 곁에 머물러 있었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특히 자주 들으셨던 곡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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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0. wave to earth라는 밴드가 있는데, 그 팀의 노래를 굉장히 자주 들었어요. 원래 밴드 음악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글을 쓸 때는 너무 화려한 음악을 들으면 몰입이 깨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wave to earth의 곡들은 잔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노래가 많아서 자주 들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사랑으로>라는 곡을 많이 들었어요. 이 밴드는 한국 밴드인데도 대부분의 곡이 영어 가사로 되어 있는데, 이 곡은 한국어 가사이기도 하고 처음 시작되는 도입부의 기타 소리부터 굉장히 감성적이어서 몰입하는 데 도움을 주더라고요.



Q11.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만큼이나 혼자 있는 시간도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께서는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채워 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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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1. 저는 원래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금세 공허하고 지루해져서 어떻게든 친구들이나 지인과 약속을 만들려던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약속이 없으면 좀 우울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궁이를 데려온 후부터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너무 덥거나 추운 날이면 ‘굳이 나가지 말고 아궁이랑 놀아야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고,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고서 잠든 아궁이 옆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그 고요함과 정적, 그렇지만 따듯한 마음으로 꽉 채워진 순간들을 굉장히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Q12.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오래도록 곁에 두게 되는 물건이 있죠. 작가님께도 일상 속에서 늘 함께하며 오랜 시간을 나눈 물건이 있다면, 가장 먼저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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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2. 제 노트북이 떠오르네요. 저는 특정 브랜드 제품을 선호해서 그 브랜드의 핸드폰, 노트북, 데스크톱, 태블릿까지 모두 사용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지금 제 곁에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건 약 6년 정도 사용한 제 노트북이에요. 다른 제품들은 중간에 고장 나 새로 구매한 것들인데, 노트북은 계속 잘 버텨 주어서 지금까지 제가 출간한 모든 책의 원고를 이 노트북으로 집필할 수 있었어요. 이번 책까지도요. 참 신기한 건 이번 책 원고 집필을 모두 마치고 나니까 갑자기 노트북에 이상이 생겨서 전원이 켜지지 않는 거예요. 수리점에 가져갔더니 처음엔 그냥 새로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는 배터리 방전인 것 같다며 배터리만 교체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배터리를 교체했더니 다행히 다시 잘 작동했고, 지금도 여전히 잘 쓰고 있어요. 그동안 제 모든 책 원고 작업을 함께해 준 든든한 동료 같은 존재라, 앞으로도 쓸 수 있을 때까지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Q13. 만약 이 책에 사운드트랙이 있다면, 엔딩을 장식할 곡으로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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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3. 위아더나잇의 <우리들>이라는 곡이 어울릴 것 같아요. 아마 노래의 도입부부터 ‘와, 정말 엔딩에 어울리는 느낌이구나.’라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가사 중에 ‘무수히 추억들 마음에 품고서 다가올 내일도 “안녕” 가고 있어.’라는 구절이 있어서 엔딩에 정말 잘 어울리거든요.



Q14. 마지막으로,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를 읽고 다시 당차게 일어설 독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인사 부탁드립니다.


A14. 제 작가 소개 글에는 ‘자주 무너지기도 하지만 주저앉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책을 읽어 주시는 많은 분들께 ‘자주 무너져도 괜찮다. 주저앉지만 않으면 된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때때로 삶이 힘들어 무너질 때가 있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그 마음만 있다면 결국 다시 일어서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그 순간을 저도 함께 응원하고 싶습니다. 제 책으로 공감과 위로를 받으시고 용기 내어 다시 일어나실 그 순간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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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행복만 좇는 게 아니라 오늘 당장 나에게 소소한 행복부터 찾아 주자.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소중한 사람들과 더 진솔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좋아하는 것을 틈틈이 해 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자. 지금 이 순간도 나에게 온전한 인생일 수 있도록."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의 작은 쉼이 큰 힘이 되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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