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두가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발리에서의 생활 말고는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그저 나의 오늘이,
나의 내일이,
나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그것이 제일 궁금하다.
늘 같던 하루가 유독 무겁게 느껴지고,
불안한 감정이 이유 없이 마음을 짓누를 때가 있다.
멈추고 싶지만 멈추지 못한 채,
지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어제와 같은 하루를 살아 낸다.
그럴 때 필요한 건
포기가 아닌, 놓아 주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다른 속도로, 다른 마음으로 살아 보기로 결심하는 것.
발리를 향한 발걸음도 그랬다.
그곳에서 작가는 ‘진짜 나’와 마주하며
비로소 진심 어린 행복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작가가 된 그녀의 담담한 첫 고백을 들어 보자.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첫 번째 에세이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오랜 시간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글이 드디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어떤 감정이 드셨나요? 그 순간의 솔직한 소감도 함께 들려주세요.
A1. 저의 몸속, 마음속 어딘가에 막혀 있던 무언가가 쑥 내려간 듯, 속이 시원해지고 머릿속까지 맑아진 느낌이에요. 말로는 차마 하지 못했던, 솔직하지 못했던 저의 이야기들이 글로 전해진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편함이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사라진 것 같아요. 욕심이 많았던 예전의 저였다면 결과만 바라보며 불안하고 초조해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모든 것이 너무 새롭고 재미있어요. 가수로서 배우로서 열심히 준비했던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을 때와는 달리, 요즘 그리고 지금의 모든 순간이 참 소중하고 즐거워요.
Q2. 읽는 내내 한 편의 에세이를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천천히 따라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가님께 이 책은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었고, 또 어떤 전환의 순간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2. 제 이야기를 말하고 싶다고 느낀 순간이 두 번 있었어요. 첫 번째는 영상 속 댓글을 보고 나서였던 것 같아요. 원래 팀 활동을 하던 시절에도 댓글에 연연하거나 마음에 담아 두는 편은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촬영한 유튜브 영상의 댓글들을 보면서 ‘모든 걸 숨기고 감추기만 하면 오히려 나에 대한 오해와 추측만 더 쌓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는 부크럼 이사님께서 보내 주신 장문의 DM을 읽은 순간이었어요. 저의 발리살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감사했어요. 그때 문득, ‘왜 나는 내 이야기를 글로 써 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죠. 그리고 글을 쓰면서 깨달았어요. 당시에는 당황함에 가려져 몰랐지만, 거짓말을 했던 모든 순간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모두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보다는, 이 책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제 이야기와 생각에 귀 기울여 주신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Q3. 글을 쓰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시선 속에서 살아오신 만큼 진심을 꺼내 보이는 일이 더욱 조심스럽고 어렵게 느껴지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 책을 쓰시며 가장 고민되었던 부분이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A3. 사실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설렘보다는 무서움과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도 ‘이렇게 모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도 괜찮을까?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어요. 그런데 글이 반쯤 지나고 나서는, 오히려 제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었어요. 그래서 더 좋았어요. 무심히 지나쳤을 제 과거를 다시 떠올려 보며, 그때와는 달라진 지금의 생각과 감정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글은 마지막에 실린 <국화처럼>이에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마음속에 오래 되새기며 글로 적어 두었고, 떠올릴 때마다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꼭 전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언젠가 인스타그램이든 어디든, 꼭 이 이야기를 써야지 하며 상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바람이 진짜 현실이 되었네요. 제가 이 글을 보며 지금의 저를 꽃피웠듯, 누군가도 이 글을 읽고 또 다른 곳에서 새롭게 피어나기를 바라요.
Q4.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건 꼭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신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작가님께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신 감성적인 디테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4. 저는 글을 쓰면서 제 힘들었던 순간들을 너무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기억들을 제 생각과 감정으로 덮어 버리기보다는, 가볍게 툭툭 상황만 전하고 싶었거든요. 반대로 행복했던 순간들은 자세히 담으려 했어요. 이 책을 쓰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글에도 제 성격이 자연스레 드러난다는 것이었어요. 지나치게 오글거리거나 너무 진지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 글에도 고스란히 묻어나더라고요. 저는 평소에도 부정적인 감정이나 힘들었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잘 하지 않는 편이에요. 제 기분이 그들에게까지 옮겨 가는 건 원치 않거든요. 글도 마찬가지예요. 제 감정으로 글의 의미를 단정 짓기보다는,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라면 어땠을까? 나라면 이랬을 것 같다.’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Q5. 이번 책을 집필하실 때 작가님만의 특별한 루틴이나 시간대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글이 가장 잘 써졌던 순간이나 공간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세요.
A5. 보통의 날에는 거의 매일 오전에 서핑을 하고, 밥을 먹은 뒤 집에 돌아와 씻고 나서 상쾌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그날 가고 싶은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곤 했어요. 몸과 정신이 또렷하게 깨어 있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집중이 제일 잘 되는 때였어요. 글을 쓴다는 이유로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대를 피해 하루를 알차게 채울 수 있었죠. 또 이전부터 품고 있던 선망과 궁금증이 하나둘 풀려나가던 시간이기도 했어요. 사실 발리에 여행 왔을 때도, 이곳에 살면서도 카페에서 몇 시간이고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사람들이 참 멋져 보였거든요. 무슨 일을 저렇게 오래 집중해서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에 책을 쓰면서 그때 가졌던 생각들을 이루고 해소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글을 쓰는 시간이 더 기쁘고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가장 잘 써졌던 순간은 발리의 우기 기간이었는데요. 하루 종일 서핑도 하지 못하고, 나가지도 못했던 그 시기에는 정말 하루 종일 글만 썼어요. 중간중간 창밖을 내다보거나 요리를 해서 밥을 먹는 시간도 있었지만, 그 외의 시간은 노트북 앞에만 앉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만약 그때 이 책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정말 지루하고 심심한 우기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글 덕분에 그 시간을 너무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어요.
Q6.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를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요? 작가님께서 가장 깊이 담은 메시지를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A6. 저는 모두가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행복은 원한다고 해서 쉽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따라 하거나 흉내 낼 수도 없는 감정이잖아요. 지금 내가 찾으려는 행복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행복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에 대해 조금의 깨달음이나 팁(?)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해요. 그리고 예전의 저처럼 여러 아픔을 안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 글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작은 위로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Q7.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어놓은 지금, 작가님의 마음속에 그려지고 있는 다음 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삶의 방향이나 새롭게 꿈꾸고 계신 일이 있다면 살짝만 나눠 주세요.
A7. 우선 한국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발리로 돌아가면 다시 제 인생을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은 하나씩, 제 삶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대단하지 않게, 소소하게 시작해 보려 해요.
그리고 또 하나. 저는 책을 쓰면서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글쓰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어요. 실제로 이 책을 쓰면서, 원래는 인스타그램에 한 글자도 적지 않고 달랑 이모티콘만 남기던 제가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그 감정을 글로는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가 말하고 싶은 생각과 감정들을 짧게나마 글로 남겨 보려 해요. 그렇게 하나둘씩 채워 나가며,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의 다음 이야기도 써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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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1. 한국에 오실 때마다 빠지지 않고 하게 되는 일상이 있으신가요? 작가님만의 ‘한국에서의 루틴’이 있다면 어떤 모습인지 나눠 주세요.
A11. 특별한 일 없이 소소하게 하루를 보내던 발리와는 달리, 한국에 오면……
허가윤 작가님의 이어지는 인터뷰는 2025년 8월 8일 금요일 18:00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