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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허가윤 인터뷰 下

먼 훗날 그리워할 저를 위해 많이 남겨 두고 싶어요

by 부크럼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재미있었다.

완벽하지 않기에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은

완벽했을 때의 성취감 못지않게 큰 매력이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마음의 소리가 또렷해지고,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도 선명해진다.


안온했던 틀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익숙한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가장 편안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낯설었기에 더 따뜻했던 하루의 조각들을

지금, 허가윤 작가의 언어로 만나 보자.




Q8. 시간이 흐를수록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소소한 하루가 오히려 가장 큰 위로가 된다는 걸 깊이 실감하게 됩니다. 발리에서의 나날 속에서 작가님이 가장 아끼게 된 평범한 일상의 장면은 어떤 순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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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8. 제가 가장 아끼는 일상 중 하나를 꼽자면, 오전 시간인 것 같아요. 아침 일찍 일어나 대충 씻고 나와 오토바이를 타고 바다로 향하는 길, 도착하자마자 들려오는 파도 소리, 그리고 컴컴하던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는 그 순간까지. 이 모든 장면이 담긴 오전 시간이 저는 제일 좋아요. 예전의 제 삶에서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상이 없었던 오전이 이렇게 바뀌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Q9. 한국에서처럼 발리에서도 평일과 주말의 분위기가 뚜렷하게 나뉘는 편인가요? 작가님은 그 차이를 어떻게 느끼고, 또 어떻게 즐기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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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9. 발리에서는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없어요. 그저 우기와 건기로, 파도가 큰 날과 작은 날로, 바람이 강한 날과 약한 날로 나뉠 뿐이에요. 우기인지 건기인지, 파도의 크기와 바람의 세기에 따라 서핑을 하는 장소와 시간도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하루하루가 새로워요. 전날 저녁에 모든 걸 꼼꼼히 체크하고, 다음 날 아침 어디로 향할지 정해서 나가는 내일이 늘 기대돼요.



Q10. 작가님의 휴대폰 앨범 속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상은 무엇일까요? 유독 셔터를 자주 누르게 되는 장면이 있다면, 그 이유도 함께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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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0. 예쁜 바다와 음식 사진인 것 같아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오면 함께 가고 싶은 바다와 같이 먹고 싶은 음식들을 하나하나 찍어 두는 거죠. 그리고 잊고 싶지 않아서 남기기도 해요. 발리에서의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 먼 훗날 그리워할 저를 위해 많이 남겨 두고 싶어요. 그리고 제 사진도 많이 찍는 것 같아요. 원래는 일이 아니면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 발리에서의 저를 많이 남기고 추억하고 싶어요. 건강하고 행복한 제 모습을요.



Q11. 한국에 오실 때마다 빠지지 않고 하게 되는 일상이 있으신가요? 작가님만의 ‘한국에서의 루틴’이 있다면 어떤 모습인지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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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1. 특별한 일 없이 소소하게 하루를 보내던 발리와는 달리, 한국에 오면 하루하루가 정말 바쁘고 알차게 흘러가요. 우선 한국에 오기 전부터 친구들과 지인들과의 약속으로 캘린더가 가득 채워지고, 많은 만남 속에서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도장 깨기 하듯 하나씩 찾아 먹어요. 그 틈을 피해 꼭 들러야 하는 병원들을 가고, 발리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사러 다니기도 해요. 주말에는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요. 이렇게 지내다 보면 한 달이 일주일처럼 후다닥 지나가고, 금세 다시 발리로 돌아갈 날이 다가와요.



Q12. 요즘도 집에서 종종 요리를 해 드시나요? 최근에 만든 요리 중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메뉴나 새롭게 도전해 본 요리가 있다면 자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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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2.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우기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인도네시아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매일 먹고 싶은 메뉴가 미리 정해져 있을 정도예요. 그래서 우기처럼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밖에서 먹고 싶은 음식들을 즐기느라 굳이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아요.



Q13. 시간이 흘러 먼 훗날, 오늘의 자신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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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3. “잘했어! 잘한 결정이야! 너의 생각이 맞아!”

시간이 지나 돌아보았을 때, 지금 이 순간 내가 내린 선택들이 결국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주었다고. 많이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내린 결정들이 틀리지 않았다고 꼭 말해 주고 싶어요.



Q14. 마지막으로,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를 읽고 자신의 행복을 되새길 독자들에게 진심을 가득 담아 인사 부탁드립니다.


A14. 우선,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제 책을 선택해 읽어 주셨다는 것만으로도요. 그리고 지금 이 인터뷰를 읽고 계신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려요. 분명 책을 읽고 좋은 감정을 느끼셨기에 이 글까지 함께해 주시는 거겠죠? 책을 쓰면서 제 인생을 되돌아보니, 진짜 나만의 행복을 찾는 여정은 참 멀고도 험하다는 걸 느꼈어요. 쉽게 얻어지는 것도, 쉽게 찾아지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렇지만 결국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고, 나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가 선택의 갈림길에 선 당신에게, 힘들고 지친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힘과 위로가 되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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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운명도, 운도 아닌 내 선택이다. 누구든 국화가 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흩어져 가는 씨앗처럼 새로운 곳에 피어나기를, 각자 원하는 색과 향기로 자신만의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어떤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진정한 행복의 바다를 향해 헤엄치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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