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 <서평>
사람은 대화를 통해 성장한다. 타인과, 자연과, 사물과, 책과 대화를 하며 성숙해진다. 사실 인류의 역사 또한 대화를 통해 발전해왔다.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제자들과, 소피스트들과의 설전을 통해 농익을 수 있었다. 공자의 ‘인’은 제자 자공과의 대화를 통해 그 의미가 확장될 수 있었다. 교학상장敎學相長. 스승은 가르치고, 제자는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 이것이 바로 대화의 참 본질 아닐까? 여기 한편의 아름다운 대화를 소개하려한다. 이 대화는 ‘텀term’ 이른바 ‘시간차’ 있는 대화로, 대화 당사자가 상대를 배려해서 생각을 공글리고, 곰삭이면서 이뤄진 교학상장의 장場이라 할 수 있다.
약 5개월 전 나는 본 책의 저자들과 특별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속한 책모임에서 (고품격)인문학 토크 콘서트에 두 저자를 초대했고, 나는 진행자로 함께 자리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던 것이다. 책을 통해 김기현 목사님은 나름 잘 알고 있었지만, 김희림 군과의 대화는 정말 신선했다. 굵고 의젓한 목소리, 자신감에 찬 눈빛, 틀림없는 철학도였다. 김희림 군은 이 책에 영원히 고3으로 남아있지만, 5개월 전 만난 김희림 군은 정말 달랐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다르게 했을까? 나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향연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앞서 언급했듯, ‘시간 차 있는 대화집’이라 할 수 있다. 편지라 하면 될 것을 굳이 ‘대화’라고 박박 우기는 이유는 편지도 결국 ‘정제된 대화’이기 때문이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대답한다. 이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참으로 다채롭다. 저자의 고백대로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 고민해도 얻기 어려운 대답”을 듣기 위해 아들은 캐묻는다. 하나님의 정의와 악의 문제, 보이는 것을 너머 존재하는 세계, 인간의 실존, 예정론, 기독교와 과학의 관계 등 기독교의 난제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공구하여 묻는다.
아버지의 대답이 실로 놀랍다. 아버지는 아들의 질문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예의를 다해,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 설득력 있을 뿐 아니라, 감동까지 있을 정도다. 아버지는 아들과의 씨름에 최선을 다해 응수한다. 예컨대 과학의 세계관에서 인정하기 힘든 기적의 유무를 묻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을 선물한다. 그리고 옷장을 경계로 전혀 다른 세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아무도 믿지 않아 아이들이 답답해 할 때 디고리 교수가 해준 말을 들려준다. “교수님은 다른 세상이, 여기 저기 어디에나, 바로 코앞에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대답이 걸작이네. 그럼. 그런데 요즘 학교에서는 뭘 가르치는지 모르겠군.”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덧붙인다. “희림아. 아빠에겐 다름 아닌 네가 기적이라는 거, 알지?”
나는 이 책을 통해 두 가지를 생각해본다. 먼저 호기심이다. 호기심 있는 사람만이 질문할 수 있다. 조앤 K. 롤링은 『해리포터』를 통해 마법사의 세계에 무한한 관심과 호기심이 있는 해리 그리고 호기심이 메마른 어른들을 대조하여 보여준다. 로이스 로우리는 『기억 전달자』의 주인공 조너스를 통해 소년의 끊임없는 호기심이 규칙에 얽매여 획일화 된 사회를 어떻게 구원하는지 멋지게 그려낸다. 이 책의 저자 김희림 군의 호기심은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며 생각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 우리에게 커다란 자극을 선물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늘 져야만 하는 운명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어릴 적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아버지를 이겨왔던가? 그러나 이 책의 아버지는 단순히 이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들의 질문에서 볼 수 있는 통찰과 발견을 끄집어내 아들을 칭찬하는 한편, 아버지는 질문이 섞인 대답을 아들에게 다시 돌린다. 이들의 대화는 끝나지 않는다. 성경을 좀 안다하는 그리스도인 또는 비그리스도인은 묻는다. “그런 하나님 어떻게 믿어요?” 그럼 나는 이 책을 통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런 하나님 이렇게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