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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량 김종빈 Feb 23. 2022

기도의 기도.

부디 편히, 그저 편히 가시게 해 주세요.

 외할머니가 위독하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아프시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할머니는 점점 작아졌다.


 '저렇게 작아지다가 사라지면 어쩌나.'

그런 걱정들과 시간들을 켜켜이 쌓았다.


 그런데도 할머니가 이제 더는 어렵다는 소리에

쌓아온 마음들은 쉽게도 흩어졌다.


 요즘 같은 때라 할머니를 찾아가 볼 수도 없다.

통화를 할 수도 없다.

'할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했었나,

안아드린 적은 얼마나 있었나.'

충분히 했다 싶었던 것들이 부족한 것들이 되었다.


 전할 수 없게 되고 나서야

전하려고 애쓰는 말들이

매일마다 일상 온 곳에 가라앉는다.


 아프고 괴로운 몸을 내 마음 편하자고

잡아놓을 수 없는 남은 사람들은

전하지 못한 말들을 기도에 담는다.


 할머니에게 가닿기를 바라며

매일 밤마다 지난 일상을 휘저어

가라앉아있던, 전하지 못한 말들을

기도에 담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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