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점지할 때
행복했거든.
-도깨비, 김은숙-
아, 오늘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저 사람들 수속하려면 오늘 하루도 다 가겠네.
아 한 명이 안 왔네,
뭐지 왜 안 오지?
명부가 바뀌었나??
또 어디로 샜나...
요즘은 왜 자꾸 명부가 안 맞는 거야?
아 저기 오네.
꼭 어딜 가나 지각생이 있다...니...까
마지막 명부의 인원을 보자마자
망치로 머리를 치는 듯한 충격이 일었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사람.
이곳에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내 눈앞에 서 있다.
늘 힘든 순간이었지만 삶의 전부였고
나를 살게 만들어 준 아이가 와 있다.
사자의 윤리강령이 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이 아이를 돌려보내야 한다.
이 아이를 게이트로 보낼 수는 없다.
어떻게든 되돌려 보내야 한다.
'와, 다행이다 아직 출발전이네.
빨리 수속해 주세요.'
그 아이가 말했다.
'죄송한데 여기가 아니니까 저쪽으로 가세요.'
이곳은, 아직은 네가 안 왔으면 해.
제발, 부탁이야.
'무슨 소리예요.
제 친구들은 다 저 쪽에 있는데,
티켓에 여기라고 적혀 있는데...'
'아니라니까요. '
다행히 뒤에 여자가 짜증을 냈다.
'제대로 확인하고 오세요.
뒤에 여자분 여기로 오세요.'
일단 비행기가 떠날 때까진 붙잡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어떻게든 해야겠어.
일단, 황천길로 가는 비행기는 떠났다.
'아니!
지금 비행기가 떠났잖아요.
이거 어떻게 해야 하죠.'
다행이다.
일단 시간을 벌었어.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내야 해.
'아 죄송해요, 이쪽으로 오세요.
다음비행기 예약해 드릴게요.
저쪽으로 일단 가 계시면
안내원을 보내드릴게요.'
억지로 그를 끌어 대기실에 데려다 놓았다
그곳은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다.
뇌사상태가 길어질수록
총기는 사라지고 영혼이 고착화된다.
그러나 그곳은 삶의 미련이 있는 자들이기에
최대한 섞이지 않아야 한다.
더욱이 영혼이 멀쩡한 사람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따라가면 빛이 비치는 문이 있다.
그 문을 통과하면 부유령 들은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으니
일단 여기에 있으면 될 거야.
그 빛으로 돌려보내면 이 애를 살릴 수 있을 거야.
사실, 그는 죽었어야 했다.
살아있어선 안 되는 사람이다.
오늘 일어난 공항버스 사고로 인한
생존자는 없었다
조만간,
명부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를 이끌고 부유령 대기소로 향했다.
'여기서 기다리면 인도자가 올 거예요.'
탑승객 관리본부에서 나를 찾았다.
'사자 825.
인원이 하나 비는데 어떻게 된 거지.'
'아 착오가 있어서 지금 처리 중이에요.
다음 비행기로 보낼게요.'
위에서 인원이 부족한 걸 깨달았다.
얼른 처리해야 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똑똑한 애니까 나타날 거야.
나오면,
빛이 닫히기 전에만 나오면 돼.
왜, 안 나타나지?
나왔다.
얼른 던져야 해.
다행이다.
나의 아들.
나를 향한 신의 소리가 들렸다.
[사자 825, 천계의 규칙을 어겼으니 소멸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