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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정 May 22. 2016

링크드인과의 첫 만남

 링크드인은 5년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내대기업에서 외국계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 내가 다니거나 나와 같이 일한 외국계 기업들은 직원들의 링크드인 프로파일을 회사 이메일계정을 통해 공유하는 것을 오히려 장려하고 있었다. (메일 서명란에 링크드인 링크를 달 수 있도록 템플릿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업종으로 이직을 한 데다가, 대부분 업무로 얽혀있는 사람들이 외국인이다 보니 네트워킹이 시급했는데, 또 물리적인 이유로 네트워킹이 안되어 그 당시 오는 메일들을 외울 정도로 읽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받는 메일마다 오는 링크드인 프로필 링크를 클릭해 보며 이건 도대체 뭐고 또 어떻게 쓰는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무작정 계정을 만들고 링크드인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었다.



 링크드인은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공적인 자아 만들기' 컨셉을 구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던 포지션들은 하나같이 '글로벌'업무를 한다면서 'Virtual Team'에 속해 있었다. 같은 팀이나 같은 사업부라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건물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에 흩어져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일년에 잘 해야 한두번이다. 그리고 일년에 한 두번 만나다 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팀원들이 꼭 바뀌곤 했다. (모든 외국계 회사가 팀원들이 잦은 이직이나 부서이동을 하는 것은 아니며, 이것은 회사 자체의 문화라기 보다는 내가 속해있던 팀의 성격이나 업무의 특성탓이 더 크다.) 매번 만나서 회의를 할 때에는 반드시 새로운 사람이 오거나, 새롭지는 않아도 얼굴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기소개'를 해야만 했다.




  나만 빼고 나머지는 다 괜찮은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외국인들은 'work and life'의 분리가 명확하고, 프라이버시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만 하고 개인적인 것들은 '안물안궁'일 것만 같아 자기소개에 감도 못잡고 회의에 갔던 나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모두가 유창하게 (영어가 유창하다는 것은 아님) 자기 자신에 대하여 소개를 하고 있었다.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반적으로 발표자들 면면을 보면 태도는 공손하지만 내용은 겸손하지 않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는 흐르지만 핵심은 분명하게 전달하며 자기자신을 유창하게 세일즈하는 태도를 유지하며 소개를 한다는 느낌이었다.  

   1. 본인이 하는 일

   2. 이 일을 하게 된 계기 혹은 배경

   3. 전반적인 자신의 커리어 히스토리

   4. 개인적인 것 중 소개하고 싶은 것

   5. 팀원들이 알아 주면 좋을 것



 우리나라 대기업을 다닐 때,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는 '안물안궁'이거나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해고 친해지면서 물어돠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다른 부서 혹은 협력업체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회사나 부서의 업무영역이나 전문 영역을 믿고 일을 하는 것이지, 해당 회사나 부서에서 온 그 담당자의 전문성을 알기에는 시간이나 기회가 필요했다. '밥먹으며 일한다'거나,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이야기는 필요도 하고 공감도 하지만, 일견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결국은 '업무의 연장'을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너무 친해지다 보면 업무상 싫은 소리가 인신공격이 될까봐 참고 넘어가면 안되는 것 까지 참고 넘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자기 소개가 모든 것을 해결 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방이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의 자기 소개는 결국 빨리 상대방에게 '자기 자신을 이해'시켜서 '일을 잘 해보자'는 최소한의 정보공유 기회였던 것이다.



 익숙한 원격근무 문화도 이러한 자기소개의 필연성을 만들어 낸 것 같다. 보안때문에 컴퓨터를 회사 밖으로 반출하거나, 회사 밖에서 vpn으로 인트라넷에 접속하려면 절차가 복잡했던 회사에 다녔던 나는 '원격근무'라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이것은 나중에 다루려고 한다.) 미국이야 말할 것도 없고 유럽도 심지어 중국과 일본의 동료들도 원격근무는 넘나 익숙한 것이었다. 회사차원에서야 필요한 인재를 비용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고, 직원들은 본인이 (노력한다는 전제하에) 원하는 일이나, 회사에 다닐 수 있고, 개인적인 사유 때문에 커리어를 발전시킬 기회를 포기 하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방패막이었다. 하지만 원격으로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것 만큼 일이 해결되지 않는 때가 있다. 그러한 사람들이 빨리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런 자기소개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또한 그것 만으로도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링크드인은 그저 '늘 하던 것' 혹은 '늘 있던 것'을 온라인으로 단순하게 옮겨 놓은 툴이었다. 온라인 이력서를 업데이트 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서로 궁금했던 상대방에게 자기 자신을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또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명함을 교환하면 인사를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링크드인 링크를 보내주는데 (명함에 링크드인 링크가 없을경우) 이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 수가 있다. 나의 경우는 업계가 좁아 링크드인으로 업계의 전문가들을 먼저 링크드인 일촌 신청하여 온라인 네트워킹을 쌓아 두었었는데, 업계가 좁다 보니 실제로 만날 기회도 많고, 만날 때 마다 '링크드인에서 제가 먼저 일촌했어요.'라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ice-breaking이 잘 된다.



 물론 나의 외국인 친구들은 이 이상으로 링크드인을 쓰고 있다. 먼저 나의 전문 관심사 영역을 지속적으로 어필하여 온라인상 만으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실제로 나의 이전 회사 동료 중 한명은, 본인의 업무 혹은 관심분야와 관련한 컬럼이나 기사들중 가장 최신 내용을 꾸준히 차아 자신의 인사이트를 짤막하게 붙여 포스팅 하고, 내용 저자들의 페이지를 방문해 인사이트를 교류하여 온라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커리어를 보면서 나의 커리어의 방향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한 좋은 지표도 될 수 있다. 또 다른 나의 동료는 경쟁사 사람들과 인맥을 맺어 그들의 링크드인 프로필을 보면서, 본인이 본인의 포지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회사가 정해준 커리어패스의 틀을 벗어나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오히려 회사와 본인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더불어 링크드인 상의 전문가 그룹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도 한다. 회사의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정리해고가 되었던 내 동료 중 한명은, 링크드인에 꾸준히 올리던 컬럼과 전문가 그룹 활동을 통해 쌓은 명성으로 자신의 지역에서 해당분야의 컨설턴트로 일하며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취업의 기회도 쌓을 수 있다. 나의 경우 링크드인을 통해 받은 채용 제안으로 '외국에서 일하기'에 대한 눈이 확실하게 떠지기도 했다.



 처음엔 왜 도대체 다들 링크드인을 사용하는 지 그저 온라인 이력서 업데이트가 뭐 그리 대단한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결국 일이 되게 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는 프로젝트 중심의 회사 문화에서 중요한 바탕이다. 이를 위해 나의 커리어에 대하여 공유를 한다는 것, 이것이 우선은 링크드인이 가져다 준 직장문화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외국사람들도 사실은 네트워킹에 목말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온라인 상에서라도 네트워킹의 '장'을 만들어 준 것이 링크드인이 직장인들에게 (self employed포함) 준 또 다른 변화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더 많은 job offer가 아니라 내가 내 커리어를 만들 수 있도록 스스로 생각할 계기를 준 것이 링크드인이 갖고 온 특히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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