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이 주는 기쁨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일에만 너무 빠져 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온다. 내 인생을 일이 그리고 회사가 가져간 것같은 느낌이 든다. 지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머리는 더 복잡하고 어깨는 무겁고 몸은 처진다. 일 하려고 사는건가, 살기 위해 일을 하는건가 자꾸 돌아보고 싶어진다. 한편으로는 일이 맘에 들어서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하다 보면 내 능력에 한계가 오는 순간이 있다. 회사에서 일이 안 되는 건 꼭 반드시 내가 일을 못해서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기를 쓰고 일을 하는 데 안 되면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하고 자학이 시작된다. 이 두가지 경우 모두 결론은 동일하게 난다. 자기계발을 해야 겠다. 새로운 걸 배워야 겠다.
내 경우 새로운 것은 시작하는 그 자체로도 좋았던 것 같다. 이 브런치를 읽는 독자 여러분들 중에서도 자기계발을 해 보고 싶어 한다면, 마음 먹은 것 시작해보시라고 하고 싶다. 무엇을 해 봐야 할 지 모르겠다면, 무엇을 해 보는 것이 좋을 까 하루에 10분씩만이라도 검색해 보시라고 하고 싶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한 걸음 내딛으면 언제 천리길을 다 가나 스트레스 받는 분들도, 한 열발만 걷다 보면 검색하며 알게되는 것 만으로도 자기계발이 된다. 그리고 의외로 얻게되는 것들이 많다.
나는 내가 성실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학교와 회사는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곳이라 그 두곳을 열심히 다닌다고 꼭 성실한 사람이라고 하긴 어렵다는 것이 내 나름의 기준이었다. 주말만 되면 하루종일 늦잠을 자고, 약속은 미루기 십상인 나를 보면서 '어떻게 회사는 다니냐'는 가족들의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더우면 더워서 집에 있어야 하고,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겨울엔 당연히 집 밖의 삶이란 나에게 없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확실한 동기부여를 통해 스스로 정한 무언가를 하면서 나는 그렇게 게으르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시작한 것은 주말마다 북악스카이웨이 걷기 였는데, 8키로 남짓한 길을 주말마다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일년을 꼬박 걸었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렇게 무언가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스스로가 대견해 질 때 조금 더 단계를 높여 보면 또 다른 성취감이 온다. '아 나는 해 보면 꽤 자율적으로 정한 일에 대해서도 성실한 사람이구나.' 라는 것에 스스로 뿌듯해 하면서 다니기 시작한 단기 전문가 과정은 1회에 3시간 정도 20회를 나가야 하는 강행군이었음에도, 결석하지 않고 다니며 수료할 수 있었다.
생업과 연관성이 전혀 없는 자기계발이 결국 나를 먹여 살리는 일도 경험했다. 동일한 길을 꾸준히 걷다가 지겨워질 때 쯤 다른 곳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국내 여행을 시작했다. 관광공사에서 제공하는 걷기안내서비스를 활용하여, 국립공원의 좋은 산책로들을 하나하나 클리어 해 나갔다. 국내여행은 차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이라는 나의 좁은 생각을 부숴주려는 듯이 대중교통만으로도 가고 싶은 곳을 가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처음엔 그 사실 자체가 좋았지만, 지나면서 조금씩 좀 더 세련된 도보여행자가 되려면 무엇을 바꾸면 좋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좀 더 정밀한 지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시작하였다. 그 다음은 국립공원의 산책로들을 걷다 보면 산책로일지라도 가끔은 위험천만한 순간이 있는데, 이 때 내 휴대폰을 보면 휴대폰이 터지지 않고 있다. 정말 위험한 순간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위험을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아이디어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차가 없는 곳은 버스나 택시로 다녀야 하는데, 한국사람도 버스 이용이 불편한 일부 시외버스 구간을 무엇을 바꾸면 외국인도 문제 없이 이용하며 한국을 즐길 수 있을까. 오래된 정류소들은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한 대기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동을 하면서 경치를 즐기며 스스로 자꾸 생각을 하는 계기를 갖게 된 것이다. 이는 결국 내 석사 졸업 논문 주제를 구체화 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인생과 일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만드니, 무엇을 배우지 않아도 나를 채울 수 있었고 목표를 만들 수 있었다. 결국 걷기가 이직을 하는 데 있어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만의 답변을 만드는 원천이 되어 이직할 수 있었다.
자기계발 자체에 대해서도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자. 무엇이든 꾸준히 해 보자. 그리고 내 것으로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