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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롱쓰 Jun 28. 2024

[알라바마_두권의 책]

앵무새와 변호사


지금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정신없는 뉴욕에서 살고 있지만, 3년전 나는 알라바마에 살고 있었다. 아주 덥고, 비가 많이오고, 한가하고, 남부의 환대가 있는 곳이었다. 간혹 아직도 Deep South라고 불리는 그곳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있다. 미국 현대사에서 엄청난 시기였던 민권운동이 활발했던 곳이어서 그와 연관된 유적지도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독서습관에 관해서 말하자면, 나는 내가 있는 곳에 관련된 책을 읽기를 선호한다. 현실감이 있어서다. 알라바마 살던 당시에 읽었던 두권의 책을 최근에 다시 읽게 됐다. 한권은 "앵무새 죽이기"이고 다른 한권은 "Just Mercy"다. 이 두 책 모두 알라바마주의 역사를, 특히나 인종과 사법체계에 관련해서 잘 그려주고 있다.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알라바마 메이콤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저자 하퍼리는 인종간 불의, 공감, 한 개인의 도덕성의 형성등의 이야기를 스카우트 핀치라는 어린 여자아이의 시각에서 잘 그려내고 있다. 


메이콤은 가상의 도시지만 하퍼리의 고향인 알라바마 몬로빌이 그 배경이다알라바마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 몬로빌은 이 소설 덕분에 "알라바마의 문학의 수도 Literary Capital of Alabama"라는 별칭이 있고, 이 도시에 가면 하퍼리 뮤지엄도 있다. 옛 카운티 법원을 박물관으로 만들었으니, 법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앵무새" 소설을 잘 반영한 듯 하다. 


소설의 주인공인 애티쿠스 핀치 (스카우트의 아빠)는 백인 변호사인데 누명을 쓴 흑인을 변호하는 희한한 사람이다. 바로 이 카운티 법원에서 애티쿠스 핀지는, 백인 여자를 강간했다는 거짓 혐의로 재판을 받는 흑인 톰 로빈슨을 열심으로 변호하지만, 결국 명백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의 인종차별적 판결에 패배하게 된다. 


1962년작 영화 "To Kill a Mockingbird" 주인공 그레고리펙. 잘생겼다. 

 

재판에서는 지지만, 애티쿠스 핀치의 명연설은 한번 들을만 하다 (영화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tNxrnOC_WTs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Just Mercy"

"앵무새"가 알라바마에서 1930년대 있었을 법한 일이라면 "Just Mercy"는 같은 알라바마 (몬로빌에서 한시간 반정도 북동쪽으로 가는 몽고메리)의 1989년을 배경으로 한다. 시간이 60년이나 흘렀어도 흑인과 사회적으로 차별당하는 사람들이 당하는 부당한 대우는 소설 "앵무새"때와 달라진게 없는것 가다. 게다가 이번엔 실화다. 


하버드 로스쿨을 갓 졸업한 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제대로 변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남부로 내려온다. 그리고 알라바마 몽고메리에서 Equal Justice Initiative (EJI)라는 단체를 설립하게 된다. 이 회고록은 그 단체의 설립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옥에 찾아가서 사형수들을 만나고, 그들을 설득해서 그들의 변호인이 되고, 재심을 신청하고, 재판을 받는 이야기들이다. 

지금은 65세. 할아버지

이 책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가장 강력하고 또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월터 맥밀란의 이야기다. 이 흑인남성은 자기가 하지도 않은 (백인여성)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잡히고 사형선고까지 받아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다. 변호조차 거부하는 그를 찾아가 설득하여 변호인이 되고, 스티븐슨은 끈질기게 그 사건을 파고든다. 결국 애초에 이 사건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조작된 증언 하나만으로 한 남성이 부당하게 죽을 위기에 처한 상황임을 밝혀내고 무죄선고를 이끌어낸다.  


지금도 몽고메리에 가면 스티븐슨과 그가 설립한 단체 EJI가 만든 Legacy Museum와 National Memorial for Peace and Justice를 방문할 수 있다. 미국의 인종차별, 린치의 역사, 노예제와 대량투옥 (mass Incarceration)에 대해서 전시하고 있다. 




두권을 함께 읽기...

하퍼리와 스티븐슨의 책들은 함께 읽으면 좋다. 남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투쟁, 정의를 위한 싸움이라는 주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또 개인이 한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와 다른 가치를 가질 때, 그리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고수하고 싸워나갈 때 가져야할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두 책 모두 소설 뿐 아니라 영화로도 만들어져 있으니 영화로 보는 것도 추천한다. 


뉴욕타임스는 Just Mercy를 "앵무새만큼 흥미로운, 어떤 면에서는 더"라고 평가한다.


두책이 만나는 지점

영화 Just Mercy에 하퍼리가 언급되는 장면이 있다. 브라이언 (주인공 인권변호사)이 몬로빌에 방문하는데 거기서 "기왕 여기왔으니 하퍼리 뮤지엄도 꼭 들르고 가라"는 말을 듣는 장면이다. "앵무새"의 내용 (부당하게 고소당하고 차별적으로 재판받는 흑인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이 커멘트는 아주 흥미롭다. 바로 그 몬로빌에서 여전히 동일한 차별은 자행되고 있고, 그 동네 사람들은 흑인의 부당한 대우를 바로 잡겠다고 싸우고 있는 이 변호사에게 "하퍼리 뮤지엄"을 동네의 자랑으로 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여담으로, 월터 맥밀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증언을 조작해서 사형선고까지 내린  보완관 Tom Tate가 나오는데 그 Tate는 2019년 은퇴하기전까지 그 몬로빌의 보완관으로 여전히 근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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