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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롱쓰 Dec 28. 2018

[아임 낫 유어 니그로]

제임스 볼드윈의 시선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서 보게 된 영화다. 남부, 인권, 흑백갈등 등으로 영화를 많이 보다보니 자연스레 추천이 된 듯하다. 제임스 볼드윈 (James Arthur Baldwin, 1924-1987)이라는 미국 흑인 작가가 남긴 30페이지짜리 짧은 글 Remember this House을 기반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다. 사뮤엘 잭슨이 나래이션을 맡았다. 


볼드윈은 미국의 저명한 사회비평가이자 소설가다. 아쉽게도 그의 글을 직접 읽어본 적은 없어서, 영화에서 묘사된 대로만 추측해보자면 설득력있고 방송을 잘 아는 사람으로 보인다. 티브이나 공개토론에서 그가 하는 말들은 굉장히 강력하면서도 대화 상대자보다 회중을, 그리고 TV를 보는 사람들을 더 사로잡는다. 소설가인 그가 쓰는 문장들은 문학적이며 통찰로 넘친다. 그리고 그는 사회참여적 지식인이었다. 볼드윈은 미국이 싫어 유럽으로 떠나 파리에 거주하고 있던 중, 미국흑인들의 인권상황을 TV로 보고는 "자신의 몫을 지불"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돌아온다. 말콤이나 킹목사의 방식으로 싸우진 않았지만, TV토론과 글들을 통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몫을 지불했던 지식인이다. 인권운동에서 그의 입장은 전투적인 말콤 X와 비폭력주의의 킹목사 중간쯤이라고 평가된다. 


영화는 제임스 볼드윈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세 민권운동가들 (에버스, 말콤 X, 킹목사)의 연이은 죽음을 축으로 진행된다. 이 셋의 죽음은 각각 1963, 1965, 1968년으로 미국의 민권운동이 한참이던 60년대를 관통하는 큰 사건들이다. 그리고 현재도 자행되는 인종차별적인 사건들도 보여주며, 그때의 상황이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 편집되어 사용되는 영화나, TV쇼, 뉴스등은 모두 제목과 연도가 함께 달렸으니 같이 검색하며 공부하기에도 좋다. 

 

제임스 볼드윈 (1924-1987).


내용보다는 제목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임낫유어니그로"를 직역하면, "나는 너의 검둥이가 아니야." 이 대사는 영화 마지막에 볼드윈이 했던 말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를 두번째 볼때 쯤 이해가 됐다.


영화의 시작은 TV인터뷰 장면이다. 한 백인 MC가 볼드윈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왜 니그로들은 희망적이지 못하죠? 니그로 시장도 선출되고, 뛰어난 운동 선수들도 많고, 정치인들도 많은데...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절망적이라는건가요?" 


이어진 볼드윈의 대답은 이렇다. "사람들이 니그로라는 이 말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한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순간 카메라에 잡히는 MC의 약간 의아한 표정을 보면, 당시에는 니그로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금기시되지는 않았으며 볼드윈이 그 단어의 사용을 강하게 문제 삼는 다는걸 알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 TV인터뷰 장면이다. 볼드윈은 이렇게 말한다. "I am not a nigger, but a man. White population of this country gotta ask yourself. If I am not the nigger here and you invented him, then you gotta find out why. 


"나는 검둥이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내가 검둥이가 아닌데 당신들이 "검둥이"를 만들어냈다고 한다면, 왜 그랬는지 여러분 백인들 스스로 물어봐야 할겁니다."


미국의 전례없는 물질적 번영은 누군가를 희생시키며 얻어낸 것이고 그 희생은 오롯이 흑인들의 것이었다. 이런 사회, 경제적 이유로 백인들은 니그로라는 정체성 개념을 만들어냈고 그들에게 덮어씌우고선 억압했다. 경멸적이기도 한 이 단어 안에는 순응적이고, 백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모범적인 흑인의 모습도 포함된다. 이 모든 "만들어낸" 정체성으로 규정지워지기를 거부하는 볼드윈의 메시지가 영화 말미즘에 강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니그로란 단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마지막에 볼드윈의 답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중간에 백인들이 규정한대로 니그로로 살기를 거부하다가 죽어간 3명의 죽음을 중심으로 60년대 민권 운동의 역사를 그려준다. 동시에 이 악압의 역사는 과거가 아니고 지금도 진행형임을 현재의 장면들과 연결해서 보여준다. 충실하고 모범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미국영화나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인종문제를 다룰때 평이 후하다는걸 감안해도 훌륭한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생각한다. 관심이 이어져 볼드윈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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