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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꺼리 Feb 09. 2021

나는 왜 노르웨이로 갔을까? 2

노르웨이 여행을 시작하는 첫단추

항공권을 저질렀다. 에미리트 항공으로 잡아보니 노르웨이로 가는 왕복 항공권이 80만원대. 첫째는 방학이 끝나서 참여하기가 어려울 것 같고, 둘째랑 우리 부부 3명이 가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정하고, 결재를 하였다. 250만원 대. 첫째 아이는 기숙사라서 주말에 한 번 정도는 학교에 머물면 좋겠다고 당부를 해 두었으나 내심 내키지 않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같이 가는 가족에게는 항공권을 결재해야 일정을 잡을 수 있다고 안내해주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그 가족도 항공권을 구매하고 우리와 보조를 맞추게 되었다. 


  이미 물은 엎어졌다. 상황을 되돌리자니 같이 가는 가족에게 항공권을 취소하라고 말할 수도 없게 되었고, 진행을 하자니 숙소를 잡는 문제부터 어디서 어떻게 이동하고 차를 어떻게 빌려야 하는지 등에 대한 문제가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하나를 취하거나 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다급한 마음에 ‘12일의 일정을 어떻게 만들면 가장 현명할 것인지?’부터 해결해 보았다. 이를 위해 첫 번째 선결과제는 잠을 어떻게 자야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비오는 날 다른 가족 선생님과 만나서 가야 할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캠핑장에서 숙박을 해야 하고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텐트를 국내에서 구입해서 노르웨이에 가서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해야 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장점은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캠핑장을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되므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점이 있고, 반면에 단점은 잠자리가 불편하고 처음 자유여행을 가는데, 너무 많은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구리고 두 번째는 캠핑장 내에 있는 숙소(뉴질랜드에서는 롯지라고 부르고, 노르웨이에서는 히테라고 불렀다)를 예약하는 방법이 있는데, 장점은 저녁에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는 반면에 이동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무조건 그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다는 점이었다. 


  둘 다 사실은 부담되기 마찬가지였고, 텐트를 구입해서 간다면 어떤 텐트를 구입해야 할 것인지 온라인으로 많은 서핑을 해 보았다. 집에 있는 20킬로그램이나 하는 그런 텐트를 국외로 가져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므로 따로 가벼운 텐트를 구입해야 할 것이고,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구입하더라도 대략 20만원 내외의 비용이 든다는 것을 조사 결과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런 사이즈의 텐트는 겨우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실제로 생활하기에는 많이 불편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도 1년 전 뉴질랜드에서의 캠핑장 경험이 있던 관계로 캠핑장 시설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캠핑장보다는 시설면에서 훨씬 좋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막상 그렇게 가더라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행이 꺼려지는 것은 ‘내가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이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텐트에 자는 것을 좋아할 사람도 있지만, 분명히 불편하고 힘들어서 싫어할 사람도 있기 때문에 선뜻 좋다고 권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상대방 가족은 부부가 모두 60을 바라보는 나이라 차가운 땅바닥 위에 텐트치고 잠을 자라고 권하기가 더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모험을 무릎 쓰고 두 번째 방법을 추천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번째 방법이 모험이 되는 이유는 먼저 캠핑장의 숙소를 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입니다. 캠핑장이 얼마나 좋은지도 모르고 단순히 경치만 좋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역과 거리가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 캠핑장 내의 숙소 상태가 양호한지, 가격은 적정한지, 예약만 하면 되는지, 아니면 선 지불을 해야 하는지, 만약에 늦게 도착했을 경우에는 리셉션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등등 살펴봐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캠핑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가족들에게 너무 죄송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캠핑장의 시설이나 환경이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정하는 것이 너무 힘든 문제이더군요. 그래도 어떻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상상을 가지고 두 번째 방법을 추천하였다. 


  다행히 내용이 그렇게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는지 선뜻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해 주셨다. 나의 걱정은 더 커졌지만, 잘 예약만 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나를 위로하였다. 

https://www.visitnorway.com/ 에 접속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때부터 노르웨이 캠핑장을 찾는 것은 저의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우선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관계로 ‘노르웨이 관관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았다. 가려는 곳이 지형적으로 그 나라의 남쪽 지역이라 홈페이지 상에서 남부 노르웨이가 나와 있는 곳으로 접속했더니 다행히 ‘캠핑’이라는 주제로 지역들이 표시된 것이 보였다. 마치 모래 속에서 보물을 찾은 듯 기뻤다. 적어도 국가에서 추천해주는 캠핑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에 예약을 한다면 최악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뉴질랜드에 여행을 갔을 때에는 top10이라는 캠핑 사이트에 들어가서 관련 캠핑장을 검색하면 나름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 나라는 관광청에서 추천해주는 곳이라 더욱 믿음이 갔다.(지나고 난 사실이지만, 관광청에서 나름대로 캠핑장을 평가하고 호텔처럼 별을 부여해서 별이 몇 개짜리 캠핑장이라고 캠핑장들도 나름 광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음) 그리고 블로거들이 올려준 사이트 몇 군데를 더 들어가 보았는데, 사실 어디가 더 좋은지 온라인상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라, 처음 보았던 관광청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서 남부 노르웨이에 있는 캠핑장 중 가장 별이 많은 캠핑장을 예약해볼까 마음먹었다.

      캠핑장만 예약하면 끝날까? 그러지는 않았다. 나라가 크다보니 이동수단을 정하는 문제도 동시에 생각을 해야 했다. 인터넷이나 책에서는 노르웨이 넛셀투어라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고 있던데, 오슬로에서 베르겐이나 스타방에르 등으로 이동할 때 산악열차를 타고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중간에 숙박시설을 정해서 하루나 이틀 정도 여유를 더 가질 수도 있고, 바로 갈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패키지 열차 프로그램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외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기차여행 프로그램을 계획해서 전국을 다니는 그런 여행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지도를 이용하여 차량 이동을 계획해보았다. 여행갈 때마다 가는 장소와 길을 잘 기억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가격적인 문제가 있었다. 1인당 많게는 2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고, 3인이 이용하면 가족 당 60만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했다. 게다가 기차만 타야하는 것이 아니라, 내려서도 계속 이동해야 할 텐데 그 교통비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노르웨이라는 나라였다. 여행하는 동안 대중교통이라고는 공항과 오슬로를 연결해주는 지하철 정도만 탑승했기에 아직도 이 나라의 교통비를 체험하지는 못하였지만, 블로거들의 체험기를 읽어보면 시내버스도 만원이 넘는다고 하였다. 때문에 6명이 넘는 인원을 데리고 함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무모함을 단행할 수 없어서 걱정이 되어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오슬로와 스타방에르를 연결하는 길을 살펴보니 대략 500킬로미터 정도이고, 비행기에 내려서 렌터카를 받은 뒤 바로 운전을 하면 시차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오슬로에서 하룻밤을 자거나 중간 지점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르웨이 남부 해안 지역에 있는 캠핑장을 예약하게 되었다. 


  오슬로 공항에 내리면 12시 30분. 오슬로 시내까지 이동하는데 30분 걸리지만, 가방도 찾아야 하니 대략 2시쯤에 도착한다고 가정하고, 렌터카를 대여하는데 도보로 15분. 설명 듣고 키를 받는데 15분. 그래서 2시 30분이면 운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대략 구글 지도상에서 이동하는 시간은 3시간이므로 중간에 잠깐 쉰다고 하더라도 6시면 도착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1시간이나 넘게 차이가 나서 리셉션 직원은 만나지도 못했다.)


  아래는 캠핑장의 홈페이지랑 캠핑장을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 중 하나를 캡처한 사진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캠핑장을 만날 수만 있다면 일 년에 10번이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 될 텐데. 나는 캠핑장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반했다. 화려한 수영장이 있는 곳이 캠핑장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안에 들어가서 예약을 진행하려고 하니 노르웨이어는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네이버나 다음에서 번역도 안 되어 홈페이지를 영어로 전환하고 Booking이라고 적힌 글자를 클릭하니 예약할 수 있는 안내가 떴다. 예약을 진행할 때 날짜를 지정하고, 인원수를 입력한 다음 잘 수 있는 숙박시설의 내용을 확인한 다음 확인을 누르면 끝. 그리고 예약 확인서를 이메일로 전달받아서 저장해 놓았다. 그런데, 너무 불안했다. 결재도 하지 않았고, 주의사항을 읽어보니 당일 4시 전에 취소하지 않으면 예약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내용을 보니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결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결재를 해야 한다는 안내창은 뜨지도 않고, 예약이 되었다는 확인창만 뜨고, 예약확인서에도 금액적인 내용은 나와 있지만, 어떻게 결재를 하라는 말도 없어서 과연 이 캠핑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가 이 숙소에 정확하게 예약되어서 잠을 잘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너무 많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지만, 그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엄청난 벌금에도 불구하고 생각 없이 과속을 했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많이 아찔하네요.              

https://www.sorlandet-feriesenter.no/ 수영장이 실제로도 있고, 이용요금이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워터파크 요금은 아니다.
캠핑장이 드론으로 찍어서 넓어보이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가본 캠핑장은 그림보다 더 광활했다.

  이곳에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바로 스타방에르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을 잡았다. 자그마치 380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중간에 스타방에르 근처에서는 ‘노르웨이 내셔널투어리스트 루트’중 하나가 있다고 해서 그곳도 잠깐 들러야 하고, 여하튼 스타방에르로 가야 하는데 대략 5시간이 소요되는 멀고 긴 일정이었다. 


  게다가 또 걱정이 드는 것은 바로 주유소의 위치를 찾아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보다 큰 나라이고 인구가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곳이니 주유소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다. 구글 지도에 숙박지 근처에 주유소를 검색해 놓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일이 주유소를 검색했다. 다행히 렌터카는 기름이 가득 들어 있는 상태로 렌트가 된다고 해서 걱정은 덜 했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기름이 없으면 난감한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걱정이 되더군요. 


  위의 캠핑장을 예약하면서 일정을 대충 정했다. 지도를 확인하면서 아래와 같이 일정을 짜 보았지요. 비행기를 갈 때 1박2일, 올 때 1박 2일을 타야하는 험난한 일정이라 이번 노르웨이 여행은 여유를 가지면서 쉴 수 있는 여행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아서 1시간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세운 노르웨이 일정표

  다른 가족은 진정으로 자유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지나치게 자유여행이 되면 다시는 자유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짧은 기간에 오슬로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정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베르겐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베르겐을 중심으로 위․ 아래를 왔다 갔다 하면서 구경을 하고, 종착지에서 렌터카를 반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때에도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국내선 항공료는 대략 1인당 7만원 내외였지만, 그 나라는 렌터카를 다른 지점에 반납하게 되면 반납비용으로 대략 대당 6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였다. 거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워낙 인건비가 비싼 나라다 보니 차량을 이동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차마 다른 가족에게 그 비용을 부담하면서 그렇게 하자고 말을 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목요일 정도에 한국에 도착해야 금요일쯤에 있을 직원회의에 무사히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요일까지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과감하게 일정을 빡빡하게 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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