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작네' 하며 가볍게 찍은 사진. 캄캄한 퇴근길이 되어서야 진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고 귀여운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털이 듬성듬성 뜯긴 고양이가 고름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어요.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심장이 찌릿했습니다. 이 고양이를 찾아내어 뭐라도 해줘야겠다 싶었으나 쉽지 않았어요.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건물 사이 틈새에서 귀 한쪽, 꼬리 끝자락만 겨우 볼 수 있었습니다. 경계심이 최고조였던 그 고양이는 결국 양쪽 눈이 다 붙어버리고 나서야 사람 앞에 온 몸을 내보였습니다.
종종 떠오릅니다. 그날 핸드폰을 꺼내어 들고 셔터를 누르던 그 순간이, 어떤 여름의 냄새 같은 것이요.
문제의 사진
몇 년이 흘렀습니다. 사진 속의 고양이는 모카라는 이름과 함께 부부 집사를 얻었어요. 안락한 집과 온수매트와 에어컨은 덤이고요. 집 안 구석구석 모든 것을 자신의 것이라 여기며 당당한 고양이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30년가량 개를 키우며 살았습니다.
모카를 보면 종종 먼저 보낸 두 마리의 반려견이 떠오릅니다. 예정된 때에 왔으니 예정된 때에 떠나겠구나, 싶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가 그렇듯, 개와 고양이와 인간이, 새와 토끼와 인간이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는 일은 '운명'이라는 말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너와 내가 만나려면 얼마나 많은 우연들이 성립되어야 하는가'는 모든 관계에 적용 가능한 문장이에요. 우연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운명일 수밖에 없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정해진 마주함과 이별을 생각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