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공원
누렇게 마른 흙바닥과 푸른 잔디,
흑백 사진 속에서도 그 색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 대비 속에 사람들이 자리 잡는다.
두세 사람씩 모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늦은 오후의 나른함을 쫒거나,
느긋하게 혼자 앉아 독서를 하기도 하고,
옆사람 이야기를 들으려 귀를 쫑긋 세우고선 따사로운 햇빛을 즐긴다.
몇 안 되는 놀이기구 위에는 아이들이 매달려 오르내리며 향긋한 소음을 만들어낸다.
무너뜨리고 짓고를 반복하며 성장해온 도시 한복판,
돈이 차곡차곡 올라앉아
이제는 그 값이 가장 비싸다는 자리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공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