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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로리 Jul 10. 2023

그림자가 끊어지는 섬

내가 살던 섬의 이름은 영도가 아니라 절영도였다. 섬에서 태어난 말들이 어찌나 빨리 달렸던지 그림자가 끊어질 정도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절이라는 말이 어감이 좋지 않았는지 그 말을 빼버린 내 섬은 그림자 섬이 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육지는 맑아도 안으로 들어오면 짙은 해무와 안개로 기분이 축축 처지곤 하는 어두침침한 섬. ​


이 섬을 벗어난 사람들에게는 그림자가 없었다. 그래서 어디에 있든 그들은 눈에 띄었다. 나 또한 그렇다. 사람들은 신기하게 나에게 물었다. 그림자가 없으시네요? 그 어디지? 섬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다고는 들었는데 정말 그러네요. 어딜가나 구설수에 올랐다. 이 현상이 누군가는 삼신할머니의 저주라고도 했다. 그림자가 없으면 사람 구실을 못한다이가. 여기 나가면 망해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사람은 그림자가 있어야제.


그 때마다 그림자를 끊어낼 정도로 빠르게 달려간 말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 말들은 어디로 갔을까?

내 바다는 그 말들이 어디로 갔는지 보았을텐데.



——-


내 바다에게


내 친구 내 바다. 잘 지냈나요. 내가 너를 떠난지 십 오년은 되었네요.아직도 밤엔 검고 낮에는 반짝이나요. 섬 밖은 차고 나는 여전히 그림자가 없어요. 누군가는 기적적으로 생기기도 한다고 해서 오랜 세월을 기다렸는데, 그럴일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기대는 이제 안하기로 했어요. 다 그만두기로 했거든요.

그 때 너에게 오라고 말했던 것 기억나나요? 그때는 그러지 못했어요. 밖이 궁금했거든요. 이제는 대충 밖을 볼 만큼 본 것 같아요. 그래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너에게 가기로 했어요. 혹시 아주 옛날에 섬에서 살던 말들을 기억하나요? 그 말들은 어디로 갔나요? 내가 너에게 가면 그 말들에 대해 이야기 해 줄 수 있나요?




———-

우리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컴컴한 산동네의 가로등에서 그 다음 가로등으로 추운 입김을 마구 내뿜으며 경사진 언덕 아래로 뛰어내려가면 멀리서 누군가 윽박지르는 남자의 소리가 총성처럼 마을에 넓게 퍼지는 순간으로. 그럴때마다 나는 바닷가로 간다. 다른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제발 나가서 죽어달라고 코트만 입고 내쫓긴 날에도 얼어 죽어버릴것만 같아서 해안가를 뛰다가 걷다가 했다.

결국 바닷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몇시간을 걸려 도착한 교회의 예배당에서 사람들이 기도할 때 쓰는 카펫을 덮고 잠들었다. 새벽기도를 드리러 온 할머니 무리들이 내가 죽었을까봐 조심스럽게 나를 깨웠다.  할머니들의 얼굴이 무슨 등을 들고 있는 것처럼 환하게 밝았다. 그 환한 얼굴에 황송해져서 다시 뛰쳐나가 해안가를 걸었다.  그 때 내 섬의 바다는 원념으로 가득해보였다.

조용히 검은 파도를 뱉어내면서 나를 지켜보던 바다가 너무너무 미웠다. 바다가 자신에게 오라고 하지 않아서. 너도 나를 못 본척 하는 구나.  그 뒤로도 항상 해안가를 걸었다. 어느날 섬에서는 높은 크레인에서 누가 목을 직접 매달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봤다고 했다.  못들은 척 한다. 나를 보는 바다도 못 본척 한다. 우리 집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것처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거라고. 너라는 사람은 없었던 거라고. 나도 그렇게 여기고 싶다.


그러다 어느날 바다는 나에게 말했다

나에게 와. 라고

 그 섬은 서울사람들이 한 번쯤은 가보고싶은 예쁜 바닷가가 되어있었다. 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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