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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마 Nov 14. 2022

반가운 공황장애

불안해도 괜찮을 수 있어!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스스로가 공황장애란 걸 모르고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본인을 자책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것이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후기들을 보면 ’ 내가 공황장애라니…?‘ 하는 충격 또는 상당한 좌절감에 휩싸이는 경우들이 참 많은 듯하다. 불행이라 여기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는 물론, ‘네가 무슨 공황장애야? 그거 뭐 연예인들 걸리는 병 아니냐?‘ 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상처를 받았다는 분들의 이야기도 많은데 그 심정이 어땠을지 공감이 가 참 마음이 아프다.


 반면에 사실 난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은 후 일단은 안도감이 굉장히 많이 들었던 사람이다. 심지어 앞으로 내 삶이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감에 눈물이 날 만큼 기쁘기까지 했다.


 나는 늘 감각적으로 과민했고 불안했다. 기분도, 생각도 불안했다. 항상 어떻게 될 것만 같았고 그래서 못 하는 게 많았다. 불안해하는 내가 참 이상하다 생각했다. 여러모로 불편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물론, 혼자서도 힘들었다. 나는 항상 생각해왔다. ‘이렇게 쉽게 겁이 나고 불안해하는 나는 참 한심하구나. 평생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겠지. 불편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길로 돌아가야만 할 거야. 스스로가 봐도 바보 같은 방식이지만 차라리 익숙해지면 결국은 다 괜찮을 거야.’라고.


 사실상 일상의 편안함들을 외면하고 포기했다. 어느새 나는 불안 속에 잠식되어 불편함을 꾸역꾸역 내 곁에 붙여두고 있었다. 아쉽게, 안타깝게 떠나보낸 순간들이 참 많았지만 아닌 척 합리화했다. 그렇게 계속 내 나름대로 살아봤지만 일상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더욱더 많은 게 불안하게 느껴졌고, 점점 더 불편해졌다. 스스로를 탓하는 날들 역시 늘어만 갔다.


 불안한 이유를 찾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로 원인을 파악할 수가 없어 답답했고 주변에 설명할 수도 없어 괴롭기까지 했다. 스스로가 돌아봐도 ‘이상했던’ 나의 모습들과 생각들, 감각들이 결국엔 모두 내 성격 탓이라 생각했고 늘 자책하기만을 반복해 자존감도 낮아졌다. 그리고 이런 성격을 고치기는 힘들겠지, 하며 막연한 좌절감에 빠져있었다. 때문에 병리적으로 ‘내 잘못이 아닌’, 그리고 ‘나아질 수 있는’ 공황장애라는 진단명을 받은 것 그 자체가 나에게는 큰 위로나 다름없었다. 공황장애라는 이 병명을 알게 된 것과 내 모습을 바로 마주하게 된 순간은 내게 참 중요한, 일종의 크나큰 사건이 되었던 것이다.


 진단을 받은 후 내가 가진 불안의 원인을 알고 나니 그동안의 불안과 불편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전에 없던 의지가 뒤따라 줬다.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닌 듯 한 일상이겠지만 내 삶엔 어느덧 낯선 일상에 도전하고, 뛰어들고 있는 비일상적인 내가 있었다. 그리고 낯설고 새로운 내 모습을 지나와 보니 이젠 어느새 이런 내가 익숙해졌다. 불안으로 가득하던 하루하루는 도전과 뿌듯함으로 채워져 갔다. 일상 속 크고 작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그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누군가가 괜찮다고 말해줄 때, 당장에 달라진 상황이 없다 하더라도 그 순간 느껴지는 위로와 안도감은 굉장하다. 내가 몰랐던 것들을 알고 난 뒤 조금씩 변할 수 있었던 것처럼, 불안해도 괜찮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난 후의 세상이 달라진 것처럼 또 다른 불안한 누군가도 내 글을 읽고 좀 더 마음이 편안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도 괜찮아질 거라고, 여기 괜찮은 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내 글에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나와 같이 힘든 이유를 몰라 스스로를 탓하고 좌절감에 빠져있는 분들이 있다면 우연히 마주한 내 이야기에 작은 위로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부끄럽지만 이렇게 작게나마 기대하는 마음도 함께, 그동안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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