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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진 Dec 19. 2023

10년 뒤 나는

1. 10년 뒤라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2. 그때도 책과 영화가 재밌다면 좋겠다. 

3. 아마 그때가 되면 입맛이 좀 사라지지 않을까. 

4. 열기가 식고 18도 정도로 느긋해질 것이다.

5. 그때가 되면 잠이 줄어들어 하루가 더 길어지지 않을까. 

6. 아마 그때가 되면 자기 전에 아쉬움이 덜하지 않을까.

7. 내 십 년 전은 외출이 잦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8. 십 년 후면 더하겠지. 집과 헬스장 그리고 카페 끝

9. 아마도 소설을 열심히 쓰고 있을 것 같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

10. 조카는 십 년 후에 청소년에 접어들 것이다. 그전에 잘해줘야지.

11. 십 년 후에도 독서모임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책은 믿지만 나를 믿진 못하겠다. 

12. 요즘 기억에 한도가 다 차 수첩을 애용한다. 그땐 기록하다 하루가 다 가지 않을까. 

13. 해야 할 건 덜어질 것이다. 했으면 싶은 건 많아지겠지.

14. 사람 마흔 후반은 정력적인 시기다. 그렇지만 나 벌써 은퇴를 생각한다. 

15. 은퇴하면 루소처럼 이런저런 책이나 읽으면서 건강식을 하련다.

16. 재미는 소설에서 찾을 것 같다. 소설만큼 질리지 않는 건 없다. 

17. 아직도 못 읽은 소설이 산더미다. 너희들은 내 노후 심심풀이용이다.

18. 최근 세월호 학생들을 다룬 영화를 봤는데, 곧 10주년이란다. 아마도 그렇게 그리움도 게을러져 속절없이 지나갈 것이다. 

19. 20년 전 난 집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끝까지 집을 지키던 어머니는 이제 집을 비우고 전국을 유람한다. 내 기분을 이해하는 것 같다. 

20. 보림이와 죽음에 관한 대화를 나눴는데, 둘 다 그 말을 하면서도 죽는 걸 믿지 않는 눈치였다. 십 년 후에는 우리 모두 생존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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