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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Oct 06. 2016

사랑은 보편 타당한 가치인가?

그렇다 혹은 아니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생각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누가 옳은지에 대한 논쟁도 많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워 사회적으로 명성을 쌓는 이들도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것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과거를 살펴보아도 이런 추세는 크게 변함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사상이 옳다고 주장하며 이를 실현시켜 줄 군주를 찾았던 춘추전국시대가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이 때 주류로 인정받아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제자백가는 공자를 위시로 한 유가였습니다. 물론 노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 역시도 현대에 시사하는 바가 많지요.


그렇지만 역사에서 인정을 받지 못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상들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진시황이 실시했던 분서갱유에 포함된 서적들은 모두 나쁜 것이어야만 하죠. 하지만 실제로 사실을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나름대로의 배경이 모두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사실과 그에 따른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면 역사를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사건보다는 그 사건이 일어난 원인과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이 과정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춘추전국시대에도 이처럼 사람들에게 잊혀져 버린 비주류 사상가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그 중 묵자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학교에서는 그의 사상을 겸애(또는 사랑)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며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 편이 많은데, 그의 사상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며 묵자가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재해석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면 그 시대의 상황과 사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묵자는 춘추전국시대의 허난성에서 태어난 철학자입니다. 제자백가 중 묵가를 대표하는 위인이지요. 모두에게 공평한 사랑인 겸애를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유가와 격렬한 대립을 하게 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유가는 기본적으로 가족을 중시하는데 묵자는 모두에게 공평한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고 했기에, 묵가는 유가로부터 '아비도 몰라보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됩니다. 그렇다면 유가에서 이토록 비판한 묵가의 핵심사상은 무엇일까요?


그의 대표적인 사상은 '겸애'입니다. 묵자가 본 춘추전국시대의 상황은 '총체적인 사회적 위기' 였습니다. 무도하고 불의하고, 이기적이며 서로를 파멸시키려는 사람들이 가득한 시대로 규정했던 것이지요. 묵자는 주린 자는 먹을 것이 없고, 추운 자는 입을 것이 없고, 일하는 자는 쉴 틈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인식을 보았을 때 묵자가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시대를 살아간 민중들의 고통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묵자는 겸애를 주장했던 것이죠. 그가 말했던 내용은 묵자의 겸애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혼란의 원인을 알아야 다스릴 수 있으며, 그 원인을 알지 못하면 다스릴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면 고칠 수 없는 것과 같다. 사회의 혼란을 다스리는 것 역시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사회의 혼란은 모두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묵자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매우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그는 사회적 혼란의 원인이 바로 나와 남을 구별하는 차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역설하고 서로 이익이 되는 상리관계(오늘날의 윈-윈)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개인의 관계에서도 물론 충분히 가능한 것이지만 법과 제도의 힘을 빌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더 읽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구절도 나옵니다.


'만약 천하로 하여금 서로 겸애하게 하여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한다면 어찌 불효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천하가 서로 겸애하면 평화롭고, 서로 증오하면 혼란해진다. 묵자께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 까닭이 이와 같다.'


기독교의 교리 중 하나인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가 춘추전국시대에도 있었습니다. 묵자를 잘 살펴보면 그가 주장한 사상은 기독교의 내용과 매우 흡사합니다. 기독교의 하나님이 사랑인 것처럼 묵자의 하느님 역시 겸애입니다. 기본적으로 묵자는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힘을 '사랑'에서 찾았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마음 속에 남을 위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면 전쟁을 일으킬 일도, 다툴 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를 가정하고 묵자가 주장한 것이 바로 비공(공격을 하지 않는 것) 입니다.


손자병법에서 손자는 '전쟁을 할 때 상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군사들이 먹을 군량, 숙영지만 생각해보았을 때도 소모되는 부분이 많은 것이지요. 만약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피해는 더 심각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자는 전쟁을 할 때 가급적이면 싸우지 않고 기세로 이기라는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묵자의 생각 역시 손자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를 발현시키는 방법에 있어서는 약간 차이가 있지요.


그는 사람들이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다면, 서로 남을 침범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묵자가 간과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욕심으로 인해 서로를 죽이고 자신과 남을 구분 지으며 살아갑니다. 나와 남의 차별로 시작하여 계급과 계급, 지역과 지역 그리고 집단과 집단 간의 차별로 확대된다는 뜻입니다. 묵자는 비공을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가 살았던 시기는 공격이 흔했던, 전란의 한가운데였죠. 전쟁 중에 자신의 세력을 넓혀야 했기 때문에 군주들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서로 사랑하자는 묵자의 의견은 공염불로 변했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타인을 사랑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춘추전국시대에서 묵자의 사상은 상대적으로 그 영향력이 다른 사상에 비해 미미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묵자의 사상은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빈부격차를 없앤다는 것은 매우 급진적인 사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더 많게 해 줄 경우에는 호의적이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을 빼앗아 갈 경우에는 격렬하게 저항합니다. 묵자 사상의 핵심이 '모두가 공평하게' 였으니 당연히 기존에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묵자의 의견에 반대했을 것입니다.


저는 묵자를 살펴보면서 사상 하나로 생각할 수 있는 다양성의 세계를 확인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공부는 하나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생각의 향연을 지금까지 내가 익힌 논리와 방법으로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결국 위에서 언급된 사상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그 마음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다양한 제자백가가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제자백가 사상의 특징을 외우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왜 이런 사상을 주장했는지에 대한 배경을 파악하는 일은 전자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존재는 사람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 시대의 사람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앞으로 있을 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란 돌고 도는 것이니까요. 사람들의 마음도 예전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묵자를 통해서 우리는 '아무리 그 뜻이 좋은 이상적인 사상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실행할 힘이 없는 경우 상대적으로 배척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기업 간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큰 계약을 따기 위해 무리해서 자신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결국 능력 이상의 것을 요구 받으며 스트레스가 쌓인 담당자나 기업에게는 그만큼의 반대급부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묵자의 사상은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만일 묵가사상이 춘추전국시대의 주류 사상이 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물론 역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상상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상은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관련 내용을 공부하며 저는 묵자의 사상이 서양의 기독교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봉사를 강조하고 겸손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검소한 생활을 하는 가운데 무언가를 이뤄나가고, 또 주변의 이웃들과 상생해야 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다만 조심해야 될 것은 우리가 이런 이상적인 이데올로기 뒤에 숨겨진 기득권 층의 의도를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된다는 사실입니다. 중세시대의 종교인들은 이런 가치를 앞장세워 하나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 충성하도록 좋은 사상을 악용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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