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희망원정대 1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이사한지 한 달 만에 또 집 알아보게 생겼어요!”
“그냥 두통인 줄 알았는데… 말라리아 감염 의심으로 검사 받으러 가요. 설마… 아니겠죠?”
“사이클론이 이번 주에 지나간다고 해요. 주말동안 인터넷이 끊겨서 연락을 못할 것 같아요. 무사하길 기도해주세요!”
10개국에서 활동 중인 UNV(UN University Volunteer‧UN 봉사단) 단원들. 우리 15명의 카톡방은 각자의 소식과 함께 세계 곳곳의 삶의 모습들이 오고 갑니다. 지진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네팔, 사이클론과 홍수가 빈번한 피지, 말라리아 모기와 매일 전쟁을 치루는 가나와 케냐….
물론 항상 사건·사고 소식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몽골 땅을 처음 밟았던 날, 영하 30도의 강추위에 몸과 마음이 모두 얼어붙었습니다. 그 때 네팔에 있는 단원이 보낸 한 장의 사진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히말라야의 따스한 햇살과 푸릇푸릇한 봄 향기가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었죠. 돌고래가 뛰어 노는 스리랑카의 바닷가, 어깨가 들썩이는 케냐의 재즈 페스티벌, 군침 도는 라오스의 길거리 음식, 또 가끔은 전 세계 친구들의 훈훈한(?) 얼굴이 담긴 사진을 주고받으며 타지 생활에 작은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네팔의 하늘. 그땐 이 사진이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졌더랬죠. (사진: 홍승영)
스리랑카의 돌고래 (사진: 황연재)
스리랑카의 흔한 길거리 음식 (사진: 황연재)
라오스의 밤거리 (사진: 현지예)
올해 초, 15명으로 구성된 UN 봉사단이 가나, 케냐, 네팔, 몽골, 방글라데시, 벨라루스, 스리랑카, 라오스, 우즈베키스탄, 피지 등 10개국의 UN기구에 파견됐습니다. UN 봉사단은 UN기구에 근무하며 봉사정신으로 국제개발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선발된 15명은 한국에서 처음 파견하는 대학(원)생 봉사단입니다. 기존의 높은 문턱을 낮춰 저희와 같은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진 것이죠.
파견된 단원들은 UNICEF, UNEP, UNFPA, UNDP, UNV, FAO, IOM 등의 UN기구에서 홍보, 리서치, 보건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아이고, 기구들의 이름이 너무 어렵죠. 각 기구들의 공식 명칭과 우리말 이름, 역할을 아래에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UNICEF(United Nations International Children’s) | 유엔아동기금
1946년 설립. 열악한 환경에 처한 저개발국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칩니다. 긴급구호를 비롯해 주로 영양결핍 치료, 예방접종, 식수문제 및 환경 개선, 기초교육 등과 관련된 일을 합니다.
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 유엔환경계획
1972년 채택된 스톡홀롬 선언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습니다. 환경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유엔 공식 국제 기구로 환경 분야 국제 협력 추진, 유엔 기구의 환경 정책 수립, 세계의 환경 감시 등을 목표로 활동합니다.
UNFPA(United Nations Population Fund) | 유엔인구기금
임신의 자유와 출산의 안전, 그리고 아동 및 청소년의 잠재력 개발을 위한 활동을 주도하는 유엔 산하기구입니다. 여성과 아동, 청소년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 유엔개발계획
1965년 설립되었으며, 국제 원조와 개발에 관한 활동을 합니다. 구호,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방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로 다른 조직이나 단체, 기관등과의 제휴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UNV(United Nations Volunteers) | 유엔봉사단
봉사로 세계개발과 평화에 기여하는 UN기관입니다. 약 130개국에서 UN봉사단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모두 이 UNV로서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FAO(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인류의 영양상태 및 생활수준의 향상, 식량(농산물)의 생산 및 분배 능률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세계 식량안보 및 농촌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요.
IOM(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 국제이주기구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민을 지원하는 정부간 국제기구. 주요 역할은 전세계 이주민들을 위한 상담, 이주민들에 대한 의료 지원, 여비 및 귀국 정착금 지원, 이주자들의 법적·사회적 지위 향상, 인신매매 근절과 피해자들의 안전한 귀국지원 등입니다.
UN봉사단 15명이 10개국 7개 기구에 파견됐습니다.
몽골의 초원, 겨울엔 설원 (사진: 조은총)
10개국의 이야기가 오고가는 카톡방은 지구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창이기도 합니다. 그날의 점심메뉴부터, 사람 냄새 가득한 삶의 현장, 낯설고 신기한 문화에 당황했던 일, 아름다운 자연경관, 그리고 함께 공유하고 싶은 지구촌 문제들까지…. 오고간 사진이며 많은 이야기들을 작은 창에만 가둬두기가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카톡을 날렸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나눠보자.”
그렇게 몽골에 있는 저를 비롯해 가나, 네팔,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피지에서 활동하는 6명의 단원들이 모였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여러분께 전하려고 합니다.
벨라루스의 평온한 풍경 (사진: 정가영)
케냐의 흔한 ‘길기린’ (사진: 노민주)
때로는 너무나 다른 문화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때로는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역시나’ 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이름은 들어봤지만 무슨 일을 하는진 알기 힘들었던 UN기구의 활동 이야기까지…. 카톡창에 꽁꽁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봉인해제 하려고 합니다.
우리를 소개합니다!
앞으로 6개국의 다양한 문화 속에서 펼쳐지는 UN 봉사단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이 글은 더퍼스트미디어에 6개국 UN봉사단 단원들과 함께 연재한 UN희망원정대 중 필자의 원고입니다.
UN희망원정대 전편 읽기: http://www.thefirstmedia.net/ko/?cat=1310
블로그: http://josephch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