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내가 다신 담그나 봐라!"
우리 엄마의 취미는 김치 담그기다.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의 지인들이
대부분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때가 찾아오면
"무 뽑아 가라."
"열무 남았다. 다 가져가."
"너희 주려고 배추 남겼어. 가져가.
온 김에 저기 쪽파도 뽑아가고."
우리는 복도 많지.
여기저기서 생각해주는 마음에
늘 배가 부르다.
그러면 엄마는 금은보화를 얻은 듯
환한 미소로 재료들을 몽땅 가져오신다.
결국 엄마의 취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느지막이 집으로 돌아오면
마당 전등불 밑에서 재료들을
다듬으시는 엄마의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미쳤어. 미쳤어.
엄마 또 김치 담근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시며 나를 맞이한다.
"아! 엄마 좀 그만 담가.
힘들게 고생을 하고 그래."
"너랑 니 동생 열무김치 좋아하잖아.
그래서 담가봤지."
"어이구! 못 말려 정말!"
엄마를 나무라지만
그것이 엄마의 사랑 표현 중 하나인 거 같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애정으로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냉장고 속엔 김치가 항상 가득하다.
타향살이 한지도 이제 10여 년이 되어간다.
늘 외롭고 지치는 생활 속에서도
엄마의 김치는 늘 나에게 위로를 해준다.
엄마의 사랑은 늘 나에게 위안을 준다.
우리 모두 뜻하지 않게 고립되어 있는
요즈음
엄마의 김치는
보이지 않지만 마치 탯줄처럼
고향집, 그리고 가족들과
나를 연결해주고 있다.
"엄마, 늘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무뚝뚝한 아들은 오랜만에
집에 전화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