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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dy Garnet Aug 31. 2019

개그맨에 도전하다

오랜 친구와의 재회

최근 소원했던 오랜 친구를 만났다. 한 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아서 언제 어떤 일로 서로가 소원해졌을까 생각조차 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그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었고 그 이유는 나로 인한 것이었다.

나는 ‘왜 저놈은 연락도 없지?’ 했었는데 내가 친구에게 실수하는 바람에 몇 년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도 오랜 친구란 이런 것인가. 맥주 한잔과 먹태 한 마리에 우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릴 적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개그맨이 되려고 둘이 준비를 할 때였다.




어느 날 친구가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콤비였던 나에게 같이 나가자고 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친구는 공무원 시험을 다년간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개그맨이라니... 하지만 나는 매우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바로 “오케이” 같이 할 것을 다짐했다. 그 후로 우린 자주 만나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고 한 달이 가기 전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 소재는 지금은 매우 보편적인 개그 소재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매우 신선한 소재였다. 그 아이디어 소재는 말장난이었다.




최근 개그판은 아재 개그를 넘어서 말장난 개그의 장이었다. 요즘은 또 다른 추세로 넘어가고 있지만... 여하튼 우리는 20여 년 전 그 소재로 개그를 짰다. 지금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괜찮았네 하는 소재들이었다. 우리 개그는 몇 년 전 타짱이나 최근 코미디 빅리그에서도 비슷한 개그를 가지고 인기를 끌었던 소재다.




예를 들면 멀쩡한 두 남자가 장기를 두다가 한 사람이 “장이요!” 하면 상대는 잠시 놀라다가 입고 있던 코트에서 된장을 꺼내어 놓으며 “난 된장이요!” 그럼 다시 상대방도 무심하게 코트에서 쌈장을 꺼내며 “난 쌈장” 급기야는 짜장면까지 등장하게 된다.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코트에서 그 많은 것들이 나오는 것에 대한 의외성에 중점을 두었던 개그였다. 이렇게 코트에 숨겨져 있던 장이란 장을 다 꺼내어 놓으며 상대방이 당황하며 웃으면 게임이 끝나는 식의 스토리였다.




이러한 스토리로 우리는 준비를 했고 MBC 개그맨 공채에 접수하였다. 그 후로도 시험 전까지 이 집 저 집 오가며 연습을 이어갔고 시험 날짜는 다가왔다.

완벽했다. 모든 게 순조로웠고 자신감 또한 가득했다. 우리는 시험 전날 나의 집에서 함께 연습하고 함께 잔 후 시험 보러 갈 예정이었다. 우리는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술도 한잔 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아침에 기상한 우리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늦잠을 잤던 것이다. (당시 대전에 살고 있던 우리는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갈 예정이었다) 후다닥 옷을 챙겨 입고 대전역으로 향했다. 택시를 잡아 타고 빨리빨리를 외쳤다. 대전역 택시 승강장에 내려서도 숨이 턱 막히도록 뛰었다. 시간이 다 되었지만 예전에는 기차 시간이 딱 맞게 오느지 않을 때도 많았기에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늦었다. 기차는 떠났고 시간 안에 도착할 방법은 없었다. 망연자실. 몇 달 동안 공 들였던 일이 기차를 타고 저 멀리 떠나 버렸다. 둘은 허망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대전역사를 나오면서도 다음 기회를 도모 하자는 약속을 하면서 이번이 끝이 아님을 의지를 다졌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다음 기회를 노렸지만 다음 해에 친구는 공무원이 되었고 난 디자이너가 되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인생에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우리는 20년 전 이야기를 툭툭 꺼내며 자정이 넘어서 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맥주와 먹태는 입속으로 계속 사라져 갔다.




당시 친구는 약속에 늦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어떤 날에는 3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 처음에는 30분 한 시간 그러더니 점점 늘었다. 다행인 것은 이 사건 이후로 약속을 꽤 잘 지키게 된 것이다. 덕분에 공무원이 된 것일까?

물론 이날도 정확한 시간에 우린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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