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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dy Garnet Jun 12. 2020

사찰에서 한달살기

사회를 벗어난 사회

몇해 전 한달동안 사찰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친 탓에 어디 선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마침 절에 대한 관심이 생겨 친구의 소개를 받아 절에 가기로 한 것이다. 




재미 있는것은 이 사찰을 소개해 준 친구는 외국인 이라는 것이다. 이 외국인 친구는 한국 음식과 문화 언어까지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는 친구다. 내가 구사하기 어려운 농담도 던지는 수준이니 말 다 했다. 그리고 그녀는 막걸리의 달인이다.




소개를 받고 장기 템플 스테이 할인까지 받아서 한달간의 생활을 위해 절로 향했다. 서울에서 꽤 먼 곳 이기에 차를 가져가야 했고, 가는데 만도 한참을 걸려서 가야만 했다. 유명한 절이고 그 산 또한 매우 크고 유명한 곳이라 절 까지 가기전 상점 들과 기념품 그리고 음식을 파는 곳들이 장사진 이었다. 상점들을 지나고 나면 산길로 구비 구비 올라 가야 절이 나온다. 다행(?)히도 얼마 올라가지 않아서 절이 보였다. 사람들은 산행을 위해 같은 길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높지 않은 곳에 절이 있어서 살짝 당황 했다. 그렇게 난 절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관계자를 만났다. 절에 갔는데 스님이 아니라 관계자라니...

설명을 덧 붙이자면, 대부분 절은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이 템플스테이는 절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 템플스테이 협회(?)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그러한 단체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물론 절에서 위탁의 개념으로 운영하는 것일 것이다. 




관계자를 만나는데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내가 도착 한 시간과 식사시간이 맞물려 거의 한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관계자는 친절하게 템플스테이에 대하여 소개해 주었다. 뭐 간단한 주의 사항과 공양시간과 예불시간등을 설명해 주었다. 설명이 끝난 후 절에서 입을 수 있는 옷가지를 받아서 숙소를 안내 받았다. 눈치를 챘을지 모르지만 절에서 템플스테이 하는 공간은 따로 마련 되어 있다. 스님들이 지내는 곳과는 다른 곳이다. 




공양시간 아침 6시, 점심 11시, 저녁 5시반. 

공양이란 절에서 밥을 먹는 것을 뜻한다. 더 넓은 의미를 뜻하기도 하지만 식사를 뜻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사회생활 하던자. 특히 나 같은 경우 이 공양시간이 극복하기 어려운 점 중에 하나였다. 

너무 일찍 밥을 먹는 것이다. 아침 6시라니! 




첫날 저녁 공양을 시작으로 템플스테이가 시작 되었다. 공양을 할때에는 정숙해야 하고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식기를 자신이 잘 씻어 놓는 것 정도가 공양할때 주의 해야 할 점 이었다. 솔직히 첫 공양떄 느낌은 '와 내가 다시 군대를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판에 몇가지 안 되는 음식을 내가 퍼서 먹고 식기를 씻어 놓는 것이 흡사 군대에서의 식사시간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밥 먹을 때에 고참 눈치 보느라고 매우 급하게 먹기 때문에 말 못하는 것도 같았다. 또한 몇일이 지난 후 느꼈지만 마당을 한가롭게 산책하는 것도 어느정도 절도가 필요했다. 뒷짐을 지고 어슬렁 거린다고 봉사 하시는 분이 나에게 주의 해 달라고 하였다. 지나가시던 스님께서 보고 보기 좋지 않다고 했단다... 음 정말 군대가 다시 생각났다...




음식은 절 음식을 싫어 하는 편이 아니라 꽤 괜찮았다. 나물도 맛있고 국도 맛있고 여러가지로 맘에 들었다. 스님들이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찰음식 에는 5가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사찰음식 에서 제외 하는 5가지를 '오신채'라고 한다.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가 그것이다. 다른 식물들은 다들 알 것이고 흥거가 어떤 음식일지 궁금할 것이다. 




흥거는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는 식물로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남아시아 등에 분포한 식물인데 아위라고 (학명: Ferula assa-foetida 페룰라 아사포이티다) 부르는 식물이다. 양파나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인도 음식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얘기하기 전에는 어떤것인지 잘 알수가 없다. 




불가에서 오신채를 안 먹는 이유는 이 채소들을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이 다섯가지 식물은 먹으면 음란 마귀가 살아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불가에서는 처음 부터 고기를 먹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것을 지켜야 했다. 

삼종정육

살생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요. 자신을 위해 죽이는 것을 직접 보지 않은 고기, 남으로부터 그런 사실을 전해 듣지 않은 고기, 자신을 위해 살생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지 않는 고기를 말한다.

오종정육

삼종정육 외에 수명이 다해 자연사한 오수(鳥獸) - 새와 짐승 - 의 고기나 맹수 또는 오수가 먹다 남은 고기를 뜻한다. 

구종정육

오종정육 외에 자신을 위해서 죽이지 않은 고기나 자연사한 지 여러 날이 돼 말라붙은 고기, 우연히 먹은 고기,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고기 등을 말한다.




위 내용을 보니 그 뜻이 심오하다. 특히 삼종정육의 자신을 위해 살생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지 않는 고기 라는 항목은 그 마음이 매우 따뜻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합리적인 의심이 감에도 불구하고 내 눈으로 보지 않고 듣지 않았을 때에는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은데 그 의심 까지도 자신이 절제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저녁식사 후에 6시반에 예불을 시작한다. 매운 경건하고 멋진 시간이다. 하루의 끝을 알리며 평화와 깨달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30분 정도 예불하고 그 이후에는 자유롭게 더 스스로 하여도 된다. 저녁 공양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잘 못 하면 졸리울 수 있다. 예불중에 조는 사람 여럿 봤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졸릴때의 눈꺼풀이 아니던가.




예불은 하루에 두번 하게 되는데 저녁시간 이후에 밤에 또 한번 하게 된다. 시간으로 보면 저녁을 매우 일찍 먹기 때문에 저녁 예불 후에 대부분 글을 읽거나 시간을 보내다가 일찍 잠에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밤 예불을 봐야 하기 때문에 방에 일어나야 했다. 예불후에는 다시 잠을 청하지만 아침 공양이 매우 일찍 이기 때문에 잠을 푹 자기는 어렵다. 난 이부분이 절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스님이 되는 방법은 매우 어려웠다. 속세를 떠나 그냥 절에 가면 스님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스님들도 공부도 해야 하고 자격을 취득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한단다. 아무자 불자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아무나 스님이 될 수는 없었다. 




한번은 스님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스님과 일대일로 차와 함께 대화 하는 시간이었는데, 참으로 좋은 시간 이었다. 스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나와 대화 하셨고 나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편으로는 매우 불편하기도 했다. 나의 불편한 속 마음을 어느정도 알고 계시는 듯한 눈 빛과 말은 나를 편하지 않게 했다. 하지만 그런 점이 난 매우 좋은 시간이었다. 스님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화를 참지 말라... 화를 속에 두지 말고 해소해야 한다." 나는 어려서 부터 화가 많았다. 혹자는 나에게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어 안달나 있는 하나의 분노의 화신일 뿐이다. 나의 유년시절에 세상에 내 주변에 비지니스에 나는 화가 나 있었다. 스님 또한 그러하셨을까?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그러할까?

따뜻한 차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게 스님의 말은 비수처럼 내 가슴을 찔렀지만 나에게 약이 됨을 분명 알았다.




봉사 하시는 분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절의 모든 궂은 일들을 하신다. 마당도 쓸고 밥도 하시고 빨래도 하신다. 난 영화나 상상에서 스님들이 그러한 일들을 하시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이곳은 스님들은 거의 일을 하지 않으셨다. 의문이 좀 들긴 했다. 그 많은 스님들은 도대체 뭘 하지? 

나의 불경한 생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스님이 되기 힘들다 했는데 일단 되면 별로 하는 것이 없이 지내는 건가? 물론 스님들이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의 거처와 자신들의 생활에 대한 일을 남이 해 주는 것은 조금 이샹해 보였다. 또한 그것을 위해서 봉사자들이 상시로 존재 한다는 것은 더욱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절안에서도 서열과 계층이 있는 또 하나의 사회를 보는 것 같아 불편했다. 




한달간 사찰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감정을 느겼다. 

좋은 공기, 맛있는 음식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에서의 힐링 처럼 매우 긍정적인 감정이 있었다면 또 다른 감정선도 존재 했다. 규율과 법칙을 넘어 계층이 존재하는 불편함과 반복된 생활에서의 지루함도 느끼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세상 어떠한 공간이라도 이러한 감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여행을 가더라도 처럼에 생각한 대로가 아닌 다른 감정을 느끼듯이 한달간의 사찰생활은 나에게는 또 다른 여행이기도 했다. 


또 하나 크게 느낀 것은 '사찰생활은 힐링이나 휴식의 개념을 접근하면 안된다' 이다. 사찰생활은 공부 하고 깨달음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여야 하는 것이었다. 장기 사찰 생활은 이 점을 꼭 기억해야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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