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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dy Garnet Jun 23. 2020

남아야 어려운 자에게 돌아간다

상류와 하류




옛날에 사람들은 떠돌아다니며 사냥을 하며 살았다.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유목 생활을 하였다. 그러다가 재배를 하게 되면서 이동하지 않고도 풍족한 삶을 영유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점점 재배를 잘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고 그곳으로 이동하여 모여 살았다. 그곳에는 풍부한 물과 그로 인한 비옥한 땅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젖줄을 강이라 불렀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강이 되었고 그 강은 비옥한 평야를 만들었다. 산과 강 그리고 평야는 사람들에게 과일과 물고기 그리고 곡식을 선물하였고 사람들은 그 선물에 기뻐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그들에게 고민이 찾아왔다. 비가 오지 않는 건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 것이 한 번이 아닌 매년 찾아오는 것에 사람들은 난처했다. 건기가 오면 비가 오지 않아 강물이 줄어들고 과일과 물고기도 줄어들며 곡식을 자라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때마다 배가 고파 다시 사냥을 나서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곰곰이 생각을 한다.

'일 년 내내 배부르게 살 수는 없을까?'

한참을 생각하던 그 사람은 무릎을 탁 쳤다.

이 모든 것이 강물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 그 사람은 멋진 아이디어를 낸다.

'강물을 가두어 놓자!'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을 믿고 강물을 가두어 저수지를 만들었다. 저수지는 건기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주었고 물고기도 양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곡식에도 물을 대어서 곡식도 자랄 수 있게 되었다. 실로 엄청난 아이디어이고 세상을 바꿀 생각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 사람을 영웅으로 대접했고 그 사람을 부귀영화를 누리며 마을의 대장이 되었다.

헌데 세상을 바꿀 생각이 정말 세상을 바꾸고 말았다. 강의 상류에 살던 그 사람이 한 멋진 아이디어는 강 하류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몹쓸 생각이 었던 것이었다. 물을 저수지에 담아 둔 마을 때문에 강 하류 사람들에게는 그만큼의 물이 공급되지 않아 더 어려운 삶을 살게 하였기 때문이다.

하류 마을 사람들은 항의에 마을의 대장은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게 되는데

'저수지를 없애지 않고 저들이 필요할 때에만 물을 내려 주면 되지 않은가!'

그렇다 저수지는 없애지 않으면서도 아래 마을 사람들이 필요할 때 물을 내려주면 될 일이다. 대장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번에는 댐을 건설하게 된다. 물을 가두어 두기도 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물을 내려보내 아랫마을 사람들에게도 물을 줄 수 있는 장치 말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아이디어인가!

댐은 완성되었고 사람들은 사이좋게 댐의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비가 잘 오지 않는 건기에도 두 마을은 비옥한 땅과 물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까?




아랫마을에도 대장이 나타났고 그 사람도 윗마을 대장처럼 명석한 머리가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이었다. 명석한 두뇌로 빠른 시간에 부를 축적하였고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윗마을 대장보다 더 많은 부를 가질 것이라고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 소문은 윗마을 대장에게 금세 들어가게 되었고 소심한 대장은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자신의 명예를 넘어서 아랫마을 대장에게 일인자의 자리를 내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며칠을 고민한 대장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모아서 선언한다. 아랫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모인 이 자리에서 윗마을 대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물을 내려 보낼 때 여기 댐을 운영해야 하니 한번 내려 보낼 때마다 돈을 받을 것이다!"




아랫마을 사람들은 물론 윗마을 사람들까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이 물었다.

"물은 우리 것이 아닌데 어찌 돈을 받는 단 말이요!"

대장은 말했다.

"물은 우리 것이 아니다. 하나 저 댐은 우리 것이니 저 댐을 사용하는 데에 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세력이 강한 윗마을 대장의 말에 더 이상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이후 아랫마을은 물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내야 했기 때문에 윗마을 보다 잘 살 수 없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상류사회와 하류사회를 빗대어 만들어 본 이야기이다. 더 들어가서는 디자인 업계의 관행을 들어다 본 이야기이다. 유명 에이젼시들이 기업들의 일을 독점하고 있고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 또한 하청을 두어 수수료를 받아먹는 관행.




대기업은 인하우스 기획사에게 일을 몰아주고 이것은 유명 에이젼시들에게 그 에이젼시는 중소 에이젼시에게... 이렇게 중소 에이젼시는 최소 갑. 을. 병. 정 정에 해당되는 단계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이것은 일의 효율에도 좋지 않고 사회적 불균형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왜 이렇게 일을 해야만 하나.




답은 돈이다.




예를 들자면 1억의 프로젝트 비용이 발생한다면 을에게 1억이 주어지면 20%를 제하고 8천이 병에게로 여기에서 또 20~30%를 제하고 정에게는 5천 남짓의 프로젝트 대가가 주어진다. 그렇다면 갑은 1억 원짜리 프로젝트를 의뢰하는데 정은 5천짜리 프로젝트를 하는 셈이다. 이것은 갑에게도 좋지 않고 정에게도 좋지 않다. 이것으로 이득을 보는 자는 을과 병이다.

또한 이런 프로젝트는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1억짜리 프로젝트를 의뢰한 갑은 1억짜리 결과물을 원한다. 하지만 5천짜리 프로젝트를 수주한 정은 5천 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여기서 현실적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갑 입장에서는 정이 일을 너무 안 하고 정 입장에서는 갑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정은 갑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꼼수를 써야 한다. 갑에게는 가짜 인력을 보고하고 직원들에게는 야근을 강요한다. 그래야만 정이라는 회사 내에서의 갑인 사장이 돈을 벌 수 있지 않은가...

이 악순환은 결국 고스란히 힘없는 직장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경제가 어렵다. 코로나가 창궐한다. 이럴 때에도 유명 에이젼시들은 일이 넘쳐난다. 예전에는 일이 넘쳐나면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래서 중소기업들도 그 물을 받아먹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흘러나오는 물마저도 자기네 물이라며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




물줄기를 막는 댐은 없어져야 하며 영구 개방되어야 한다.

물이 넘쳐야만 목마른 자들에게 다다르는 것이 아니고 남아야만 어려운 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물은 누구나 손에 담으면 마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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