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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Jan 28. 2024

[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24. 1. 26




나는 요조가 좋은데 요조를 직접 만나는 것은 조금 두렵다. 

나는 요조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도 알고 요조가 홍대 시절에서부터 했던 음악도 알고 '나의 쓸모'는 내 인생의 베스트앨범 중의 하나이고 지금도 모과나무라든가 푸른자켓이라든가 불륜이라든가 나만 아는 명곡처럼 듣고 또 듣지만 실제로 만나게 되는 것은 조금 두렵다. 사실 북촌에 진미용실 간판 아래에서 책방을 할 때에 슬쩍 가서 안 기쁜 척 무심하게 힐끔 쳐다 보기도 하고 책을 사 오기도 하고 실제로 십여 년 전 어딘가에 페어에서 우연히 만나 사인을 받기도 하고(다만 그 사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어) 제주의 책방무사에 가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흔적을 느끼고 직원에게 권나무 공연이 있다고 안내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요조를 가까이서 직접 만날까봐(?) 조금 두렵기도 하다. 이유는 내 안에서 요조는 매우 친근하고 바로 그 목소리를 떠올릴 수 있으며 이 전에 낸 책들도 읽었고 대애애충 그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나에겐 친근한 정보가 있는데, 내가 지닌 그 친밀감과는 상관없이 당연하게도 나를 낯설게 바라볼까봐 무뚝뚝하게 말을 건넬까 봐 내가 멋대로 하고 있는 기대에 어긋나서 그래서 내가 그에게 실망하고 슬퍼할까 봐 그를 보는 것이 두렵다. 


이 무슨 이상한 감상의 글인가 싶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저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 재밌고 다정하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인데, 나는 요조의 이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책을 읽으며 떠올리는 요조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맞닥뜨려 내가 당황을 하게 된다면.... 나는 요조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슬퍼지지 않을까? 그러니 나는 요조를 만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으면 늘 엄청난 속도로 슬퍼지는 것 같다. 손해 보는 걸 싫어하는 내 약삭빠른 마음이 슬퍼하지 말고 그저 이 순간을 신나게 만끽해야 한다는 뜻을 전해온다. 만끽이라는 건 언제나 약간 울고 싶은 걸 참으면서 하는 것일까. 그럼 그건 어떤 얼굴일까.



가장 기쁜 순간에 나는 이 기쁜 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떠올리며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머릿속에서는 하나의 목소리가 "지금 이 기쁨을 이 설렘을 즐겨!"라고 외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게 들떴다가 순간이 지나면 허전해질거야. 그러니까 정신차리도록 해."라고 나를 어르고 달래는 것이다. 그러면 약간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좋고 설레고 기쁜데,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 그냥 단순하게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나를 보며 그럼 그렇지.. 하면서도 나 자신이 안타까워진다. 그래서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조금 위로가 됐고 궁금해졌다. 그럼 그 순간 내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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