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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가다 Mar 30. 2017

길고 하얀 구름의 나라 :
뉴질랜드의 서쪽

빙하마을, 트란츠 알파인 기차, 크라이스트처치 

2014. 02. 04

새벽 4시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피곤하고 지친 하루가 가고 있지만 지금 난 한숨도 못 자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야 한다. 또다시 여행을 떠난 다는 즐거움과 설렘 때문이었을까! 시간이 다가올수록 기분이 점점 좋아지고 기대감으로 가득 차 오른다. 이른 새벽시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오클랜드 공항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비행기에 탑승해 창가를 바라보니 이제 진짜 떠나는구나 싶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마지막 여행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였지만 말이다. 너무 피곤하였고 잠시 잠들었다가 깨었을 때는 눈부셔 앞을 못 볼 정도의 화창한 날씨가 펼쳐져 보이고 있었다. 퀸즈타운 땅을 다시 밟는 순간 행복한 마음이 든다. 이걸 말로써 어찌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차를 렌트하여 퀸즈타운 시내와 주위 장소를 둘러보다가 한 카페에 들러 눈부신 햇살 아래서 커피를 마시며 한껏 여유를 부려보고 부둣가 선착장으로 이동하여 옥석 빛깔의 호수와 멈춰있는 배를 바라보고 서서 그곳의 시간과 공간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담기에 정신이 없었다. 

  

여기 퀸즈타운에 오게 되면 반드시 관람하게 되는 그곳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가 퀸즈타운과 호수를 감상하고 내려오게 되었고 우리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이것저것을 물어보다가 아주 심각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녁쯤 해서 차를 타고 폭스 빙하마을로 떠나려 했지만 여기 서쪽으로 가는 산길은 저녁 6pm쯤 어느 포인트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길을 클로즈하여 저녁때는 이동할 수 없다고 하였다. 우리는 여유 있게 여기서 좀 더 즐기고 가고 싶었지만 내일 있을 폭스 빙하를 보기 위해 빠르게 이동하기로 하였다. 여행지에서도 결국 이렇게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을 줄 꿈에도 생각 못하였다.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여서 결국 길이 닫히는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하였다. 물론 난폭 운전도 좀 하게 되었지만 다행스럽게 사고 없이 갔다는 것에 위안을 얻었다.  그 이후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들리며 여유 있게 갈 수 있었으며 깨끗한 강물에 손도 담그고 일급 청정수 물도 마시고 경치도 구경하면서 움직일 수 있었다. 여기 날씨는 정말 변덕이 심하긴 심하다. 서부 해안을 갔을 때부터 비가 내렸고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의 태즈만 해협을 볼 수 있었다. 비 내리는 창가로 보이는 바다 너무나 잠잠하다 결국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나는 잠이 들었고 그렇게 도착한 숙소 이미 시간은 10시를 넘어섰고 불은 꺼지고 조용하지만 친절한 숙소의 직원은 종이에 안내사항과 열쇠를 놓아두고서 떠났고 난 너무나 고마웠다. 오늘 밤은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밤이 되겠구나 싶었다. 

2014. 02. 05

기분 좋은 느낌이 이어지는 개운한 아침이다. 전날 따뜻하고 편히 잘 수 있게 해 준 숙소의 직원에게 지금 생각해봐도 감사하다. 그런데 오늘 날씨가 그리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빙하 트래킹을 하러 출발해야한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를 트래킹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체험을 한다는 설렘이 있는 곳이 되었다. 트래킹을 가기 전 간단한 안전사항에 관련된 설명과 이곳 빙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바로 아이젠을 빌려 신고 방한복도 빌려 입었다. 어마어마한 산들 사이에 숨어있던 빙하 우리는 그 아래에서 오늘 모인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간단한 자기소개와 여행에 관한 간단한 자기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제 빙하로 오르게 되었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지만 가까이서 본 빙하는 그리 깨끗하지는 않았는데 돌과 모레가 섞여 있었다. 빙하 위는 보기보다 많이 추웠고 개인적으로 왜 그리 콧물이 흐르던지 찍은 사진마다 정말 촌사람처럼 나와서 친구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하였다. 그러나 자연이 만든 다양한 형태의 빙하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치형의 빙하 그리고 블랙홀 같은 거대한 빙하 정말이지 자연의 힘이란 놀라울 따름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점점 빙하가 녹아가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전에 한번 꼭 가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 구간 중 하나라는 트란츠 알파인 기차를 타기 위해서 그레이 마우스란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가는 도중에 들린 서부 해안의 어느 바다 그리고 해질 무렵의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게 되었고 여행 중 만난 현지 친구들은 정말 유쾌하고 활기찬 사람인거 같았다. 우리 여행과 인생도 석양처럼 아름답게 무르익고 무사히 여정이 끝나길 바라며 저 풍경 속에 우리는 빠져 들었다.

 

2014. 02. 06

오늘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날이다. 짧은 여행, 긴 여운이 남을 것 같다. Greymouth-Christchurch로 가는 트란츠 알파인 기차 시간까지 꽤 여유가 있었고 아직 렌터카도 반납 전이었기에 우리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을 추천받아 한번 돌아보기로 하였다. Pancake Rocks란 곳을 보기 위해 서부 해안을 따라서 달려다 보면 끝도 없이 쭉 이어진 해안 도로와 아름답게 빛나는 해변 그리고 지금 여기 날씨는 봄-가을쯤의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기후의 날씨이다. 팬케익 록스는 바닷가 근처의 정원 같기도 한 공원이다. 바다에는 독특한 모양의 암석이 있으며 많은 관광객이 들러보는 장소였고 우리가 갔던 이날은 정말 날씨가 눈부시게 빛나던 날이었다.

이제 우리는 기차를 타고서 마지막 도착지인 크라이스트처치까지 가게 되었다. 겨울에 왔으면 눈이 쌓인 설원을 볼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맑은 하늘과 푸른 자연경관을 보면서 오게 되었고 중간중간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잠도 청하면서 그렇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시내를 둘러보니 여유로운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따분해 보이기도 하였고 평화로워 보이기도 하는 만감이 교차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점점 비행시간이 다가오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고 타게 되었는데 이런 우연이 있을 줄이야 한국인 택시기사님이었고 우리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던 관계로 기사님의 안내를 받아 이곳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기로 하였다. 지난 2011년 이곳은 지진으로 인하여 많은 생명을 잃었고 유명한 건축물들이 무너져 내렸었다. 어떤 건물 앞에 선 택시 겉으론 멀쩡해 보였다. 관공서 건물이었는데 지난 지진으로 인해서 내부는 이미 다 파손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건물이 그대로 있는 것일까 의아스러웠다. 이유는 이 상처와 흔적을 그대로 보존하여 후손에게 알리고 보여 주어야 한다는 입장과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여 아직도 찬반 논쟁에 휩싸여 있다고 하였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히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지나게 되었던 어느 무너진 교회 그곳에는 지난 지진으로 죽은 이들의 숫자만큼의 흰색 의자가 놓여 있었다. 어느 일본인 설치 미술가가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하였는데 사람과 미래에 대한 그들의 경외심에 그저 고개를 숙일뿐이었다. 그렇게 난 오클랜드로 돌아왔지만 오늘 이날의 기억은 평생 나의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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