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을가다 Jan 18. 2021

화양연화 (Yumeji's Theme)

In the mood for love, 20주년 재개봉, 화양연화

협소한 공간의 계단과 복도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 생활하는 삶의 손때가 묻어나는 어느 아파트 그곳으로 이사를 온 수리첸(장만옥) 차우(양조위)는 각 자의 방으로 짐을 옮기는 중이다. 매력적인 영상미만큼 아름다운 자태의 모습과 형형색색 바뀌는 치파오를 입고 나오는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서 서서히 전개되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그녀와 그(차우)는 좁은 계단에서 스치듯 만나게 되며 앞으로 전개될 엇갈린 운명적인 만남의 시작과 끝을 알린다. 수리첸의 남편 차우의 아내 그들은 프레임 속에서 뒷모습만 등장한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앵글이다. 그녀(수리첸)가 보는 넥타이 그리고 그(차우)가 보는 가방 그들을 연결 짓는 열쇠고리이자 그들 배우자의 불륜을 확인하는 열쇠이며 불륜 같은 새로운 로맨스의 시작이다. 수리첸의 남편과 차우의 아내가 어떻게 불륜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들 배우자들이 이러했을 것이라며 재연하는 장면은 상상이자 그들이 써 내려가는 한 편의 소설이었다. 결국 조용하고 내성적인 차우와 숫기 없어 보이는 수리첸 그들 각자에게 없는 것에 끌려 그와 그녀의 배우자들은 바람을 피우고 욕망을 실현한 사람들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들 두 사람도 오묘한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느 날 차우는 무협소설을 쓰기 위해 호텔을 빌리게 되며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소설을 쓸 테니 봐달라는 것이다. 그녀가 그에게로 찾아가게 되고 의미심장한 대사를 말한다. "우린 그들과 다르니까요" 이 말처럼 자연스레 행복한 순간의 한때를 그리게 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과연 그들은 로맨스인가? 불륜인가? 그들 배우자를 향한 복수인가? 썸이었던 것인가? 우리 각자가 판단하기 나름 아닐까?. 그들이 함께 했던 2046호실은(나중에 나오는 영화이자 그 이하는 생략) 화양연화의 공간이다. 붉은 톤의 색채로 빛나던 커튼과 그 복도를 지나가던 그들 속 화면은 정지되고 하나의 추억이 되고 머릿속 잔상으로 남게 된다. 영화 속의 시계 그것은 영화 속 배경 60년대와 그들이 만난 시간과 공간이며 그 시간 속에 가상의 선을 긋는다면  특정 시점에  그들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이라 본다. 그리고 영상미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 주었던 영화 속 배경음악 Yumeji's Theme 조차도 시간을 잡기도하고 놓치기도 하는 듯한 마치 연애할 때의 밀고 당기는 듯한(밀당)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으로 다가왔으며 시간의 지속성과 사라짐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이자 몽환적으로 그려졌다.

시간이 지나고 차우는 떠날 것이며 그렇게 헤어짐을 준비한다. 말하지 못하는 그들의 깊은 마음속을 속삭이듯 읊조리는 그와 그녀의 영상이 교차되며 지나간다. 그가 떠나버린 방에 있는 그녀 슬피 우는 얼굴 속 내면을 보는 듯한 거울 속에 비친  애처로운 뒷모습과 축 쳐진 옆모습 그녀의 심상이 느껴지는 앵글이 한 장면으로 보여진다. In the mood for love라는 영어 제목처럼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었으며 애틋한 그 시간과 공간속의 비밀을 차우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의 어느 나무에 봉인해 버린다. 그 비밀은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이 영화를 안 보면 알 수 없듯이 말이다.  돌이켜보면 가슴 시리고 아픈 추억의 영화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시간이 약이란 말이 있듯이 지나면 그냥 좋은 추억이자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나의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절은 언제였나 한 번쯤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버닝 - 삶은 미스터리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