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30살에 장기 연애를 끝냈다.
헤어진 기간까지 합친다면 8년간의 연애였다.
푸릇푸릇하던 22살에 만난 그와의 연애는 뜨겁게 시작해서 지루하게 끝났다.
그 오랜 기간을 만나고 나서야 이 사람과 결혼은 안 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첫사랑과의 복잡한 일화나 사정 같은 건 이제 중요하지 않으니 생략하겠다.
그렇게 30살에 다시 솔로가 된 나는 불현듯 불안해졌다.
30살인데 나 이제 곧 결혼해야 하지 않나?
그 당시 이미 3년 전 결혼해서 아이가 2살인 친구가 있었고
또 다른 친한 친구도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이제 시기 상 결혼 할 사람을 만나야 2~3년 뒤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다들 안 알려줬다.
결혼이란 제도로 새로운 가족을 갖게 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가족이 되어 주실 분을 찾습니다. 유기견 입양문구가 아니다.
30살에 접어든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렇지만 가족은커녕 친구가 되어줄 사람 찾기도 어려웠다.
결혼을 할 거라면 대학 때 만나서 취업 후 결혼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누가 그랬다.
취업 후에 소개팅으로 만나려면 직장도 따지고 연봉도 따지고 끌림으로만 만나던 학생 때와는 다르다고. 서로 재고 따져서 만나기가 힘들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겐 맞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대학생 때 만나서 내가 취업하고 이직하는 동안 계속 취업도 공무원 시험합격도 못하고 끝까지 무직이던 그와 헤어진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현실과 이상은 늘 다르다.
남이던 사람 두 명이 가족이 되기를 결심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도 신기한 일인지,
나만 빼고 다들 잘도 결혼하는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