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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s Oct 08. 2023

웰컴 투 뉴욕, 다시 뉴욕에 오다

Welcome to New York!

9월 온에어 일정으로 여름 내내 바빴던 탓에 늦은 휴가로 뉴욕에 왔다. 8월 어느 날, 출근길 마음이 너무 답답한 나머지 충동적으로 질러버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디론가 떠날 계획이 있어야만 조금이나마 힘이 생길 것 같았다. 방콕, 발리 등 가고 싶은 곳은 정말 많았는데 그때의 나는 왜 하필 뉴욕이었을까.


뉴욕은 어릴 적부터 나에게 꿈의 도시에 가까웠다. 중고등학교 때 즐겨본 가십걸이 계기가 되었다. 미국 동부에서 대학시절을 보내며 뉴욕은 꿈에서 익숙한 도시로, 하지만 갈 때마다 왠지 모를 설렘이 있는 곳이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런저런 추억을 많이 쌓은 곳이기에 더욱 뉴욕이라는 도시가 내겐 그리움의 존재인 것 같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뉴욕이 주는 압도적인 이미지는 쉽게 다른 여행지로 대체되지 않는 듯하다. 유독 올해는 20대 초반을 보냈던 미국, 그중에서도 뉴욕이 계속 마음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오고 싶었나 보다.


올해 초부터 계속해서 고민해 왔던 ‘퇴사’라는 선택. 단순히 어디론가 이직하고 싶다던가, 지금 회사가 싫어서 도망가야겠다는 의미의 퇴사가 아니라 앞으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한 ‘퇴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번아웃이 왔던 적도 없었기에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흔들리지 않을 확신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확신을 뉴욕에서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뉴욕은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많고 시끄러운 도시이며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도시이다. 그런 만큼 개인주의 성향도 매우 강한데 그래서 타인의 시선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동시에 남에게도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이 뉴요커들의 특징이다. 이곳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나’이다. 사회가 정해준 어떤 고정관점에서 벗어나 솔직한 ‘나’로서 인정받는 것이 이들에겐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듯하다. 커뮤니티적으로는 모르겠으나, 개인에게는 건강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유로우면서도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뉴욕시티라서일까. 이곳에 오니 아이러니하게도 힘들었던 순간들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뉴요커들의 빠른 발걸음에 맞춰 걷다 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 멍 때리다 보면 한없이 평온해진다. 수만 명의 사람들 속 그저 한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돼버린 이곳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하다.

높은 빌딩 숲 아래 목적지를 향해 걷다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 글을 끄적거린다. 좋아하는 미술관에서 누구의 눈치도, 시간에 대한 압박 없이 여유롭게 네 시간씩 시간을 보낸다. 문득 감정이 드러나있는 작품을 보고 울컥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 한없이 앉아있기도 한다. 아, 나 이런 시간 정말 필요했어.


일과 삶의 구분을 누구보다 잘하던 나였는데, 최근 들어서 꿈에서도 주말에도 일 생각에 온전히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뉴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며, 나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 얼마 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만, 생각을 잘 정리해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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